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갈라졌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선거기간 동안 험한 말 속에 타협과 절충의 여지는 줄어들고, 가족, 친구 사이마저 갈라지는 장면이 곳곳에서 보였다. 현실 속 가치관 갈등과 그 속에서 부딪히는 논쟁은 교실에서 배우는 건강한논쟁과 다르다. 논쟁이라 쓰고 잘하면 무시, 못하면 비하라고 읽힌다. 건강한 토론은 교과서 속 바람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대화거리를 떠올려본다. 누구도 다치지 않을 대화, 말 한마디가 큰 갈등으로 퍼지지 않을 주제로 좁혀야 한다. 그러던 중 깻잎 논쟁이 떠올랐다. 애인이 내 동성 친구의 깻잎을 떼어줘도 괜찮냐, 안 괜찮냐에 대한 이야기다. 노사연, 이무송 부부의 에피소드에서 시작한 이 이슈를 두고 많은 연예인, 심지어는 뇌과학자까지 동원해 큰 화제가 됐다.

  깻잎 논쟁은 온전히 음식과 연관된 논쟁은 아니지만, 사실 이 논쟁이 있기 전에는 수많은 음식 논쟁이 이어져 왔다. 탕수육 부먹과 찍먹, 회에는 초장이냐 간장이냐. 뿐만 아니라 민트초코와 파인애플 피자 호불호 논란은 자체적인 토론 콘텐츠가 나올 만큼 뜨겁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처럼 음식 논쟁에 뜨겁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얼까?

  깊은 지식이나 공부가 필요하지 않은 주제. 쉽게 빠져드는 음식 논쟁은 가볍고 무해하다. 이야기가 과열되더라도, 우리는 각자의 취향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다. 최소한 논쟁이 끝난 후, 상대가 나의 의견 자체를 두고 평가하진 않으니 말이다. 모두가 원만하게 대화를 나눌 소재로 제격인 셈이다. 아마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방송에서 이러한 논쟁을 자주 다루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어떤 말로 꼬투리를 잡힐지 모르는 요즘, 우리에게는 논쟁의 격렬한 열기를 식혀줄 유쾌하고 무해한 대화 소재가 필요하다.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자기의 가치관과 기호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얘기.

  작은 토씨에도 쉽게 달아오르는 이 시기. 어떤 대화를, 무슨 질문을 할지,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송원경 미디어부장 b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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