김재인 박사는 이진경 서울산업대 교수가 들뢰즈의 <천개의 고원>에 등장하는 유목주의로부터 노마디즘을 이끌어낸 것은 이 교수가 <천개의 고원>의 주요 개념을 잘못 번역한 결과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이 교수는 김재인 씨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아직 말이 없다. 관련학계에서는 김재인 씨가 지적한 이 교수의 번역 오류는 정확하지만 이진경 씨의 독특한 해석으로 새로운 개념을 이끌어낸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박성수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김재인 씨의 지적은 옳지만 이진경 교수의 노마디즘은 철학전공자도 생각하지 못한 신선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노마디즘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논쟁이 이어지는 한편 개념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노마디즘이 침략주의적 성격을 지녔는가에 관한 논쟁도 지속되고 있다.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의 저자 천규석 씨는 노마디즘이 국가주의에 대한 비판같지만 오히려 국가주의보다 더한 침략성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정우 철학 아카데미 대표는 “노마디즘에 가치론적 이분법을 투영해 엉뚱하게 오해한 후, 다시 이들에게 그 이분법 중에서 나쁜 경우를 귀속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는 “들뢰즈와 가타리는 적어도 국가의 궁극적 소멸을 전망한 맑스와 엥겔스의 후계자”라며 “유목민 개념은 그 어떤 경우에도 결코 가치중립적인 서술이 아니다”라고 재반박했다. 이에 이 대표는 “천규석의 책은 <천개의 고원>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 그것을 항간에 유행하는 천박한 유목주의와 동일시함으로써 침략주의라는 극단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유목주의 논쟁을 통해 유목주의가 여러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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