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도(문과대 언어학과) 교수는 인문학을 알기 위해선 소쉬르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 학자의 노력과 열정에 힘입어 이뤄졌다. 본교 응용문화연구소 소장이자 한국기호학회 회장인 김성도(문과대 언어학과) 교수는 사후 100년이 지났지만 소쉬르 연구는 아직도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를 만나 ‘미지의 천재’ 소쉬르와 그의 학문 세계에 대해 물었다.

- 이번 학술대회의 성과는 뭔가
“‘형이상학적 언어학자’ 소쉬르의 모습을 알게 됐다. 말년의 소쉬르는 육필을 통해 형이상학적 언어학의 특성 중 하나인 언어의 파편성에 주목했다. 파편적이란 것은 체계도 없고 흔적도 전혀 남지 않는 언어의 특성을 나타낸다.”

- 소쉬르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형이상학적 소쉬르’가 주목받기 전 소쉬르는 세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소쉬르는 현대 언어학의 개창자인 동시에 산스크리트어의 대가다. 소쉬르 이전 언어학계의 지배적인 이론은 독일에서 탄생한 역사언어학이었다. 소쉬르는 이를 습득해 산스크리트어를 연구했던 학자인 동시에 기존의 언어학 패러다임을 넘어 언어의 내적 구조를 연구한 현대 언어학의 개창자이다.”

- 소쉬르의 저작은 <일반언어학 강의> 뿐이다
“<일반언어학 강의> 외에도 소쉬르가 개인적으로 쓰던 필사본이 많다. 세간에는 소쉬르가 저술 공포증, 산스크리트어의 영향 등으로 저술을 거부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다. 소쉬르는 수많은 필사본을 남겼고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개된 건 10~15%수준이다. 소쉬르의 필사본은 아직도 발굴과 연구를 기다리고 있다.”

- 현재 소쉬르 연구의 현황은 어떤가
“언어학계 사정과 문헌학적 어려움 때문에 소쉬르 연구는 매우 더디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다. 언어학계에는 소쉬르를 제외하고도 퍼스(Peirce) 등 연구할 과제가 너무 많다. 소쉬르 연구에만 매진하는 건 모험일 수 있다. 문헌학적 어려움도 있다. 필사본 해독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고도의 정신작업이다. 문헌학 비전공자가 어설프게 건드릴 수 없다.”

- 소쉬르 연구의 최신 경향은 뭔가
“소쉬르 연구는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표현이 맞다. 100년 간 그의 언어학 이론이 연구됐기 때문이다. 학술계에서 특정 이론이 한 세기 가까이 생명력을 유지하는 건 대단한 현상이다.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언어학자 중 한명이라 불리는 노암 촘스키(Noam Chomsky)의 이론 역시 100년 동안 지속될지의 여부는 미지수다. 소쉬르도 자신의 이론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줄 몰랐을 거다.”

- 소쉬르 연구의 의의는 무엇인가
“소쉬르는 단순한 언어학자가 아닌 20세기 구조주의 인문학의 선두주자다. 혹자는 소쉬르를 프로이트(Freud), 마르크스(Marx)와 더불어 20세기 3대 인문학자로 꼽는다. 소쉬르를 공부하는 건 20세기를 넘어 21세기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날 대학생이 소쉬르에 관심이 없어진 건 인문학이 ‘망각의 시대’로 들어섰기 때문은 아닐까 걱정된다. 프로이트, 마르크스 그리고 소쉬르를 잊어버린 인문학은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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