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고연전을 말한다
[좌담]고연전을 말한다
  • 문화부
  • 승인 2002.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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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라”




‘고연제’ 기간 동안, 본교와 연세대는 스포츠 경기, 과·반 교류, 토론회, 문화·학술행사 등을 갖는다. 그러나 순수한 스포츠 교류로 시작됐던 고연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미가 퇴색했고, 현재는 무엇보다 운동 경기 즉 ‘고연전’의 승패에 지나치게 연연하며, 기차놀이 등으로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입기도 하는 등 ‘우리 학교’라는 집단주의 속에 갇혀있는 축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해 처음으로 고연제 기간동안 ‘여성주의 시각으로 보는 고연전’이라는 문화제를 개최했던 본교 여학생위원회와 고대문화, 생활도서관, 장애인인권위원회 등은 올해 ‘안티연고전모임’을 제안하고, 고연제에서 보여지는 △학벌주의 △남성적·집단적 문화 △대학의 상업성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본지는 ‘고연전’의 변화 나아가 폐지를 주장하는 그들을 만나 현재 고연전의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올해는 ‘연고전’이 정식명칭이므로, 아래 기사는 모두 ‘연고전’, ‘안티연고전’으로 표기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참석자 : 김곽현주(여학생위원회), 민준(생활도서관),
         한지숙(연세교육행동위원회)
사회 : 장혜리 문화부장 / 정리 : 서하나 기자 / 사진 : 황두희 기자
 
 

 
  
  
  
  
  
  
  
  
  
  
  
  
  
  
  
  
  
 


사회: 먼저 지금까지 연고제를 경험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김곽현주: 우선 잠실에서 한다는 것에 매우 놀랐어요. 과연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굳이 해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신촌에서 기차놀이할 때 도로 하나를 완전히 막고 이동하는 것을 보면서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죠.

한지숙: 요즘엔 기차놀이 할 때 술집만 가는 것도 아니죠. 화장품 가게 가면 샘플 받아오고, 약국가면 박카스 얻어오고, 어디가면 뭐하고, 그런 루트가 있어요. 한 순간 즐겁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술 마시고 이성을 잃고 하는 일들이 나중엔 이상적(理想的)인 행동이 되고… 그런 모습들이 안타까워요.

사회: 연고전에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주: 사회 내에서 대학의 서열구조라는 것이 어떤 병폐를 낳고 있는지를 생각해 봤을 때, 고려대와 연세대가 경기를 하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더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 대학간 교류로 성신여대나 경희대와 경기를 가지면 과연 전교생이 이렇게 폭발적인 지지를 보낼까요?

지숙: 연고전은 연세대와 고려대가 지니고 있는 사회적 의미 때문에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알고 있는 것이예요. 부정을 하고 부정을 해봐도, 연고전은 결국 학벌에 기대서 관심을 끌었고 지속되고 있어요.
 
왜 '연세대'와 '고려대'인가‥‥
속은 상하고 껍데기만 남았다 
 
민준: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나는 여기서도 학벌을 특별히 느끼지 않고 의식하면서 살지도 않는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어떤 개인을 놓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고, 연고전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학벌을 강화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한번 더 살펴보자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현주: 학교와 교우회는 사회에서의 기득권을 더욱 공고하게 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지불하면서 연고전을 지원하고, 또 학교 이미지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죠.

민준: 그리고 우리는 현재 연고전 속에 남아 있는 것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거 민주주의 운동이나 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해 저항했던 것, 그런 것을 지금 연고전에서 얼마나 담고 있느냐를 고려해 볼 때, 단순히 과거만을 가지고 지금을 정당화하는 것은 억지라고 할 수밖에 없죠.

현주: 지난해 같은 경우, 거리 행진을 하면서 정치 구호를 외쳤어요. 그런데 솔직히 앞에서 선봉이 외치면 그게 어떤 의미이고 왜 외쳐야하는지도 모르고 따라하는 학생이 많아요. 또, 과·반 교류가 있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만큼 교류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만나면 서로를 비하하는 응원만 하는데 그게 진정한 교류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지숙: 현재 연고전은 문화 교류도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문화 교류는 술뿐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른 내용은 부재해요. 실제, 연고제라는 것이 연고전을 빼고 나면 3~4일에 지나지 않고, 그 기간동안 교류가 이뤄지기는 힘들어요.


 
  
  
  
  
  
  
  
  
  
  
  
  
  
  
 


민준: 또한 우리 사회가 양분하는 구도를 따라 구분되는 여성성과 남성성 중, 고대 문화에는 여성성이 들어설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현주: 여자들이 체력이 떨어져서 응원을 못 한다는 그런 얘기가 아니에요. 고대 문화는 남성성이 문화의 주를 이루고, 고대 문화가 남성 중심적인데, 고대 문화의 폭발점이 되는 연고전에도 당연히 남성성이 중심이고 여성성은 배제되고 있어요. 장애 학우 문제도 단순히 장애 학우들이 버스를 타고 잠실에 가겠다는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고대의 문화 안에서 이제까지 장애 학우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낸 적이 있는지… 우리 사회의 남성과 여성, 장애와 비장애라는 편견이 고대 문화 안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요. 모두가 하나되는 연고전이라고 하는데, 이런 문제를 제쳐두고 진정한 하나가 된다고 할 수 있을까요?

민준: 축제는 물론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연고제와 같은 모습이 아니라, 모두 함께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만들어 가는 모습이어야 할 것입니다. 연세대와 고려대뿐만이 아니라 보다 많은 대학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창출해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지숙: 연고전은 학교가 만들어주는 거대한 행사입니다. 여기서 학생들은 학교측에서 준비한 행사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문화 소비자일 뿐이죠. 더구나 학생들은 문화를 만들어본 경험도 거의 없고, 이로 인해 존재하고 있는 아마츄어리즘에 대한 관심도 사라지고 있는데, 이것도 장기적으로 큰 문제입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무척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모두' 아닌 일부만 하나되는 연고전
참여·자발적 축제로 자리잡아야


사회: 연고전을 ‘폐지’하자는 주장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현주:  연고전 안에서의 변화가 아니라 왜 유독 폐지를 주장하느냐고, 또 ‘안티’라는 말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나 막상 이야기를 해보면 어느 정도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특히 기차놀이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더군요. 미스코리아 대회를 예로 볼 때, 여성이 성 상품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 수영복은 입지 말자는 식의 안에서의 변화만을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잖아요. 지금은 변화의 과정에 있지만, 저희가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하기 위해 ‘안티연고전’을 주장합니다.

민준: 연고전 때문에 파생되는 현상들뿐만이 아니라 이것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토대 자체가 잘못되어 있습니다. 틀을 유지하면서 단지 축소만 시킬 수는 없어요.

지숙: 저는 고려대 분들과는 조금은 다른 입장이에요, 저희 학교는 눈에 보이는 집단주의와 폭력성의 문제는 적은 편입니다. 이런 환경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고전 폐지를 주장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에 안티(anti)가 아니라 대안(alter)을 내세우고 있어요. 하지만 결국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같아요. ‘反’이라는 역동적인 기제를 통해 대학사회에서 다양한 문화를 열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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