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창업 수기

  학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잡쇼퍼를 운영하는 권기원입니다. 저는 창업을 해야겠다는 진로를 정하고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1학년 때부터 강연 기획사, 화장품, 관광, 패션, 출판, 세일즈 관련 사업들을 도전했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 것 같다는 이유, 시장이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사업 아이템을 정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그려놓은 사업계획들은 공상과학소설이었습니다. 그래서 학부생 창업에는 한계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시에는 대놓고 벤처캐피탈 업계 사람들이 학부생 창업팀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왜 그런지 이해가 됐습니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학부생 창업 팀이 시니어 창업 팀에 비해 가지고 있는 강점이 없어 보였습니다. 산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도 부족하고, 인맥도 없습니다. 그럼 노력이라도 더 해야 하는데, 돌아갈 곳이 있는 학부생 창업팀보다 가정이 있고 생계가 걸린 시니어 창업팀이 절박함 마저 앞섰습니다.

  그렇게 존경할만한 대표님이 계신 스타트업에 가서 3~4년 일을 하고 창업을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던 중 3학년 2학기에 우연히 대외활동에서 가볍게 나갔던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한 결과들을 얻었습니다.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돼서 지원금도 받게 됐습니다. 저희가 만들어가는 서비스에 대한 시장 반응도 좋았고, 우수한 팀원들도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잡쇼퍼는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교육부 장관상, 서울혁신챌린지 최우수상 등을 받기도 했고, 가입자 10만 명 서비스를 마케팅 없이 만들어서 엑시트(Exit) 하기도 했습니다.

  이전 사업들과 달리 잡쇼퍼는 왜 좋은 결과들이 나왔는가 생각해봤습니다. 이때까지 사업 아이템들은 제가 흥미있는 분야도 아니었고, 역량이 있는 분야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벽에 부딪혔을 때 쉽게 포기했습니다. 잡쇼퍼는 AI기술로 진로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진로 고민이 많아서 이런저런 기업인들한테 손편지를 쓰고, 이메일을 보내고, 찾아뵙고 다니면서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렇게 창업이라는 진로를 정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고등학교에 특강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진로교육 분야는 학부생임에도 제가 역량이 어느 정도 있었고, 무엇보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벽에 부딪히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잡쇼퍼도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2번의 사업 피봇(Pivot)을 했고, 현재는 잡쇼퍼 3.0에 진입했습니다. 주변에 저희랑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스타트업도 처음에 계획했던 아이템을 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을 진행하며 고객이 원하는 것, 시장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면서 아이템을 방향성을 조금씩 수정해갔습니다. 아직까지 잘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단 하나의 공통점은 존버했다는 겁니다. 성공한 분들에게 비결을 물어보면 운이었다라고 답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업의 영역은 특히나 열심히하고, 잘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기회가 찾아와야 되고, 그 기회는 저희의 의지로 만들어내기 힘듭니다.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존버하며 경험치를 쌓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VC에서도 학부 창업팀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학부 창업팀들 중에서도 성공한 케이스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학부 창업팀이 시니어 창업팀보다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강점이 있다면 존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니어 창업팀은 가정이 있거나, 생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성과가 잘 나오지 않으면 1~2년 이상 버티기 어렵습니다. 기회를 기다릴 수 있는 유효기간이 짧습니다. 다만, 학부 창업팀은 돈이 없어도 버틸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폐업을 하더라도 다른 직장을 구하는데 창업 경험은 굉장히 강력한 경험치로 남습니다. 요즘 정부에서 창업을 장려하고 있고, 학교 차원에서도 이런저런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창업 과열 분위기를 걱정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오히려 창업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학부생 때 도전해보는 것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실패하더라도, 혹은 창업이 나와 맞지 않음을 깨닫더라도 작게 깨지고 크게 경험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권기원(경영학과 14학번) 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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