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인재’를 찾기 위한 노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대학이 제시하는 교육이념과 맞는 ‘인재’를 찾기 위해 본교도 입학사정관 전형의 비중을 확대시키고 있다. 평균 1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014학년도 OKU 미래인재전형 합격한 정승연(정경대 경제14) 씨와 8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국제인재 전형 합격자 곽동륜(정경대 정외14) 씨를 만나 교내에서 본 전형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느꼈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들은 입시의 당사자였던 ‘과거 수험생’으로서, 본교의 향후 입학사정관 전형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제시해줬다.

▲ 사진∣장지희 기자 doby@

똑같은 17세, 다른 수업
두 사람 모두 출신 고교가 대학진학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학교 자체의 환경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사고 출신의 곽 씨와 일반고 출신의 정 씨는, 고등학교에서 배운 과목부터 달랐다. 곽 씨가 다닌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대학생처럼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으로 시간표를 짰다. 그리고 일반고에서 배울 수 없는 과목들이 개설됐다. 수업환경도 차이가 있었다. 그가 수강한 ‘Public Speaking and Presentation’은 8명이서 진행된 소규모 수업이었다.
“2학년 때 3학년 선배들과 같이 들었던 ‘국제법’ 시간엔 유엔국제사법재판소(ICJ) 판례 하나를 선택해 직접 분석하는 발표를 했어요. 멩끼오 섬과 에끄레오 섬을 둘러싼 영국과 프랑스 영토분쟁에 대한 판례를 분석하고 이를 독도문제와 연결시켰죠. 사법고시에 나왔던 문제가 연습문제로 주어지기도 했어요. 2학년 때 수강한 ‘국제정치’는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과 같은 책 요약본으로 수업이 진행되기도 했고 이외에도 AP world history 등 다양한 심화과목이 개설돼 원하는 만큼 원하는 분야를 공부할 수 있었어요.”
할 수 있는 활동도 달라
교내에서 개최되는 대회 및 동아리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기본적으로 정 씨의 학교에선 △수학, 과학경시대회 △논술대회 △토론대회 등이 열렸다. 정 씨는 적극적으로 학교 대회에 참가해 많은 상을 받았다. 눈에 띄는 대회론 ‘커리어 포트폴리오 경진대회’가 있었다. 정 씨가 속해있는 동아리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멘토링 해주는 동아리였다.
곽 씨가 속해 있는 동아리는 법 관련 동아리 두 개, 모의유엔 동아리 한 개, 그리고 유도부로 4개였다. 곽 씨의 고등학교에선 동아리를 만드는 게 자유로웠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동아리를 만들고 이에 대한 활동을 조직적으로 해 나갔다.
“3년 동안 활동한 법 관련 동아리에선 동아리 원 끼리 생활 법 경시대회 스터디도 하고, 모의재판 경연대회에 나가 대상도 받았어요. 모의유엔 동아리에서도 교내에서 친구들과 모의유엔 연습도하고 대회도 나갔어요. 유도부에선 수요일마다 2시간씩 교내 고대 유도부 부장 출신인 선생님과 유도를 했죠. 이외에도 구비문학경연대회에 나가 수궁가의 한 대목을 판소리로 해 대상을 받기도 했어요. 마지막으론 1인 2기라는 게 있었어요. 1인 2기란 한 사람이 하나의 운동과 하나의 미술 혹은 음악을 배우는 것이에요. 오후 4시에 수업이 끝나면 주 4일, 2시간 동안 이를 익히는 시간을 가졌어요. 나는 3학년 1학기 까지 이 시간을 이용해 유도, 플롯, 거문고, 테니스를 배울 수 있었죠.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나의 진로와 관련된 곳의 관계자와 연결해줘 국회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인턴기간을 가졌어요.”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다른 반응
입학사정관 전형을 대하는 학교 분위기도 달랐다. 정 씨의 학교는 매년 서울대 10명, 고려대 20명, 그리고 연세대 20명 정도의 합격생을 배출한다. 대부분 논술전형을 통해 위 대학에 합격한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은 소위 ‘스펙 좋은 학생’이 아니라 ‘내신 좋은 학생’이다. 정 씨의 학교는 정씨가 OKU 전형을 지원한다고 했을 때 극구 말렸다. 새로 신설된 전형이기도 하고 불합격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고에선 수시 지원을 무서워하죠. 외고나 특목고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일반고 학생이 수시에서 성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학교생활을 적극적으로 했다는 걸 보여주는 것뿐이에요. 우리학교의 경우 일반고 중에선 활동을 많이 지원해주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교에서 할 수 있는 활동 자체부터 자사고와 너무 차이 나는 것 같아요.”
