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빅데이터가 도대체 뭐야? 별 의미도 없는데 다들 난리들이야.” 과장의 한마디에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런 분위기를 깬 팀원의 한 마디. “그런 용어들은 아주 중요해요. 보고서를 통과시켜주는 마법의 키워드잖아요.” 직장생활의 모습을 담은 인기 웹툰 <가우스전자>의 한 장면이다.힐링, 인문, 소셜...키워드(Keyword)는 단어 그대로 모든 것을 통과시켜주는 열쇠(key)라도 된 듯 사회 전반으로, 베스트셀러의 구절로, 뉴스 사회면의 한 줄로 얼굴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키워드들은 주로 사회에 새로운 개념이 제시될 때 생겨난다. 그렇기에 강렬하지만 일시적이며, 사회에 정착될 즈음에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빅데이터’도, ‘소셜’도 용어가 사회에 뿌리내리면서 오히려 파급력이 점차 줄어들었다.

 최근 이러한 ‘키워드’들이 정치권의 캐치프라이즈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내세우기 시작하더니 이에 맞대응이라도 하듯 야권에서 ‘새정치’를 내세웠다. 덕분에 신문 정치면에서는 ‘새정치’ 경제면에서는 ‘창조경제’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규제’, ‘통일대박론’ 등 정치권이 만들어내는 키워드 역시 만만치 않은 기세를 보인다.

 빅데이터는 어렵긴 해도 의미가 있었다. 소셜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누군가가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새정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대답해 줄 사람은 누구일까. 심지어 만든 사람 조차도 무엇인지 모르고 ‘결재’받기 위한 용어로 쓰이는 것 같다.

 앤디 워홀은 말했다. 유명한 사람은 똥을 싸도 사람들이 찬사를 보낼 거라고. 이제 사람뿐만 아니라 단어마저도 일단 유명하게 만드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래도 만들어진 수식의 남발이 아닌 진정한 키(key)워드가 제시되는 사회로 되길 바란다.

정서영 학술시사부장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