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관객이 미래의 영화 결정한다
시사회 관객이 미래의 영화 결정한다
  • 문화부
  • 승인 2002.09.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연애소설』 시사회를 가다


수요일 저녁 영화 시작 40분 전, 계단까지 길게 늘어선 줄, 좁은 통로는 입장권을 받기 위한 사람들로 무척이나 복잡했다. 표를 사는 것이 아니라 받는다…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듯, 이곳에서는 영화를 개봉하기 전에 미리 그것도 무료로 볼 수 있는 시사회가 열리고 있었다. 
  


입장권 담당자들은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한 다음 표를 나눠준 후 영화가 시작되자 곧 자리를 떠났다. 이제 남은 것은 스크린과 관객, 그들은 이 장소의 온전한 주인공들이다. 시사회가 시작된 상영관 바깥은 지키는 사람없이 고요하기까지 했다.
 

역시 시사회라 상영관 안은 빈자리가 거의 없다. 친구들과 함께 시사회에 온 김지선(여·17세) 양은 “너무나 보고 싶은 영화라서 인터넷 사이트에 응모했다”며 “보고 싶었던 영화를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보게 돼서 기쁘고, 개봉하면 다시 영화관에서도 볼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렇게 시사회장엔 ‘바로 이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온 사람들이 많다. 또한, 동생이 응모한 시사회에 당첨돼 갑작스레 오게 됐다는 박 某양(여·20세)은 “무엇보다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다”며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나름의 영화평을 말해줄 예정”이라고 했다. 이렇게 시사회에는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나름대로의 평가가 존재한다.

시사회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입소문을 통해 영화 알리기 △영화사-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기업은 시사회를 고객을 위한 이벤트로 이용, 영화사는 기업으로부터 광고 배너를 얻거나 경품 물품 협찬 받기 △관객들의 반응을 영화의 후반작업에 참고하기 등이다. 그러나 관객들의 반응을 모니터하기에는 영화 개봉 시기가 촉박해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한다.

최근 들어, 시사회가 영화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친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영화 『집으로』의 경우 영화제작 단계에서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개봉 한 달 전부터 ‘온 국민 시사회’, ‘릴레이 시사회’ 등의 대규모 시사회를 펼친 결과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영화의 흥행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공동경비구역 JSA』 역시 시사회가 영화 홍보에서 충분한 효과가 있는 것을 보여준 영화로 평가되고 있는 작품. 『공동경비구역 JSA』를 만든 「명필름」의 마케팅실 이윤정 씨 는 “작품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1만5천명을 대상으로 일반시사회를 열었고, 확실한 입소문으로 흥행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씨네」 기획실 김지은 씨는 “시사회는 스타 배우가 출연하지 않거나 제작비가 적은 영화일 경우 더욱 적절한 홍보 수단”이라며 “작품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대규모 시사회의 경우 작품 자체에 대한 영화사 측의 자신감은 기본이다. 시사회 후 입소문이 나쁠 경우 달리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작품에 대한 자신감은 기본
철저한 마케팅 기획의 산물


그러나 시사회를 갖지 않는 영화들도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경우, 배우와 감독 또는 작품 자체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흥행 여부가 비교적 확실한 영화였기 때문에 시사회를 갖지 않고 바로 극장에서 소개됐다. 이와는 반대로 예상보다 작품의 질이 못 미치는 경우 일반시사회는 물론이고 기자시사회도 갖지 않고 극장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각 영화의 컨셉에 맞는 시사회를 기획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명필름」 마케팅실 이윤정 씨는 “『공동경비구역 JSA』의 경우 다소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어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VIP시사회’를 가졌는데 그 자체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고 말했다. 기업과 프로모션 시 영화의 컨셉에 맞는 관객들에게 시사회 기회를 주는 것도 그러한 철저한 기획의 일환. 386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면 「386닷컴」 사이트에 시사회응모 배너를 띄우는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아직까지 시사회는 전적으로 기획된 마케팅에 의해 관객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하나의 문화로 형성되지는 않았다고 평가된다. “시사회는 마케팅 수단일 뿐이다”라는 영화잡지 「키노」 홍동희 기자의 말은, 시사회가 아직은 좋아하는 영화를 남들보다 더 빨리 만나볼 수 있는 운 좋은 기회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사회에 참가한 관객들은 영화의 흥행을 결정짓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 앞으로 만들어질 영화의 내용과 질을 좌우할 수 있다. 결국, 영화 마케팅의 첨병 구실을 하고 있는 시사회가 하나의 문화코드로 탈바꿈할지 여부는 영화 관객들의 몫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