반면 곽 씨의 학교는 내신보단 활동에 중점을 둬 학생마다 어떤 대학의 인재상에 부합하는지 알려준다. 곽 씨의 학교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합격생이 약 80%다.
“전교생의 70% 이상이 본교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했을 거에요. 수시전형 위주로 합격생을 배출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적극 추천하죠. 심화과목을 많이 이수하는 학교여서 좋은 내신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수능 또한 제대로 준비하긴 힘든 환경이기 때문이에요.” 
학교의 정보력 차이
학교의 정보격차 또한 존재했다. 새로 신설된 전형이다 보니 정보가 적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 속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보였다. 부족한 정보, 그리고 새로운 전형에 대한 불안감은 정 씨를 사교육으로 이끌었다.
“모교에서 저만 OKU 미래인재 전형에 합격했어요. 5~6명이 지원했지만 1차에서 다 떨어졌고 선배 중에서도 합격한 사람이 없었어요. 전형에 대해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요. 자소서 첨삭 한 번 받는데 20~30만원이 들었죠. 1차 합격자 발표 후엔 학원에서 면접 준비용 강의를 수강했는데 이때도 하루 만에 몇 십 만원이 나갔어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면접할 땐 면접관 눈을 맞춰라, 목소리는 좀 더 크게 해라’ 이런 말 뿐이었죠. 그래도 일반고 학생들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어요.”
이에 반해 곽 씨는 모든 걸 학교 내에서 준비할 수 있었다. 선생님의 대부분이 전형에 대해 깊이 알고 있었고, 학교 내에서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경험이 있는 선생님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곽 씨의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과거 입학사정관, 대기업 회사원, 사법고시를 준비했던 사람 등 다양한 실무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이었다.
“2013학년도 OKU 미래인재 전형에 지원한 선배들의 면접후기와 자소서가 담긴 자료집을 볼 수 있었어요. 또한 학교에서 1~2회 진행된 카메라 모의 면접은 녹화된 내 모습을 보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창의성 평가의 경우, 국어 선생님 한 분이 4회에 거쳐 준비시켜줬어요. 고대 open KU 강의 하나와 TED 강의 하나를 보여준 후 두 주제를 융합해 쓰는 글 연습을 시켜준 것이었어요. 실제 이러한 방식으로 창의성평가가 진행된 걸로 알아요. 내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관련 분야에서 일하셨던 선생님께 물어보면 되요. 학교 내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마련돼 있는 게 사실이죠.”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두 학생은 모두 ‘인재 발굴’을 위한 입학사정관제의 장점에 크게 공감했다. 그 자신의 꿈과 관심사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 있고, 단순히 시험만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하는 전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아직 본 전형의 문제가 너무 많다는 데 입을 모았다.
“전형료가 너무 비싸요. 6개 수시 원서 중 4개를 입학사정관제로 썼는데 40~50만 원이 한 번에 나갔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비롯해 일반 학생들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에요. 또한 공교육이 정상화될 필요가 있어요. 사실 저는 일반고에서도 제가 다닌 고등학교 수준으로 학생들이 지도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1학년 1학기 때엔 일반고에 다녔는데 학업 외적인 것에 대한 선생님들의 관심이 일반고와 자사고가 많이 달랐던 걸 피부로 느꼈죠.”
“자소서 문항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자답하며 저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어요. 처음엔 자소서를 멋지게 써야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솔직해지고, 진지하게 꿈에 대한 자세를 갖췄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본 전형을 ‘주변의 도움 없이’ 준비하는 건 불가능해요.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하는 전형은 경제력, 정보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불리하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입학사정관 전형의 제도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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