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늦춰 생명 지킨다 ··· 지역 특수성도 고려해야
속도 늦춰 생명 지킨다 ··· 지역 특수성도 고려해야
  • 성수민 문화부장
  • 승인 2021.05.30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전속도 5030’ 정책 시행 한 달

5년 준비 끝 전국적 확대

운전자, 현실성·실효성 비판

세부내용 개선해 취지 살려야

 

  지난 527, 경찰청이 반가운 소식을 발표했다. 도심의 최고 속도를 제한하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시행 이후 뚜렷한 사망사고 감소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417일부터 516일까지 한 달간 전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21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4명보다 7.7% 감소했다. 특히, 특별시와 광역시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48명으로, 작년 66명보다 27.2% 줄었다. 무인 과속 단속 장비는 작년보다 2000대가량 늘었지만, 적발은 오히려 7만 건 적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과속 적발이 늘어나 과태료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운전자들이 제한속도 지키기에 호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은 교통 당국이 오랜 고민 끝에 꺼내든 회심의 카드다. 빠른 속도에 익숙한 운전자들의 관성을 바꿔, OECD 보행자 사망사고 1위의 불명예를 청산하자는 취지다. 도시부 일반도로의 최고 속도는 시속 50km, 어린이 보호구역 및 주택가 등 이면도로는 시속 30km 이하로 제한했다. 부산, 서울 사대문 안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됐고, 지난 417일부터 전국 도심으로 시행 범위를 확대했다.

 

안전속도 5030 정책 시행 이후 속도제한 50km 도로교통표지판이 서울 시내 도로 곳곳에 설치됐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을 통해 장기적으로 보행자에게 더 안전한 도로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시속 10km 감소로 뚜렷한 효과

  우리나라의 속도 관리 정책은 세계적 추세와 동떨어져 있었다. 시가화 지역의 도로를 의미하는 도시부 도로에는 차량뿐 아니라 보행자, 이륜차, 자전거 이용자도 많이 통행한다. 따라서 노르웨이 오슬로와 같은 교통안전 선진 도시들은 도시부 도로의 제한속도를 고속도로나 국도 등의 차량 중심 도로와 다르게 관리해 왔다. 별다른 표지가 없는 경우 제한속도를 시속 50km로 두고, 주택가나 학교 주변에서는 보행자의 안전을 특별히 강조하는 차원에서 시속 30km를 제한속도로 지정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도시부 도로 여부와 관계없이 편도 1차도로면 시속 60km, 편도 2차도로면 시속 80km를 적용했었다. 도심의 기본 제한속도가 시속 60km 이상인 국가는 OECD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칠레뿐이었다.

  경찰청, 한국교통연구원 등에서 속도 관리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16년부터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12개의 기관이 안전속도 5030 협의회를 구성하고 정책 수립을 추진했다. 2017년부터 부산시 영도구, 2018년부터는 서울시 사대문 내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했고, 시범운영 지역과 외국 사례, 주행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2019417일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며 안전속도 5030 정책 시행의 근거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다소 단순해 보이는 속도 제한 정책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심각도를 낮추는 데 매우 큰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작동하기 시작한 때부터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의 거리를 뜻하는 제동거리와 관련 있다. 차량 속도가 빨라질수록 제동거리가 길어져 더 큰 사고를 유발한다. 시속 60km일 때의 제동거리는 36m, 시속 80km일 때의 제동거리는 58m지만, 시속 50km로 주행하는 자동차의 제동거리는 27m이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시속 60km로 달리는 자동차와 충돌했을 때 보행자의 사망 가능성은 85%지만, 시속 50km일 때 사망 가능성은 55%로 확연히 낮아진다.

  실제로 2017년부터 시범 운영됐던 부산시 영도구에서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4.2%, 보행 사망자 수가 37.5% 감소했으며, 2018년 서울시 사대문 안의 교통사고 건수와 보행 부상자 수는 각각 15.8%, 22.7% 감소했다.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은 현재, 새로 시행된 지역에서도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18일 경북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안전속도 5030 시행지역에서 전년 대비 중상 이상 사상자 비율이 57.2% 감소했다. 울산경찰청은 지난 한 달 교통사고 사망자는 0명이며, 중상자도 44%가량 감소해 45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안전속도 5030 시범사업 시행 3개월 후 6개월간 사망자 수는 시행 전 3년간 평균 사망자수보다 줄었다.

