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란 무엇인가? 물질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가?’ 이는 현대 물리학의 난제 중 하나다. 물리학자들은 이 질문을 통해 우주를 형성하는 물질의 구성 요소는 무엇이며 이들이 상호작용하는 원리는 무엇인지 탐구한다.

물질의 구조는 물질을 미세단위로 분해해 속을 들여다봐야 안다. 물질을 연거푸 쪼개면 분자라는 입자에 이르게 되는데 과거에는 분자가 가장 기본적인 입자라고 알려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분자는 원자로,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 같은 핵자(核子)들로 똘똘 뭉쳐져 있다. 핵자 역시 쿼크와 전자, 중성미자 등의 소립자로 구성돼 있다. 모든 자연수가 소수(素數)의 곱으로 표현되듯, 모든 입자를 구성하며 물질의 바탕이 되는 입자를 소립자(素粒子)라 한다.

△소립자의 발견
1932년 중성자를 발견한 물리학자들은 원자가 중성자, 양성자, 전자로 구성된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1960년대 실험을 통해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물리학자들은 뭔가 더 기본적인 입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러한 입자들은 100여 종에 이르렀는데 물리학자들은 ‘입자동물원’을 차리게 됐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1963년 머리 겔만(Murray Gell-Mann)은 당시까지 발견된 100여 종의 입자들을 완벽히 설명할 수 있는 ‘쿼크(quark)’란 개념을 창안했다. 겔만이 제안한 u, d, s쿼크의 존재는 1969년 미국 스탠퍼드 선형가속기연구소에서 전자를 가속시켜 수소원자핵 안에 있는 양성자와 충돌시킨 결과 확인됐다. 

이후 계속해서 새로운 입자가 발견되면서 쿼크의 종류가 증가했다. 지난 1977년까지 5종의 쿼크가 발견됐으며, 최후의 입자라 불리던 t 쿼크의 존재를 지난 1994년 페르미연구소가 확인함으로써 쿼크가 6가지로 분류됐다.
페르미연구소는 또한 1996년 2월 양성자와 반양성자를 정면으로 충돌시켜 쿼크가 그 내부구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쿼크 내부에 더 작은 것이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끈’이라고 한다. 초끈이론은 모든 것이 작은 1차원적으로 이뤄져 있다는 이론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입자들은 끈이 어떻게 진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끈의 존재와 끈의 움직임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휘소와 c 쿼크
소립자 물리학계에서 새로운 입자의 발견은 천문학에서 새 별을 발견하는 것만큼 중요한 사건이다. 특히 그 발견으로 이후의 물리학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면 더욱 괄목할 일이다. 1970년대 K-중간자의 희귀붕괴 과정에서 새로운 쿼크가 예견됐는데 이 현상을 연구하던 입자물리학자들은 이 쿼크를 c 쿼크라고 가정했다. 이휘소는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이 가상입자에 관해 심층적으로 연구했고 1974년 c 쿼크의 존재를 입증했다. 1976년 이를 연구한 연구자들 중 리히터(Richter)와 팅(丁筆中) 두 사람이 대표로 노벨상을 받게 되는데 이휘소도 노벨상에 매우 근접했다고 한다. 새로운 c 쿼크의 발견에 이어서 b·t 쿼크가 발견됐다. 이로써 현재 널리 활용되는 소립자 물리이론의 틀이 갖춰졌다. 이처럼 이휘소의 수많은 연구 업적 중에 c 쿼크라는 새로운 소립자를 알아낸 것은 물리학사의 큰 흐름을 만들었다.

△소립자 물리학
소립자 물리학은 기본입자의 특성과 이들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상호작용 가운데 발생하는 힘을 이해하려는 분야다. 시료의 내부구조와 구성요소를 알기위해서는 시료를 작게 쪼개야 한다. 시료를 쪼개기 위해서 고에너지의 입자를 빠른 속도로 시료에 충돌시키는데 이런 이유로 소립자 물리학을 고에너지 물리학이라고도 한다.

현재 소립자는 6가지 맛깔(flavor)과 3가지 색깔(color)이 있는 쿼크와, 3계보(family)의 경입자로 나뉜다. 쿼크는 소립자의 기본 구성요소다. 각각의 쿼크들은 일종의 접착제인 글루온으로 인해 서로 결합해 중간자, 중입자와 같은 강입자를 만든다. 강입자 외에 전자나 중성미자는 경입자로 분류된다. 경입자란 강한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소립자들을 가리킨다.

쿼크의 6가지 맛깔은 △u(up) 쿼크 △d(down) 쿼크 △s(strange) 쿼크 △c(charm) 쿼크 △b(bottom) 쿼크 △t(top) 쿼크로 나뉘며, 한 가지 맛의 쿼크는 3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의 맛깔과 색깔, 계보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의미가 아닌 분류 기준의 뜻이다.

u 쿼크와 d 쿼크는 일종의 단위이며 이들이 합쳐져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형성한다. u 쿼크의 크기는 전자 전하의 3분의 2에 해당하고 방향이 (+)이며 d 쿼크의 크기는 전자 전하의 3분의 1이고 방향이 (-)다. 양성자는 두 개의 u 쿼크와 하나의 d 쿼크로 이뤄져 한 단위의 양전하를 갖는다(⅔+⅔-⅓=1). 중성자는 두 개의 d 쿼크와 하나의 u 쿼크로 이뤄져 전체적으로 전하를 띠지 않는다(⅔-⅓-⅓=0). s 쿼크와 c 쿼크는 고 에너지 상태에서 존재하며, 이보다 더 높은 에너지 상태에는 t 쿼크와 b 쿼크가 존재한다.

△소립자물리학의 미래
현재 소립자물리학의 난제 중 하나는 ‘물질의 질량이 어디서 기원되는가’다. 질량은 뉴턴의 운동법칙과 중력법칙에 나오며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질량공식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 기원을 밝혀낸 것은 아니다. 현재 표준이론에서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힉스(higgs)라는 소립자를 가정하고 있는데 이를 찾아내면 질량의 근원에 관한 수수께끼가 다소 풀리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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