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여성의 힘’ 영화 속에 녹아들다
세상을 바꾸는 ‘여성의 힘’ 영화 속에 녹아들다
  • 이성현·이현민 기자
  • 승인 2021.10.10 2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더우먼스 무비’ 특별기획전 스케치

<낮은 목소리>, <고양이를 부탁해>

관객과 함께 영화 의미 되새겨

 

  ‘경이로운 여성들’의 영화가 올가을 부산에서 상영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해마다 다른 주제로 특별기획전을 준비해왔다. 올해는 여성감독이 만든 최고의 아시아 영화를 모은 ‘원더우먼스 무비’와 주목받는 중국 감독의 영화를 소개하는 ‘중국영화, 새로운 목소리’로 특별전을 꾸렸다.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영화 관계자와 관객들이 질의응답을 나눌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됐다. 김나영(여·21) 씨는 “특별기획전이 마련됐다는 사실이 무척 반갑다”며 “아시아 영화 속 여성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의 중심

  ‘원더우먼스 무비’ 특별전에서는 아시아 여성감독이 만든 최고의 영화 10편을 선보인다. 故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2015년부터 5년마다 발표하기로 약속한 ‘아시아 영화 100’ 리스트에서 출발한 기획이다. 박찬욱 감독, 정성일 평론가 등 전 세계 영화인 14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아시아 최고의 영화를 뽑는 설문을 통해 선정했다. 2020년 공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원더우먼스 무비’는 아시아 영화의 중심이 여성 감독으로 옮겨왔음을 보여준다”며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성이 세상을 바꾸는 힘임을 역설한다”고 말했다.

  ‘원더우먼스 무비’에는 <살람 봄베이!>, <가버나움> 등 아시아의 여성 감독들이 만든 영화들이 선정됐다. 박선영 프로그래머는 “선정된 영화 모두, 인물들이 사회의 소외된 존재이지만 강단 있게 자신의 삶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영화로는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과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가 각각 4위와 7위를 기록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만행의 역사성을 세계적 문제로 확산시킨 최초의 작품이라는 의의를 지닌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위로

  지난 8일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고양이를 부탁해>가 상영된 후, 관객들과 함께 영화가 가진 의미를 살펴보기 위한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열렸다. 영화는 다섯 친구의 우정과 관계의 변화를 담은 작품으로, 갓 성인이 된 지영에게 아기고양이 ‘티티’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인천에서 여상을 졸업한 후 각자의 삶이 달라진 다섯 친구가 티티를 번갈아 가며 돌보게 되면서, 그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성장과 아픔을 어루만지는 이 영화는 ‘영원한 스무 살의 인생 바이블’이라는 평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은 손을 들어 마이크를 쥐고 영화에 대한 감상과 질문을 나눴다. 한 관객이 뇌성마비 장애인, 이주 노동자 등 작품 속에 사회적 소수자가 등장하는 이유를 묻자, 정재은 감독은 “분명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영화 속 세계에도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영화의 배경인 인천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반영한 연출이기도 하다. 본인의 20대를 묻는 말에 대해서는 정재은 감독은 “부모님이 요구하는 모습과 내가 그리는 미래가 달라서 충돌이 잦았다”며 “영화 속 태희 캐릭터에 그런 모습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고양이’는 주인공을 억압하는 사회적 시스템과 대비되며, 영화 속 여성들을 보듬어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정재은 감독은 행사를 마치며 “저와 여러분의 고양이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다. 영화가 개봉한 지는 20년이 지났지만, 영화가 주는 울림과 따뜻함은 여전히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있었다. 정재은 감독은 “젊은 관객들이 생각보다 많이 와서 놀랐다”며 “2021년을 살아가는 여러분들에게도 <고양이를 부탁해>가 변치 않는 응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진행된 <고양이를 부탁해> 관객과의 대화에서 정재은 감독이 관객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글 | 이성현·이현민 기자 press@

사진 | 문도경 기자 dodo@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