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이 ‘학문 권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 중 학진이 가지고 있는 ‘등재지 선정 권한’은 현재 교수업적평가의 평가요소와 맞물려 논문의 질적 향상보다는 양적 팽창 등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본래 ‘등재지 선정’은 '국내 학술지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서' 지난 1998년부터 학진의 고유 사업으로 시작됐다. 학진에선 국내에서 발행되는 학술지를 평가해 심사를 거쳐 등재후보지로 등록, 2년 후 재심사를 거쳐 등재지로 승격시키거나 탈락시킨다. 현재 530여종의 학회가 등재후보지로 등록돼있으며, 1052종이 등재지로 등록돼 학진의 관리를 받고 있다.

학진이 등재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은 학회에서 중요한 권한으로 작용한다. 현재 교수업적평가는 논문의 수량도 중요하지만 논문이 어디에 실렸는지 여부 또한 주요한 기준으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진한(문과대 한국사학과)교수는 “현재의 업적 평가는 등재지(후보지) 논문 중심”이라며 “아무리 훌륭한 논문이어도 등재지가 아닌 정년 기념논총이나 학술 저서에 실리면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제도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학술지의 질적 향상보다는 양적 팽창이라는 처음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교수는 “시스템이 엉성해 영향력 없는 논문을 여러 편 쓴 사람이 정말 좋은 논문을 한편 쓴 사람보다 평가점수가 높게 돼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한편에선 획일화된 학술지들을 양산한다는 문제가 지적되기도 한다. 등재지(후보지)로 승격하기 위해서는 학진이 제시한 형식과 절차를 따라야만 하는데, 형식과 규격까지 지정한다는 점에서 학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현재 학진에선 등재후보지를 심사하는 평가항목에 논문집의 구성과 체제까지 세부 항목으로 나눠 점수를 매기고 있다. 하승우(대안지식연구회) 연구원은 “내용적 측면에서도 새로운 문제의식보다 기존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재해석 할 것인가를 중시하기 때문에 학문 발전의 저해를 가져온다”며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만 지원하는 것은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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