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취업포털에서 구직자 484명이 응답한 설문조사의 결과가 눈에 들어왔다. ‘전공과 관련된 직무에 입사 지원 중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는 응답이 59%였다. 10명 중 6명은 전공과 무관하게 지원하는 ‘취준생’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 또한 그 6명 중 1명이다. 원래 전공은 체육이다. 운동하는 학생이지만 공만큼 키보드에 익숙하고, 몸을 쓰는 만큼 머리를 쓰는 것도 좋아한다. 언론사 계열의 직업을 희망하기도 한다.
체육 직종으로 직업을 선택하려 했지만, 진로 선택에서 ‘좋아하는’ 이라는 요소를 뺄 수 없었다. 삶의 방향의 좌우할 수 있는 직업선택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신중한 사안이다. 내가 체육보다 글쓰기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가족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신발주머니를 차고 다니던 9살 적에 외삼촌이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지금도 그때의 일기장에는 삼촌의 흔적이 남아있다. 죽음의 의미도 모른 채 삼촌이 사라졌다는 슬픈 마음에 글을 썼다. 지금도 그 일기장을 보면 그때의 슬픔이 떠오른다. 생각과 감정을 오랫동안 남기는 글쓰기가 이런 식으로 나를 잡아끌었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 그게 진정한 멋이라고. 그렇다면 직장이 우리가 입는 옷과 같은 것일까. 인생을 결정지을 만한 결정적 복선이 되는가. 만약 그렇다면 수능 시험장에서 시험을 막 끝마치고 나온 학생들은 자신의 직장을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국·영·수를 막 끝마친 예비 대학생에겐 자신의 미래 직업과 어울리는 전공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에게는 가혹한 입시와 짧은 시간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정해진 답은 없다.
얼마 전 20년 지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글 쓰는구나. 너 멋있다.” 하지만 그다음 대화는 조금은 차갑게 다가왔다. “그런데 너 전공이 체육이잖아…의외네.” 의외인 것들이 어색하지 않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더욱이 전공한 무관한 직업이 그리 의외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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