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자유전을 농지농용으로 바꾸자
[시론] 경자유전을 농지농용으로 바꾸자
  • 고대신문
  • 승인 2021.09.05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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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두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

  농지제도에 대해서는 제헌헌법부터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헌법 조항으로 규정하여 왔다. 1948년에 제정된 제헌헌법의 경우 “농지는 농민에게 분배”한다고 규정하였으며, 1962년과 1980년 및 1987년에 개정된 헌법에서는 모두 “농지의 소작 제도는 금지된다”고 명시하였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란 용어는 1987년 개정 현행 헌법에 등장하였지만 헌법은 계속 ‘경자유전=자작농주의’를 농지제도의 원칙으로 규정한 것이다.

  헌법이 시종일관 자작농 주의 농지제도를 기본이념으로 규정하게 된 배경은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역사적 배경으로서, 일제 강점기의 악명높은 식민지지 주제와 지주-소작 관계 및 이를 해체하고 자작농제도를 완성한 1950년의 농지개혁이다. 소작제도의 가혹한 착취를 끝장낸 자작농제도야말로 참으로 소중하였던 것이다. 둘째는 이론적 배경으로서, 아더 영 (Arthur Young)의 ‘소유는 모래를 황금으로 만든다’는 명언으로 유명한 농업경영 이론이다. 농지 소유자가 그 농지를 직접 경작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농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학설이다. 

  자작농제도를 지키기 위한 법률은 농지개혁 직후에 제정됐어야 했다. 그러나 ‘농지법’은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1994년에야 제정되어 1996년부터 시행되었다. ‘농지법’은 원칙으로 농업인과 농업법인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으며, 농지임대차를 금지하도록 하였다. 다만 예외 조항으로 상속 또는 8년 이상 자경 후 이농으로 소유하는 농지에 대해서는 비농업인이 소유하고 임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 법 개정을 통해 주말·체험 영농을 하는 소규모 농지도 비농업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듯 ‘농지법’의 제정이 지연되고, 비 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하고 임대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허용됨으로써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와 농지임대차가 계속 확대되었다. 2015 년에 전체 농지 168만ha의 43%가 비 농업인 소유로 추정되며, 2019년에 임차 농지는 전체 농지의 47%, 임차 농가는 전체 농가의 51%로 추정된다. 현재 후계 농업인을 확보한 농가의 비율이 전체 농가의 5% 미만이며, 2019년에 전체 농가 100만7000호의 62%가 65세 이상, 전체 농가인구 224만5000명의 47%가 65세 이상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약 15년 후에는 전체 농지의 84%를 비농업인이 소유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자 유전의 원칙은 있으나 실체는 미미해진다는 의미이다.

  비농업인이 대부분의 농지를 소유하게 되는 것은 겉으로는 법률과 제도가 그것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농지를 처분하지 않고 소유하려는 근본적인 이유와 목적은 농지가격 상승에 의한 자산소득을 얻으려는 것이다. 이렇게 농지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농지전용 때문이다. 농지를 전용하면 농업소득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전용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농업소득에 의해 결정되는 농지가격의 몇 배 이상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그러면 농업인은 농업소득으로 농지를 매입할 수 없어 점점 농지는 비농업인의 수중에 쌓이게 된다. 농지전용과 농지가격 상승이 경자유전을 무너뜨리는 진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농지전용은 경지면적 감소의 주범이기도 하다. 

  농지를 농외(農外) 용도로 전용하지 않고 농업에 이용하도록 하는 것을 ‘농지농용(農地農用) 원칙’이라고 한다. 이제 규범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경자유전 원칙을 농지농용 원칙으로 바꾸자. 농지소유자격에 대한 규제에서 농지전용에 대한 규제로 전환하자. 농지전용을 아주 금지할 수는 없으므로 최소한 농업진흥지역 우량 농지만이라도 농지전용을 금지하도록 하자.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지전용 규제를 받기에 다른 토지에 비해 농지가격이 훨씬 낮아 손해를 당하는 농지에 대해 응분의 보상을 해야만 한다. 이러한 이유로 농지를 유지 보전하는 농업인에 대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농지농용의 원칙을 실현하는 데 관건은 농지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의 해소이다.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 이를 위한 치열한 연구 검토와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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