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입시

취업률, 수시 79.1% 정시 78.4%

 

수시로 입학한 학생의 취업율은 정시로 입학한 학생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졸업 후 사회에 진출했을 때 좀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송헌재(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와 조하영(서울시립대 대학원·경제학과) 씨, 김진영(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연구한 ‘대학입학전형과 노동시장 성과와의 관계 분석(2021.7)’은 대학 입학을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효율성의 관점에서 대학입학전형을 평가했다.

  대학입학전형과 노동시장 성과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특정 대학의 자료 혹은 짧은 기간의 자료만을 이용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으며 대부분의 연구가 교육학 분야에서 이뤄졌다. 이에 본 연구는 분석 기간을 보다 확장하고 경제모형을 적용해 입학전형별로 대학 졸업 후 노동시장에서의 성과를 비교, 분석하고자 했다.

 

  재수생·4년제 대학 비율에서 차이

  본 연구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 자료를 사용했다. GOMS는 매년 전년도 2~3년제, 4년제, 교육대 졸업자 중 1만 8000명을 표본으로 추출해 조사를 진행한다. GOMS는 대학 졸업자의 인적 사항 및 대학입학전형뿐만 아니라 노동시장과 관련한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연구를 수행하기에 적합했다. 본 연구에서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기간 내 다양한 전형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대학입학전형은 수시와 정시 두 유형으로 정의했다. 표본의 약 42%는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58%는 정시전형이었다. 수시와 정시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 사이에는 유사한 경향이 있었다. 졸업하기까지 평균 7학기가 소요됐고, 평균나이는 27세였다. 취업자의 비율은 79%, 대학원 진학자의 비율은 약 15%였으며 취업자의 경력은 약 1년이었다. 차이를 보인 부분도 있었다. 재수생 비율은 정시전형에서 약 7% 높았다. 또한 정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집단에서 4년제 대학, 서울 소재 대학,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1000원 격차의 시간당 임금

  취업 여부는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은 대졸자가 분석 대상이었다. 정시는 78.4%, 수시는 79.1%로 정시보다 수시모집으로 대학에 입학했을 때 취업률이 높았다. 시간당 임금과 *유보임금 분석은 취업자 중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했다. 정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의 유보임금은 2700만 원, 수시전형의 경우 2600만 원으로 약 100만 원의 차이를 보였다. 수시모집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취업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유보임금이 낮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시간당 임금도 약 1000원의 차이를 보였다. 정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 13000원, 수시전형은 12000원으로 나타났다. 대학입학전형 간 유보임금의 차이가 노동시장 진입 후 받는 시간당 임금의 차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여전한 노동시장 성별 격차

  주요 설명변수 이외의 결과를 살펴보면 노동시장에 여전히 상위권 대학 졸업생 프리미엄이 존재하고, 성별 격차가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경우 취업률과 유보임금, 시간당 임금이 모두 높았다.

  여성의 경우 취업률, 유보임금, 시간당 임금 모두 남성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특히 전체 표본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경우 시간당 임금이 5% 정도 높았지만 대학원을 졸업한 여성을 따로 추려내면 학사학위만 있는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정시, 취업 4년 뒤 교육투자분 회수

  교육투자의 수익률 관점에서 연구 결과를 해석하면, 정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과 수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이 비슷한 수준의 교육비를 투자한 경우 수시전형을 이용해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들이 연구한 ‘대학입학전형별 교육투자 비교 분석(2021.3)’에 따르면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연평균 사교육비 지출이 정시전형보다 15% 정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와 수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의 시간당 임금이 2% 가량 낮다는 본 연구의 결과를 결합하면, 수시전형 입학생 및 학부모가 자신의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행동을 취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수시전형과 비교해 정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의 연평균 사교육비 지출이 최대 60만 원 더 많았는데, 이를 고등학교 재학 기간 3년으로 환산하면 약 180만 원이 된다. 본 연구에서 이용한 자료를 바탕으로 연봉을 산출하면 정시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한 학생의 연봉이 약 45만 원 더 많다. 따라서 임금 인상률, 근무시간 등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노동시장에 진입한 후 4년 뒤에는 수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에 비해 초과 투입한 교육투자분을 회수할 수 있다.

 

  본 연구에도 한계는 있었다. 사용한 자료가 패널자료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효과를 살펴보지 못했다. 또한, 연도별 입시체계가 상이해 좀 더 세부적으로 대학입학전형 유형을 나눠 분석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수시 혹은 정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노동시장 성과를 교육투자 수익률의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지, 교육학적 측면에서의 평가를 진행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경제학적인 접근방식을 이용해 단기적인 노동시장 성과를 분석한 것이며, 수시전형이나 정시전형이 질적으로 부족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경제학적 모형을 이용해 대학 졸업 후 노동시장 성과를 분석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학 졸업 이후 노동시장에 진출하고, 인생 전체의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이 좀 더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용한 연구들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생산되기를 희망한다.

 

  *유보임금: 최소한으로 받고자 하는 임금

요약│유승하 대학부장 hahaha@

사진│고대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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