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은 당대의 문화를 담으며 변화한다. 본교 민족문화연구원(원장=최용철 교수, 민연) 사전학 센터의 도원영(민족문화연구소) 교수에게 사전의 역사와 전망 등에 관해 물었다.

▲ 도원영(민족문화연구소) 교수사진 | 조아영 기자

 - 사전에 문화는 어떻게 담기는가
  “한 언어 공동체가 쓰고 있는 모든 말을 다 담고 있는 대사전에는 그 시대의 언어문화가 담깁니다. 대사전은 아주 기초 어휘부터 옛날 말, 방언까지도 포함합니다. 비속어도 포함되고 우리가 자주 틀리는 비표준어도 포함하게 됩니다. 사실 언어문화가 담긴다는 것은 표제어에도 해당되지만 그 표제어를 뜻풀이하는 내용 안에서 더 의미를 가집니다. 당대 사람들이 갖고 있던 생각을 대표해서 편찬자들이 풀이를 하기 때문입니다.”

 - 신어(新語, 사전에 새로 싣게 되는 표제어)의 선별기준은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은 기존 국어사전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신어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신어는 빠른 속도로 생겨나는데 그냥 한 번 쓰이고 없어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임시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임시어가 여러 형식의 글, 예를 들면 기사, 블로그 같은 웹, 논문, 그리고 일반 저서까지 쓰인다면 ‘두루’ 쓰인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검증 단계를 굉장히 오랫동안 거칩니다. 이 사전의 경우, 제안된 신어를 놓고 편찬자들의 3분의 2가 동의하는 것이 사전에 담기는 기준이었죠. 2009년 신어를 실을 당시에 연구원들은 젊은 학부생부터 50대 초반의 선생님까지 연령대가 다양했고 그들 대부분에게 찬성을 얻어야 사전에 실릴 수 있었습니다. 당시 ‘꽃미남,’ ‘호빵,’ ‘봉고,’ ‘팥빙수’ 등이 새롭게 사전에 실리게 됐습니다. 모두 예전부터 쓰이긴 했지만 사전에 등재되지 못한 채 오랫동안 쓰인 말이었죠.”

 - 위키 백과를 사전으로 인정하나
  “학회에서도 이와 관련해 세미나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위키 전문가들의 발표 내용 중 위키의 한계를 짚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위키 백과의 내용이 학문적 성격을 일부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위키만이 갖고 있는 것과 위키가 가지지 못한 것이 함께 축적된다면 이 시대가 지나고 또 새로운 형태로 사람들이 참여하는 사전이 생겨나지 않을까 합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위키를 자주 활용한다고 하는데, 기초적인 단계에서는 찾기 좋겠지만 보다 깊은 학문적 접근을 위해선 원 출처의 자료를 살펴보는 활동이 연계돼야 하겠죠. 그런데 보다 더 심화적으로 학문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 학생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이나 일본에는 공구서(工具書, 한문 텍스트를 읽기 위해 필요했던 자전, 사전, 연감, 색인, 지도와 도감 도록 등을 의미함)라는, 더 깊이 있는 연구나 학문적인 정보로의 접근을 이끌어주는 수단이 존재합니다. 넓은 의미에서 사전도 학문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학문을 보조하는 도구로서 그 역할이 이해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국어사전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가
  “간단히 짚으면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1103년 <계림유사>가 우리나라 국어사전의 효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외국인이 귀에 들리는 대로 우리말을 받아쓴 대역어휘집이라 발음 표기가 정확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으로 돌아와 근대 개화기에는 서양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서구식 사전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선교나 외교 활동을 위해 그들이 편찬하게 된 것이죠. 그 다음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말로 사전을 만들려 시도했던 것이 1910년 <말모이>였습니다. 주시경, 이두봉 선생님이 사전작업에 참여했다는 약간의 기록과 원고지가 남아있지만 사전이 완성되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후 정말 중요한 것이 본격적인 사전으로서 규모나 체제를 갖춘 1938년 문세영 사전입니다. 어휘가 9만 개 정도 되는데 우리가 지금도 쓰는 말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1947년 한글학회의 <큰사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성적인 중사전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최근 포털사이트의 사전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다 중요하고 좋은 사전입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NAVER)’의 경우 표준국어대사전으로 검색이 되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해서 표준어 사전, 관련어 사전 등 다른 사전으로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용자들이 검색을 했을 때 내용이 풍부하게 나오는 것을 제일로 삼기 때문에 많은 정보의 양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그러다보니 너무 오래되거나 아무도 보지 않는 컨텐츠들도 포함돼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있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가 떠서 어떤 것이 이용자가 원하는 것인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세종’을 치면 28개 사전의 내용이 뜹니다. 하지만 내용은 비슷비슷하고 어떤 것이 가장 신뢰할 만한 것인지 이용자들은 혼란스럽겠죠. 반면, 포털사이트 ‘다음(DAUM)’은 내용의 양보다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사전을 활용하기 좋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포털사이트를 통해 쉽게 사전에 접근할 수 있는 나라가 없습니다. 일본만 해도 사전을 이용하려면 해당 사이트에 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죠. 우리나라는 사전을 모두의 공공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전을 편찬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사전이라는 것은 한 나라의 정신문화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 편찬에 지원과 육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연 사전학센터의 진행사업은
  “네이버나 다음이 사전을 무료 공개한다고 해서 사전 컨텐츠 개발을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현존하지 않는 새로운 사전도 만들어야 하고, 기존의 것도 계속 바꿔야합니다. 앞으로 사전을 만드는 사람을 교육하기 위한 사전편찬교실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1기에 이어 2기를 모집하고 있는데 1기는 고전문학, 한문학, 국어학 등 다양한 전공의 대학원생 위주의 수업이었습니다. 대학원생이 사전을 배우고 연구해서 자기 연구에 응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주는 것이죠. 각 분야마다 전문가들은 ‘재야의 고수’처럼 존재합니다. 이런 지식정보를 모아서 공유하도록 해주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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