 

  “도로 사정 고려하지 않았다지적도

  “1년 넘게 지났는데도 적응이 안 돼요.” 201911월부터 안전속도 5030을 전면 시행해온 부산시의 운전자 이모 씨는 보행 사고를 줄이려는 취지는 좋지만, 답답함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이 적고 사람이 건널만한 거리가 거의 없는 도로에서도 시속 50km로 달려야 할 땐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송경원(·49) 씨는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송 씨는 학교 앞 시속 30km 속도 제한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차량 속도만 교통사고의 원인이 아닌데, 본질을 건드리지 못한 정책 때문에 운전자만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단 횡단, 신호 위반 등에 대한 강한 제재가 우선이라는 의견이다. 서울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강모 씨는 시속 50km에 맞게 천천히 달려야 하는데, 손님들이 빨리 가달라고 재촉할 때면 난감하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12월 운전자 4993, 비운전자 22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운전자의 78%가 도심부의 제한속도를 낮추는 데 동의했다. 정책에 반대했던 약 22%의 운전자는 교통정체 발생(60.5%), 효과 의문(12.5%), 규제 거부감(1.7%)을 이유로 들었다. 전국적 시행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의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도 다수 올라왔다. 제한속도가 시속 50kmOECD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도로 현실이 다르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무작정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것이 골자였다. 유럽 국가들은 중세시대에 만들어진 도시 구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로가 노후하고 좁아 속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기본적으로 도로가 넓고, 교통 공학적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속도관리 정책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과세가 궁극적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경찰청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시행 초기에는 다소 어색하고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라는 생각으로 보행자 중심 교통문화 조성에 힘써주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속도 제한으로 총 이동시간이 길어진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도심의 통행 시간을 결정하는 데 있어 속도보다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교차로의 신호대기 시간이다. , 차선 변경이나 급제동이 줄어들어 오히려 전체 도로의 흐름이 원활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부산시 중추 도로인 중앙대로의 경우 시행 전후 평균 시속이 각각 28.2km, 27.8km로 큰 차이가 없었고, 총 주행시간 역시 약 2분 소폭 증가했다.

 

  정책 시행 한 달, 혼란 겪는 도로

  속도 제한에 대한 불만과 별개로, 안전속도 5030의 세부 내용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안전속도 5030은 시속 50km30km를 기본 제한속도로 두고 있지만, 올림픽대로나 강변도로와 같은 자동차 전용 도로는 시속 70~80km를 허용하며, 지방경찰청에서 고속 주행이 필요하다고 지정한 도로에서도 시속 60km로 운행이 가능하다. 김필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도 획일적으로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속 30km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도로도 있고, 매우 좁아서 위험한 도로임에도 시속 50km를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속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운전자들이 단속 여부에 따라 속도를 달리하는 점도 문제다. 단속카메라가 있을 때는 시속 50km 거리라도 45km로 속도를 확 낮췄다가, 단속기가 없을 때는 속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속도 변화를 반복하다 보면 앞차와 뒤차의 간격이 불완전해지면서 오히려 접촉사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변경된 제한속도에 맞게끔 신호운영체계가 개편되지 않았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지점이다. 신호 대기가 반복되면 교통체증은 물론 연비도 나빠지기 때문에, 시속 50km로 움직이는 차량에 맞춰 구간별 신호등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녹색 신호로 바뀌어야 한다. 김필수 교수는 지능형 교통 시스템을 도입해서 원활한 교통의 녹색 흐름(Green Wave)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지 환경오염이 문제 돼 온 만큼, 연비이슈는 중요하다. 연비가 좋으면서 배출가스가 최소한으로 나오는 속도인 자동차의 경제속도는 70~90km. 그런데 매연저감장치의 원리상 속도가 느릴수록 연비가 나지고 배출가스가 증가한다. 따라서 전국 도심의 자동차가 시속 50km 미만으로 달리면 배기후 처리 장치가 원만하게 작동하지 못해 오염원 배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실태조사를 통해 미리 해결책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가장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교통수단은 버스다. 도시부 도로의 최고 속도가 50km로 줄고 단속이 심해졌지만, 버스 운행 시간과 배차 간격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버스노동조합 김종웅 국장은 이미 터무니없이 적던 휴게시간이 안전속도 5030정책으로 인해 훨씬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김종웅 국장은 늦으면 늦었다고 제재를 받고, 정차 시간을 맞추려다 신호를 위반하면 버스 기사의 하루 일당보다 많은 10만 원을 과태료를 내야 한다시에 꾸준히 사정을 말해봤지만, 감독하겠다는 답변뿐 아직 바뀐 것은 없다고 말했다. 속도 제한 정책과 함께 대중교통 활성화를 보행 중심 교통정책의 기조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버스 업계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가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시행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주어는 차량 운전자로 설정했고, 효과를 보는 주체로 사람을 강조했다. 속도와 효율보다 생명을 우선시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현이다. 하지만 그 세부내용은 아직 도로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 속도 제한으로 불편해진 운전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김필수 교수는 아직 개선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속도를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사망사고 예방책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정책이라며 “10, 20년 지속적으로 운영된다면 보편적인 교통문화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민 문화부장 skycastle@

사진서현주 기자 zmong@

일러스트조은결 전문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