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에 생명력 불어넣는 목소리의 힘
캐릭터에 생명력 불어넣는 목소리의 힘
  • 윤혜정 기자
  • 승인 2021.10.10 2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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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우(영어영문학과 07학번) 성우 인터뷰

취미로 한 더빙, 직업으로

실제 성격과 다른 역할이 매력

“무지갯빛 성우가 되고 싶어"

 

김연우 성우는 "여러 가지 색을 모두 소화하는 성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유미의 세포들>에서 김연우 성우가 맡고 있는 '패션 세포'

 

  우리는 항상 '목소리'와 함께 한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목소리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슬픔을 느끼기도 하며 때로는 위로를 받기도 한다. 성우가 있기에 더 생동감 넘치는 만화를 볼 수 있고 눈을 감은 채로 책을 들을 수도 있다. 게임 <오버워치>솜브라부터 <유미의 세포들> 패션 세포까지. 김연우 (영어영문학과 07학번) 성우는 다양한 매체에서 각양각색의 캐릭터가 돼 우리 주변의 오디오를 채워준다. 성우 9년 차인 지금도 여전히 더빙이 재밌다고 얘기하는 김연우 교우의 목소리 역사를 들어봤다.

 

만화를 보다에서 더빙하다

  김연우 성우는 어릴 적 즐겨보던 만화영화 속에서 목소리의 존재를 찾았다. 어느 순간 지금 만화에 나오는 목소리가 전에 봤던 다른 만화에 나왔던 목소리랑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김연우 성우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캐릭터의 목소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대학교 입학 후 만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가볍게 들어간 성우 동아리 온보이싱은 그를 본격적으로 더빙의 세계로 이끌었다. 대학 시절 가장 즐거웠던 추억은 온보이싱에서 진행한 라이브 더빙 공연이었다. 청중들이 꽉 찬 본교 4.18 기념관에서 마이크를 들고 애니메이션 영상에 실시간으로 더빙을 했던 경험은 짜릿함 그 자체였다. 김연우 성우는 졸업 직전까지도 더빙 공연 무대에 올랐다. “고생하며 배경음과 인물 소리를 편집해 준비한 영상에 라이브로 더빙하던 추억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크고 작은 무대에 오르며 성우의 꿈을 키워나갔다.

  더빙의 매력을 접한 이후에도 성우가 돼야겠다고 마음을 정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막상 더빙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직업을 선택하자니 불안했다. 그 시기 김연우 성우는 하와이로 교환학생을 가게 된다. 외국에서 직접 보고 느꼈던 직업관은 그의 진로 고민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는 하와이에서 만난 친구들은 우리랑 사고방식이 달랐다전공과 상관없이 자기들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고 말했다. 교환학생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제일 즐거운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라는 조언을 받은 김연우 성우는 동아리에서 즐겁게 더빙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성우를 결심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성우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김연우 성우는 2013년 대원방송 4기 공채 성우로 합격했다. 합격하기 전까지는 기약 없는 성우 지망생 시절을 보내야 했다. 준비 기간에 성우 아카데미 비용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에서도 더빙은 빠지지 않았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진행한 인터넷 국어사전에 목소리를 입히는 활동과 시각 장애인 복지관에서 신문과 책을 읽는 일을 하며 꿈을 키웠다. 4년간의 준비 기간과 8번의 낙방 끝에 얻은 소중한 결과였다. “단순히 직업을 가지려는 게 아니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꿈이니까 포기하기 어려웠어요. 그래도 다행히 너무 오래 간다고 생각하기 전에 합격했죠.”

