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나리오에서는 사기꾼이 자신을 고대 동창으로 사칭해서 상대방으로부터 큰 호감을 얻는데, 나중에 고대에서 명예훼손으로 문제삼지는 않을까요?”, “저희는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찍는데 그 인물을 긍정적으로 그리는데도 반드시 동의를 받아야 하나요?” 영화 제작 단계에서 질의를 받는 이와 같은 일견 간단해 보이는 질문들에도 여러 가지 법률 문제들이 숨겨져 있다.

우선 사기꾼이 자신을 고대 동창으로 사칭하는 것이 명예훼손이 되는 지에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려야 할 것이다. 사기꾼은 자신을 멋있게 포장하려고‘고대 동창’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이지, 고대에 나쁜 이미지를 얹은 것이 아니며, 고대생이나 고대 동창들이 특정되지 않을 만큼 다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존 인물을 영화에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는‘인격권적 의미의 초상권’침해 여부와‘사람의 초상, 성명 등 그 사람 자체를 가리키는 것을 광고 등에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인‘퍼블리시티권’의 침해 여부 등이 문제될 수 있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대체로 명예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는 한 자신의 초상이 이용되는 것을 수인 해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에서 실존 인물의 성명, 사진 등을 사용하는 것은 광고와 같은‘상업적 이용’으로 볼 수 없으므로‘퍼블리시티권’의 침해를 부인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명예나 프라이버시 침해가 없는 한, 당해 인물의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그 사람에 관한 영화를 제작할 수 있으나, 명예나 프라이버시 침해가 있는지의 여부는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하고, 가능하면 사전에 동의를 받아 영화 제작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영화 제작에 있어서 영화가 내용 면에서 법률에 저촉되는 점이 없는지를 사전에 검토하는 것은 꼭 필요한 작업이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초상권, 저작권 등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검토가 면밀히 되지 않은 채 제작된 영화는 상영도 되기 전에 피해자로부터 영화의 상영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받을 수 있다.

완성된 작품이 개봉관에서 제때에 상영되지 못하고 묻히게 된다는 것은 그 영화에 매달려 모든 것을 바쳐온 사람들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을 뿐더러, 관계된 여러 사람에게 막대한 금전적인 손해를 입힐 수도 있다. 물론 사후에 피해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해외 작가들의 그림이나 음악을 영화에 허락 없이 사용한 경우에는 고가에 해외로 팔 수 있는 영화가 그러한 문제 때문에 해외 배급을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   

영화의 내용에 관한 문제 외에도 영화가 법과 만나는 접점은 다양하다. 영화제작사를 중심으로 보면, 제작사는 시나리오 작가, 감독, 배우들, 촬영, 조명, 미술, 음악 등을 위한 스텝들과 모두 계약을 체결해야 할 뿐 아니라, 투자사나 배급사와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한번은 어느 영화사의 제작부장이 계약서 검토를 의뢰하며 “예전에는 계약하자고 하면 저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었는데, 요즘은 계약서를 읽어보고 도장을 찍는 사람이 생겨서요”라고 얘기하며 웃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형님, 아우로 술잔을 기울이며 타일러서 해결되는 문제들이 줄어들고, 계약을 근거로 다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계약을 모호하게 해 둘 경우 속편이나 리메이크를 만들 권리가 시나리오 작가에게 있는지, 1편을 제작한 영화제작사에 있는지 배급사에 있는지의 다툼과 같은 여러 분쟁들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분쟁들은 국내 영화계에서 불필요한 힘의 소모만을 만들뿐이다. 

이렇게 영화에는 제작의 각 단계에 법이 숨어 있고, 사전적인 법적 고려는 그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그러나‘법’이라는 것도‘사회적 합의’의 일종인 만큼, 이러한 고려에 있어서 법의 해석과 적용이 영화 창작에 대한 족쇄가 아니라 창작의 자유를 보호해 주는 합리적인 울타리가 되도록 함께 그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문건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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