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8월 20일, 26살 7개월의 나이로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이상이 태어났다. 구레나룻 수염을 기르고 보헤미안 넥타이에 백단화를 끌며 거기다가 스틱까지 휘두르고 다닌 창백한 얼굴의 시인 이상. 그의 산문을 오규원 시인이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로 엮었다.

“소문 속의 이상만 잘 알고 있는 야릇한 현상 속에 이상 문학이 자리 잡고 있다”

오규원 시인은 이상의 작품이 난해하다는 평가 때문에 일반 독자가 읽지 않는 게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이상을 천재 또는 광인으로 추상화시키지 말고 일화 속에 묻혀 있는 이상을 보라고 권유한다.

세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살았던 이상은 권태에 휩싸여 글을 썼다. 그는 다방을 차려 여자 셋과 사랑을 하고, 폐렴에 걸려 젊은 나이에 죽는다. 이상의 일생은 작품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엮은이는 각 작품마다 이상의 생애와 작품의 관계를 설명해 작품을 보다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올해는 '밤의 슬픈 공기를 원고지 위에 깔고 창백한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이상이 태어난 지 100년째 되는 해이다. 백년 전과 비슷하게 세계화라는 21세기 화두가 주는 혼란 때문인지 2010년의 우리는 그의 꿈틀거리는 미의식이 그립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