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됐다.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듣고자 중앙광장 PC방을 아침부터 가득 메운 사람들, 인문학을 마치 교양쯤으로 매도해버린 총장의 인터뷰, 총장이 바뀔 때마다 완전히 바뀌는 수업 시스템, 자신의 전공과는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주어지는 졸업조건들, 취업을 위한 퍼주기 학점. 과연 교육의 주체는 누구인가? 우리는 총장이, 기업이, 사회가 원하는 인간형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우리의 취업률은 우리 자신의 행복지수가 아니라 학교의 인기도를 매기는 지수는 아닌가? 자신의 생각도 글로 표현 못한다고 우리를 비아냥거리는 이들이야 말로 우리를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닐까? 항상 마감된 수업정보란을 보면서 한숨만 쉬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일까?

사회의 어떠한 부분도 따로 떨어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교육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학생이 원하는 다양한 수업은 최대한 개설하게 해야 하고, 마감되는 수업 역시 그것을 더 개설하게 해야 한다. 또한 우리 등록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 지를 공개하게 해야 하고, 재무제표를 보는 데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얻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좀 더 나은 교육환경과 교육권을 찾기 위해서 그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고대신문이 교육권을 찾는 이러한 운동에 둔감하지 않았으면 한다. 차라리 04학번의 입학을 축하하는 글보다는 새 수업체계와 수강신청 속에 나타나는 뒤틀린 교육의 모습을 평가하고, 그것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기사를 써보는 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개강호였다. 

이건원(문과대 한국사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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