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일요일 오전, 집 근처 슈퍼에서 복권을 산다. 복권을 사기 시작한 지는 이제 세 달이 넘어간다. 그전까진 태어나서 복권을 사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냥 운이 좋은 누군가가 당첨되는 것. ‘이왕이면 돈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 당첨됐으면 좋겠다’는 뭉뚱그린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세 달 전 내가 복권을 처음 샀을 때를 기억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을 많이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불확실한 미래, 은퇴를 앞둔 아버지, 장남으로서의 책임 등 언제부턴가 내가 지고 있던 무게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돈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나 돈 많아요”라고 자랑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내가 살고 싶은 삶, 그 삶에 돈이라는 게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가 말했다. “사회가 문제인거야. 돈 없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돼. 우리가 이 사회를 바꾸려면...” 친구에게 한마디만 했다. “나도 조금은 (무엇이 문제인지) 안다.”

기자 생활을 하며 조금은 알아버린 사회구조에 어느새 자꾸 한탄만 늘어놓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내겐 세상을 개혁하고 싶은 커다란 용기는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핸드폰으로 찰리 채플린의 글귀 하나를 읽었다. ‘이 사악한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조차도’

어쩔 수 없다. 팍팍한 세상에도 긍정적으로 살아보련다. 4주 전에도 복권을 샀다. 여전히 복권에 당첨돼 많은 돈을 가지고 싶다. 하지만 세상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왠지 당첨의 행운을 줄 것 같지 않다.

일요일 저녁, 사당역에서 집으로 가는 2호선 환승구간 오르막길을 걷고 있었다. 옆에서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끌고 올라오신다. ‘퉁, 탕, 퉁, 탕’ 할머니에게 주위 사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왠지 도와드려야할 것 같다. ‘왜냐고? 착하게 살면 복권 당첨이라는 행운이 나에게 올 것 같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마음이 이타적인 행동을 낳는다. 다음날 아침, 집 앞에 폐지가 떨어졌다. 앞서서 가시는 할아버지께 폐지를 드렸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어도 그것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은 곧 욕심이 된다고 누군가 말했다. 나는 이번 주 일요일에도 복권을 살 것이다. 아직도 당첨되고 싶냐고? “당연히 그렇다.” 그렇게 나는 이번 주도 복권을 이유로 좋은 생각, 좋은 행동을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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