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평가에 끌려가는 대학들
언론사 평가에 끌려가는 대학들
  • 고대신문
  • 승인 2009.10.1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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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수익을 위해 몇 언론사가 1994년부터 신문을 통해 비공개적이고 불확실한 평가지표를 가지고 대학평가를 하고 있다. 이를 다양한 측면에서 뜨인 눈으로 바라보니 대학평가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안타까운 악순환을 발견하게 됐다.

중앙일보가 처음 대학평가를 한다고 했을 땐 다들 코웃음 쳤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들이 앞 다투어 ‘톱10’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언론사는 대학평가를 통해서 대학 간에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그로 인한 광고수익을 챙기고 있다. 경제위기와 매체위기라는 이중고에 빠진 언론사는 광고수익사업의 새 활로를 대학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실제 광고수주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지난 5월 12일 ‘아시아 대학평가’ 순위를 발표한 조선일보의 최근 넋 달치 광고 지면을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조선일보의 월별 전체 광고 대비 대학광고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다 5월(7.5%)에 최고점을 찍었다. 전체광고량이 가장 적었던 5월, 대학광고는 오히려 늘었다. 조사기간 분석된 전체 광고량은 기업광고의 경우 지난해보다 340여 개 줄어든 반면, 대학광고는 14개가 늘었다. 언론사 대학평가의 여운이 대학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아시아 대학평가 상위 20위권에 진입한 대학 중 평가결과 발표 전후로 광고를 게재한 대학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3월 2일부터 평가결과를 발표한 5월 12일까지 상위 10위권 대학 중 7개 대학이 적게는 3번에서 최대 6번까지 조선일보에 광고를 게재했으며, 상위 20위권 대학에서 게재한 광고가 전체 대학광고의 절반을 차지했다. 매체 자체의 영향력과 별도로 ‘광고 압력’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극도의 시장경쟁에 처해 있는 언론사들의 대학평가 결과를 묵묵히 믿을 수 있고, 믿어야만 할까? 중앙일보에 이어 조선일보가 ‘아시아 대학평가’를 시작하면서 언론사 대학평가 시대에 진입했고, 언론사 대학순위평가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그 예로, 한 지방 거점대학교는 지난해 9월 중앙일보 대학평가 종합순위에서 30위에도 들지 못했지만 조선일보가 지난 5월 발표한 아시아 대학평가에선 국내 대학 중 15위에 랭크됐다. 이와 반대로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11위에 올랐던 서울지역 한 사립대학교는 이번 조선일보 평가에서 국내 20위 밖으로 밀려났다. 대학 교육의 질은 1~2년 사이에 크게 나아지거나 나빠지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8개월 만에 같은 대학을 두고 상반되는 평가를 했다. 평가기관이 평가지표를 임의로 선택하는 데다 가중치마저 다르게 부여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다. 이렇게 다른 평가지표는 특정 대학에 유리하게 작용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대학평가는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가 발표하는 ‘미국 최고대학’(America’s Best Colleges) 랭킹이다. 전 세계 언론이 이 랭킹을 받아서 보도하는 덕분에 인지도 상승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이 대학 평가 자료를 바탕으로 대학진학 가이드를 발행해 추가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잡지가 대학순위를 발표한 지난 2007년 8월의 가판대 판매는 평소에 비해 50% 정도 증가했고, 월평균 50만개 정도였던 웹사이트 페이지뷰도 자료 발표 후 3일 동안 1천만 개를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서 랭킹이 떨어진 학교는 다음 입학년도에 지원자 경쟁률과 입학생 SAT점수가 낮아지고, 합격생의 입학 포기비율이 올라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평가 기관인 개별대학은 대학평가 결과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관심은 자연스럽게 광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평가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가? 대학들은 1년 내내 언론사 평가에 시달리지만, 과연 이러한 평가가 대학 발전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무책임한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대학 순위만 달랑 던져 놓는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으면 대학 입장에선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결국 언론사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 대학을 평가하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진정으로 대학들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평가라면 평가를 통해 대학들이 반성하고 분발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평가의 충분한 데이터와 대학의 장단점을 제공하는 등의 컨설팅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대학의 평가는 언론사가 아닌 국가의 교육기관에서 공정하게 이루어 져야 할 것이고, 대학들과의 적절한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의 태도다. 언제까지 언론사를 탓하며 끌려 다닐 것인가? 대학 스스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따라 연구·교육 특성화 등을 추진해야지, 대학순위평가 결과에 따라 계량지표에 연연해 큰 그림을 못 보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언론사의 권력에 끌려 다니면서 낭비할 자금이 있다면, 학생들을 위해 더 투자하는 대학이 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신문을 읽는 독자들이 신문을 맹목적인 눈으로 보기보다는 비판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독자들이 신문에 대해서 방송만큼만 공공성에 대한 인식을 갖는다면 언론사 대학평가가 광고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악용되진 못할 것이다. 

이지은(과기대 사체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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