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은 독립하는 시기가 늦어졌고, 수명이 길어진 노부모를 책임져야 하는 역할도 동시에 가지는...” 얼마 전 전공 수업에서 한국의 50대가 소개됐다. 우리나라 50대 자살률은 10만 명당 34명,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대한민국의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50대, 특히 58년생에서 61년생을 일컫는 베이비 붐 세대의 두드러진 특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나이에 결혼하고 퇴직한다는 것입니다.” 한 귀로 강의를 흘려듣던 중 교수님의 이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내 한 사람이 떠올랐다. 집에는 아직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자녀 세 명과 최근 들어 병원을 가는 횟수가 부쩍 늘어난 노부모를 모시는 그 사람. 바로 61년 10월 5일에 태어나신 아버지가 떠올랐다.

  다른 50대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별 볼 일 없는 부모가 되기 싫어 오늘도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사람들. 2017년 한국 남성의 평균 퇴직 연령은 51.7세이다. 여성의 퇴직 연령은 49.9세로 50세를 끝내 채우지 못한다. 은퇴 후 10년 이상은 어쨌든 경제활동을 해 자녀들을 독립시키고 노부모를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가는 길은 어둡기만 하다. 그 어두운 길에 있는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기 십상이다. 은퇴한 후 비교적 쉽게 시작한다는 프렌차이즈 식당, 카페는 70%가 1년도 못 버틴다. 재취업은커녕 퇴직금도 지키기 어렵다는 소리다. 정부와 기업은 문제를 알면서도 마땅한 대응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갈 곳 잃은 50대는 먼 미래가 아니다.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옆 나라 일본의 경우 몇몇 기업에서는 은퇴한 근로자를 ‘직업책임자’로 재고용해 이들이 경제활동을 오랫동안 하도록 유도한다. 중장년층의 재고용과 함께 젊은 층은 경험 많은 중장년 세대의 조언과 관리를 통해 일을 더 빨리 습득할 수 있다.

  변해야 하는 건 기업만이 아니다. 대학 역시 중장년층이 재교육을 받는 정식 교육 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학위를 따기 위한 교육과정에서 철저한 평가와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고령화 시대에 대학이 해야 할 일이다.

  정부와 기업, 정부와 대학이 협력해 앞이 보이지 않는 50대의 등불이 돼야 한다. 우리 사회의 50대들이, 나의 아버지가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짐을 덜어내기를 희망한다.

 

글 | 공명규 기자 zeromk@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