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국제 중학교를 졸업한 박해윤(사범대 영교10)씨는 지난 겨울 방학 TOEFL 학원을 등록했다. 그는 영어권 국가 원어민과 수월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 강의를 따라가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박 씨는 “공모전에 지원하거나 대외 활동을 하려해도 공인영어시험성적 제출을 요구해 시험 대비 학원도 다녔다”며 “하지만 말하기 영역 대비를 위해 수백 개의 예상 답안을 암기하라고 가르치는 학원 방식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 일러스트 | 이민지 전문기자


공인영어시험점수는 졸업필수 자격증
한국 사회에서 공인영어시험 성적은 필수가 됐다. 국내 1000대 기업 중 93% 이상이 신입사원 채용에 공인영어시험 성적을 활용하고 있고 전문대학원을 비롯한 대다수 대학원 입학 조건도 마찬가지다. 대학 역시 ‘졸업자격요건’, ‘영어능력인증제’ 등을 시행해 학생들에게 졸업을 하려면 일정한 영어 점수를 갖추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TOEFL IBT 86점을 입학조건으로 정한 서울대 로스쿨 관계자는 “정할 때 특별한 연구나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다”라며 “세계의 많은 대학이 활용하는 지표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시험이 오히려 실력이 아닌 시험만을 위한 공부를 하는 사회 분위기를 형성했다. 김예지(정경대 통계10) 씨는 “성적이 실력을 입증하는 지표가 되다보니 성적만을 위해 공부할 수밖에 없다”며 “영어는 이미 ‘자격증’이 됐다”고 말했다.

이희경(문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기업의 국제 거래에 필요한 영어 실력을 가늠하는 TOEIC과 학문적인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TOEFL이 시험출제의도와는 맞지 않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기업에서도 대체할만한 객관적 기준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필요한 영어 실력을 측정하기엔 적절치 않은 시험이기에 학생들이 전반적인 영어 공부보다는 시험만을 위한 ‘기술’을 익히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성적과 일반 실력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며 “게다가 ‘자격조건화’된 영어 시험은 학생들에게 부담이 돼 원래 목적인 자발적인 영어능력 향상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짜 영어 공부의 대안을 찾아서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부터 국가영어능력평가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교과부는 2011년 12월 이제까지 상용됐던 해외 공인영어시험을 대체할 국가시험을 목표로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영어 실력을 인증하는 시험을 고안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영어능력평가는 우리나라 실정을 고려한다는 의미가 있고 영어의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등 네 영역 고루 평가한다.

한편, 본교에서도 영어 교육을 변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교수학습개발원과 국제어학원에서는 공인영어시험성적의 졸업자격조건 유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교수학습개발원은 졸업자격조건이 학생들의 전반적인 영어 능력을 나아지게 하기보다 시험에 초점을 맞춘 공부를 유도하는 역기능을 억제하고자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교수학습 개발원 관계자는 “공인영어시험성적을 졸업자격조건에서 제외하는 대신 올해 시작된 수준별 영어 수업을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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