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선을타고장례식에갔어
고통이자꾸꽃나무를피워서
락정신의역에내리지못했어
유머감각이절정이라도락정신을웃길수없어
돌아버리겠어돌아버리겠어
 
-박상, <치통, 락소년, 꽃나무> 中 주인공 이원식의 노랫말에서

(사진=한상우 기자)
 이상이 좋아 이름을 개명한 박상 씨는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데뷔한 후 3년 만에 첫 소설집 <이원식 씨의 타격폼>을 발간했다. “이상 때문에 이 지경이 됐죠. 고등학교 1학년 때 이상의 ‘날개’를 읽은 순간 ‘이거다, 문학이다’ 싶었어요. 원래 이름은 박상호인데 박상이라고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판사님께 아주 소설을 썼죠. 그 판사님 아마 ‘이 사람이 박상이란 이름으로 바꾸지 못해서 어렵게 살아왔구나’하며 소주 한 잔 했을 거예요”

 소설가 박민규 씨는 그런 그를 괴물 네시와 예티에 비유하며 ‘한국에는 박상이 산다. 꽤나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추천사를 써 놨다. “민규 형은 참 난감해요. 추천사를 부탁했더니 처음에 ‘드물게도 책 뒤에 추천사가 없었으면 하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고 하는 거예요. 하늘에서 천재가 뚝 떨어진 듯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대요. 그래도 제가 이렇게 소설집을 낼 수 있었던 건 박민규란 작가가 새로운 장르의 길을 닦아놨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동시대에 서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작가가 있단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박민규의 유머를 닮았단 평을 듣지만 그는 ‘22세기 박상주의 소설기법’을 만들겠단 사람이다. 원래 그의 소설집 제목은 <이원식 씨의 타격폼>이 아닌 <소설은 박상이 잘 쓴다>였다. 소설은 박상이 잘 쓴다는 말을 언젠가 꼭 들을 거라는 그는 작가 후기에 ‘잘 쓴다는 것의 기준은 제각기 다르고, 모두에게 쫄깃한 반응을 받게 되려면 내 인생이 5만 개라도 모자라겠지만 내 몸 속에서 하드코어 랩을 하고 있는 문학이라는 이 시끄러운 열정과 광기와 낭만을 참을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잘 쓴다는 기준’은 소설에 대한 사랑과 즐거움으로 나타났다. “소설을 사랑하며 쓴 글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음악도 영화도 다 좋지만 문학만큼 급격한 깊이가 있는 건 없어요. 문학의 즐거움은 전방위로 와 닿아 상상력을 넓히죠. 비할 데 없이 역량이 우수한 장르예요”

(사진=한상우 기자)
 그는 사람이 한창 힘들 때 구원처럼 다가오는 존재가 소설이라 했다. 몇 번이고 읽을 때마다 항상 새로운 느낌을 주고 감동이나 재미 그리고 깊이를 주는 작품을 쓰고 싶단다. “락이나 야구는 만사를 잊고 싶을 때 치유효과를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죠. 책도 그런 요소여야 해요. 특히 소설이란 게 머리 아프고 짜증날 때 쉴 자리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제 소설도 그런 즐거움을 끌어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시는 그의 글에 담긴 즐거움의 원천이다. “좋은 시들이 요새 팍팍 나오고 있어요. 요즘 현대시들은 굉장하죠. 나열하기 힘들 만큼 좋은 시인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좋은 시가 나오면 그 다음 차례에 좋은 산문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멋진 시가 등장하면 그걸 읽고 소설가들이 영감을 받아서 좋은 소설을 쓰는 거죠. 박상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에요”

 자신을 ‘공중부양 에스라인 소설가’라고 소개한 그는 글의 무게에 대해 생각이 많은 듯 했다. “제 글이 너무 가볍게 공중에 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장인어른도 소설가이신데 많은 조언을 해주세요. ‘사람을 울리려면 땅에 가까운 글을 써라’고 하신 말씀이 와 닿아요. 땅에 뿌리를 박으면 공중으로 줄기를 뻗어 올라 꽃나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말씀을 들으며 제 소설의 방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의 다음 책엔 상황으로 웃기고 깊이가 있는 재미를 담을 거란다. 주류문학과 비주류문학의 경계 사이에서 어느 정도 벌어진 틈을 메우는 글이 그가 원하는 소설이다. 그래도 그는 말장난을 하지 않을 건 아니라고 했다. “말장난 정말 재밌지 않아요? ‘니미뽕’하지 않은 그런 말들 재밌잖아요” 

 그는 6시에 ‘술과 소설의 만남’이란 모임에 간다며 마지막으로 ‘이토록 즐거운’ 소설을 읽기 힘들어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자신에게 맞는 작가를 찾으면 그 작가한테 빠져들기 시작해서 소설이 술술 읽힐 거예요. 대략 그 작가의 성향은 출판사 서평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작가를 찾아서 파다보면 남들이 모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요. 어딘가엔 자신과 취향이 맞는 작가가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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