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토) 오후 7시에 본교 인촌기념관에서 신춘음악회가 있었다. 순수 아마츄어들로 구성된 본교 오케스트라는 매학기 시작과 함께 연주회를 개최하여 음대가 없는 본교에 고전 음악의 향기를 전하는데 일조해왔다. 이번 신춘음악회는 그리그의 페르귄트 조곡,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 그리고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을 연주했다.

연주는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일사불란했다. 완급 조절과 높낮이 변화가 두드러지는 페르귄트 조곡에서도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것으로 보아 겨울방학동안 연습을 상당히 많이 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바이올린 협주곡 형식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의 경우 오케스트라의 반주는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섬세한 독주 바이올린의 줄타기를 저 낮은 곳에서부터 견고하게 지지해주는 안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빨간 드레스의 바이올린 독주자는 손에 땀이 나서였는지 연주 사이사이 치맛자락을 움켜쥐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녀의 바이올린은 섬세하였으나 카덴차 부분에서는 간간히 조율이 어색한 부분이 눈에 거슬렸다.

브람스 교향곡 4번에서 역시 한층 성숙한 기량을 과시했다. 실력이 부족할 경우 그것이 가장 쉽게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금관악기군이고, 일류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서도 금관악기의 실수는 다른 악기군들에 비하여 귀에 거슬리는 수가 많은데, 본교 오케스트라의 관악기 주자들은 모든 연주가 끝난 뒤에 지휘자가 가장 먼저 일으켜 세워 박수를 받게 할 자격이 충분했다. 특히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듯 포근하고 따스한 소리를 들려주었던 플륫 주자에게 브라보를 외쳐주고 싶다.

싼 입장료에 비하면 박수는 조금 인색하다 싶었지만, 미리 준비된 것인 듯 지휘자는 두 번째 커튼콜에서 앵콜로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했고, 관객들은 박수와 발구름으로 박자를 맞춰줌으로써 이에 화답했다. 두 번째 앵콜곡으로 연주된 본교 교가가 끝나자 객석은 감격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필자의 개인적인 바람으로 본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모두 기립하여 교가를 따라 불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럴 경우 외부에서 오신 손님들이 당황할 수도 있었을테니 자제할 만도 했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단 돈 1,000 원에 행복한 토요일 저녁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었던 관현악단에게 갈채를 보낸다.

문제는 관객들에게 있었다. 극장이나 공연장에서 지켜야 할 몇 가지 에티켓이 있다. 소란을 피울 수 있는 어린 아이는 데려오지 말 것, 휴대 전화는 반드시 꺼둘 것, 연주 도중에 움직이거나 사진을 찍는 등 연주와 감상을 방해할 만한 행동은 삼가할 것. 지난 정기 음악회에서는 학우 한 사람이 무대로 나와서 연주할 작품에 대한 소개와 함께 연주 도중에 지켜야 할 매너에 대해 당부를 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번 신춘음악회에서는 이에 대해 들릴 듯 말 듯한 방송으로 짧게 언급하는데 그쳤다. 다행히 악장 사이에 박수가 나오는 불상사는 없었으나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레쉬가 터지는 바람에 연주에 집중하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아는 사람이 무대에 선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할 수는 있겠지만, 가족들만 초대한 음악회가 아닌 이상 순수하게 음악을 들으러 온 다른 관객들을 배려해주는 마음은 가져야 하지 않았을까?

이번 학기에 개설된 과목들을 살펴보니 상당수의 음악 과목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본교에 음악대학이 없다는 것은 하나의 컴플렉스가 될 수도 있을 터이다. 다행히 매학기 다양한 음악 관련 과목들이 개설되어 본교 학생들로서는 음악에의 상식을 넓히고 교양을 쌓는데 적잖이 도움이 되었는데, 이번 학기부터는 그나마도 어려워진 것이다. 이제는 고전음악 감상실과 관현악단의 정기 연주회가 거의 유일한 음악에의 통로가 된 셈이다. 학교 측과 학우들에게 음악에의 관심을 거두지 말아줄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

재료공학부 96 양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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