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무늬가 그려진 맨홀뚜껑, 고려대 로고가 그려진 쓰레기통 등 본교 캠퍼스를 걷다보면 통일된 디자인의 스트리트 퍼니쳐(Street furniture)를 찾아볼 수 있다. 스트리트 퍼니쳐는 △보도블럭 △벤치 △가로수 보호대 △가로등 배너 등 거리에 놓인 공공 설비로, 도로환경시설물로서의 기능도 하지만 도시 전체의 미관을 결정하는 공공 디자인의 한 요소다. 대학 안 스트리트 퍼니쳐 또한 캠퍼스 미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대학의 시각적 이미지를 결정한다. 스트리트 퍼니쳐가 갖춰야 할 기본원칙과 이에 비춘 본교의 현황을 본교 김세용(공과대학 건축학과) 교수에게 들어봤다.

(사진=허예진 기자)
스트리트 퍼니쳐의 기초 기능은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따라서 보행자의 심리적 요소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한 사항이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거리에 있는 벤치나 쉘터 아래 앉을 때 관찰하는 자의 위치에 있기를 좋아해 거리에서 조금 물러난 위치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교의 경우 머무는 용도의 스트리트 퍼니쳐가 대형 건물 사이에 있어 관찰 당하는 위치에 설치된 경우가 많았다. 미래융합기술관 앞에 설치된 쉘터의 경우 좌우 대형 건물 사이 넓은 공간 안에 위치한데다 앞뒤로 길이 뚫려 있어 상대적으로 많은 시선을 받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사진=허예진 기자)
휴식처의 기능을 하는 스트리트 퍼니쳐는 차도 쪽보다 인도의 안쪽 또는 구획된 공간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관의 경우 건물 방향으로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벤치가 안으로 들어가 있고 정경대 옆 ‘폭풍의 언덕’에도 길옆에 만든 공간에 벤치를 마련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구획된 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둘러싼 공간 속에 마주 앉아 대화 나누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위치의 경우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재료 또한 친근감을 고려한 선택이 필요하다. 집안의 가구처럼 거리의 가구도 인체에 친근한 재료를 사용하는 게 좋다. 인문사회계 캠퍼스에 석조벤치가 많은 것에 대해 김 교수는 “인문사회계 캠퍼스가 고딕 양식의 석조 이미지가 강해 시각적으로 볼 땐 석조 벤치가 어울리지만 실제 이용하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이라며 “석조벤치의 경우 온도 변화가 커 이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석조 벤치가 설치된 일부 장소엔 목조 벤치를 별도로 함께 설치해 두기도 했다.

(사진=한상우 기자)
캠퍼스를 걸으며 경험할 수 있는 거리의 미적 요소 역시 중요하다. 캠퍼스의 전체적 미관에 대해 본교 시설팀 김흥덕 과장은 “인문사회계 캠퍼스는 고딕 양식에 알맞게 고풍스런 느낌의 시설물을 통일해 설치했고 자연계 캠퍼스의 경우 신식 건물에 어울리는 첨단 느낌의 시설물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안준형(법과대 법학04) 씨는 “다람쥐 길이나 대학원에서 본관 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좋아한다”며 “석조 계단의 느낌도 좋고 주변의 가로등 조명도 거리를 예쁘게 해 자주 이 길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캠퍼스 내의 스트리트 퍼니쳐는 대학 안의 모든 디자인에 적용되는 UI(University Identity) 표준 계획에 의해 디자인된다. 캠퍼스의 시각적 이미지를 통합해 일관성 있는 경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본교의 △셔틀버스정류장 △휴지통 △사인표지판 등은 전용색상인 크림슨 색으로 구성됐다. 전용색상은 본교의 주요 이미지를 결정하는 요소로서 활용시엔 정확한 색상과 명도, 채도 등을 유지하여 사용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전용 색상을 제외한 부분에선 재료와 무늬가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인 경우가 많았다. 김 교수는 “일부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UI 계획에 입각한 디자인으로 고대다운 이미지를 보여야 한다”며 “세부적인 디자인도 고려해 전체 캠퍼스를 하나로 보면서 디자인하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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