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오늘, 시인 기형도가 29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시를 읽노라면 지독하게 우울하고도 철저하게 외롭다. 살아생전 밝고 유쾌한 성격이었다던 그의 시가 이토록 고독함을 내뿜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 /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 /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 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가장 좋아하는 기형도 시인의 시 ‘입 속의 검은 잎’ 중 끝부분이다.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는 부분엔 1980년대 당시 기자로 활동하던 한 청년의 사회와 삶에 대한 고뇌가 담겨있다. 불의에 저항하지 못하고 바른 소리 하지 못 하는 그 현실이 얼마나 암담했을까.

그렇다면 20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헌법에도 명시된 집회결사의 자유는 어느새 사라지고 유령이 집회를 여는 상황까지 왔다. 정부를 비판하거나 다른 의견을 가지면 ‘빨갱이’로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늘 해야 한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현 정부에 관련된 어느 하나 작은 부분에서라도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아끼고 있다. 신문에 칼럼을 실을 때조차 필명을 빌려 싣는 경우도 있다. 댓글 하나 남기는 것조차 미리 ‘판사님’에게 읍소하며 법정에 설 수도 있을 거란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사람들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게 2016년 지금의 현실이다.

기형도 그가 지금도 살아있다면 57세의 중년이 되었으리라. 오늘날 중년이 된 기형도 시인의 시도 여전히 우울하고 외로울까.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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