 

전속성우에서 프리랜서

  꿈에 그리던 성우가 된 이후 그는 쉴새 없이 바쁜 성우 생활을 보냈다. 전속 성우에게는 회사 일정에 따라 빽빽하게 짜인 개인 일정표가 주어진다. 회사에서 만드는 작품에는 단역으로라도 출연하기 때문에 전속 성우 시절에는 여러 애니메이션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 안정적인 공채 성우 시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계약 기간이 끝난 성우들은 대부분 프리랜서가 되는 것이 업계 관행이다. 김연우 성우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2015년 프리랜서가 된 김연우 성우는 회사에서 나온 순간부터 일이 끊겼다.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없다는 생각에 성우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불안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제주도 여행을 택했다. 끊임없이 이어졌던 일의 굴레에서 벗어난 2년 만의 휴식에서 그는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더불어 선배 성우들의 조언을 들으며 마음 추스르기에 몰두했다. 마음을 추스르자 신기하게도 일이 들어왔다. “프리랜서가 돼도 그냥 더 하냐 덜 하냐의 차이지 다 먹고 살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프리랜서 신분은 김연우 성우에게 자유로운 더빙 생활을 선물했다. 만화를 주로 더빙했던 대원방송 시절과는 달리 게임 캐릭터, 오디오 북 등 여러 종류의 더빙을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장르의 더빙은 값진 경험이었으나, 자신의 주력 분야가 없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걱정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선배들의 조언이 회복의 열쇠가 됐다. "선배들 조언을 듣고 나는 여러 장르를 골고루 잘할 수 있는 성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죠."

 

애니메이션부터 드라마까지

  <오버워치>솜브라캐릭터는 김연우 성우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생 캐릭터다. “(Boop)!”이라는 감탄사를 외치며 공격하는 보랏빛 솜브라캐릭터는 <오버워치> 유저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내성적인 김연우 성우의 본래 성격과는 다르게 게임 중 해킹으로 적의 기술을 무력화시키는 솜브라는 자신감이 넘친다. 상반되는 성격의 캐릭터를 소화할 때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김연우 그것이 더빙의 매력이라고 답했다. “내 성격과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할 때 매력적인 것 같아요. 원래 성격과 상관없이 거침없고, 털털하게 연기하면서 즐거움을 느껴요.” 더빙 이후 블리자드 행사와 매체 인터뷰를 하며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할 뜻밖의 기회도 생겼다. 블리자드에서 새로운 <오버워치> 캐릭터 소개를 위해 준비한 웹드라마 <에코의 난>중전마마역으로 출연한 것이다. 게임 용어를 사극풍으로 유머러스하게 풀이한 색다른 시도였다. 성우의 이력이 배어있는 발음과 목소리는 대중들의 호평을 받기 충분했다.

  최근 웹툰의 애니메이션화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김연우 성우가 패션 세포더빙을 맡은 <유미의 세포들> 또한 웹툰 원작의 애니메이션 드라마다. 세포 애니메이션은 드라마에서 25%가량을 차지하며 드라마 줄거리를 이끌어나간다. 주인공 유미구웅의 생각을 시청자에게 전달할 때 성우들의 맛깔나는 세포 연기는 드라마의 재미를 더한다. 시청자들은 배우가 아닌 성우들이 더빙한 것이 신의 한 수등의 반응을 보였다.

 

보라색에서 무지갯빛으로

  주변의 감사 인사는 김연우 성우에게 행복을 심어준다. “동요 콘텐츠 더빙도 하다 보니 아기 부모에게서 좋은 말을 많이 듣는다“SNS 계정에 우리 아기가 너무 잘 듣고 있어요라는 댓글이 달릴 때 뿌듯하다고 전했다. 김연우 성우에게 더빙이란 그 자체로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주변의 감사 인사는 행복 그 자체면서 동시에 성우로서 책임감도 느끼게 한다. 칭찬을 받으면 다시 한번 스스로의 영향력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더빙을 하면 할수록 진지한 고민은 쌓여만 간다.

  김연우 성우는 솜브라캐릭터를 맡은 후 보라색 관련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그의 목표는 무지갯빛 성우가 되는 것이다. “보라색이라는 제 대표색도 있으면서 여러 가지 색을 다 소화하는 성우가 되고 싶어요. 즐거운 더빙을 오래 하는 게 제 꿈이에요.”

 

글 | 윤혜정 기자 samsara@

사진 | 강동우 기자 ellipse@

사진출처 |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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