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으로 그려낸 K-좀비물의 시초

고등학교 배경으로 현실성 높여

“좀비물은 최고의 오락성 지녀”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고등학교 속 벌어진 좀비 사태를 그린다.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고등학교 속 벌어진 좀비 사태를 그린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2009년부터 2년간 연재된 네이버의 웹툰으로, 한국 웹툰 최초로 좀비를 다며 큰 화제를 낳았다. 해당 웹툰은 최근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영상화되며 넷플릭스가 공식 집계하는 ‘시청 시간 기록’ 차트에서 3주 연속 1위, 역대 흥행 순위에서는 3위를 하는 등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의 생존기를 그려낸 이 작품은 한국 웹툰계 좀비물의 시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동근 작가를 만나 작품의 뒷이야기와 좀비물의 매력을 들었다.
 

  - 좀비 소재를 기획한 계기가 있나

  “2009년에 웹툰 연재를 시작할 당시 한국에서 좀비물은 지금처럼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었습니다. 해외에선 꾸준히 좀비물이 나오고 있었지만, 국내 좀비물은 거의 없었던 시기였죠. 대학생 때 영화 <28일 후>, <새벽의 저주>를 통해 처음으로 좀비물을 접했는데,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현실에 등장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사실적인 좀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작품을 통해 저는 ‘좀비 마니아’가 됐습니다. 이후 우리나라의 특색에 맞는 이야기가 나타나는 좀비물을 만들어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직후 한국화된 좀비물을 만들기 시작해, 첫 장편 작품인 <지금 우리 학교는>을 제작하게 됐죠. 한국만의 특징이 있는 좀비물을 만들기 위해서 공권력의 비리나 학교폭력 등 한국의 현실적인 모습 등을 담아냈습니다. 연재 초반에는 한국에서 ‘좀비’라는 단어가 잘 쓰이지 않았기에 작품 내에서 ‘좀비’라는 단어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좀비라고 부르지 않아 답답해하는 독자들도 있었고, 당시 시대상을 반영했다며 이해해주는 독자들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유는

  “저에게 가장 익숙하고 제가 잘 아는 곳이 학교였어요. 등장인물은 육체적으로는 성숙하나 정신적으로는 어른과 아이의 중간쯤에 놓여있는 고등학생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생은 아직 사회를 배워가는 학생으로서 때론 가장 용감하기도, 가장 감정적일 수도 있는 나이인 것 같아요. 그런 아이들이 ‘좀비’라는 재난을 맞은 상황을 그려봄으로써,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한 아이들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이 주인공인 재난물이었지만 웹툰은 18세 이용가로 연재돼 정작 실제 학생들은 웹툰을 즐기지 못했어요. 좀비물은 잔인함이 가장 큰 장점이고, 좀비가 무섭게 보이지 않는다면 위기감이 사라져 재난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신념이 있었어요. 좀비물의 잔인함을 포기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였지만, 18세 이용가로 연재했습니다.” 

 

주동근 작가는 “좀비물에서 어제의 친구가 나의 적이 되는 것 자체로 극적인 상황이 연출된다”고 말했다.
주동근 작가는 “좀비물에서 어제의 친구가 나의 적이 되는 것 자체로 극적인 상황이 연출된다”고 말했다.

  - 좀비물 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재난물 중에 좀비물은 단연 최고의 오락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중들은 캐릭터에 자신을 대입해 영웅처럼 사람을 구하고 다닐지, 집 밖을 나오지 않는 현실주의자가 될 지 상상해보며 스릴을 느낍니다. ‘지우학’ 속에도 정의로운 ‘청산’, 이성적이고 똑똑한 ‘남라’, 좀비에 면역력을 가진 빌런 ‘윤귀남’ 등 다양한 유형의 캐릭터가 나타나요. ‘좀비의 등장’이라는 비현실적인 재난 속에서 나타나는 각 캐릭터의 상황과 감정에 이입해 보며, 일상에서 겪을 수 없는 짜릿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좀비물이 다른 재난물과 차별화되는 점은 친구와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이 괴물로 변한다는 점입니다. 어제의 친구가 나의 적이 되는 것 자체로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는 거죠. 주변 사람들과의 연대로 상황을 타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의지하고 믿을 곳 없는 절박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도 좀비물에서 부각되는 매력이죠.”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의 메인타이틀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의 메인타이틀

  -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웹툰으로 그린 작품을 영상으로 만나보게 돼 정말 기뻤습니다. 영상화를 진행하며 이재규 감독께 특별히 부탁한 점은 ‘최대한 잔인하고 고어하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좀비 바 이러스가 이렇게 무섭고 위험하다’는 점을 사실적으로 보여줘야 등장인물이 느끼는 위기감을 똑같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12부작인 영상 속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인상적이고 마음에 들었지만, 그중 초반부 급식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좀비 사태가 막 발생해 급식실에 처음 좀비가 등장하는 시점을 긴 롱테이크로 연출한 부분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무엇보다 실감나게 연기해준 연기자들의 공이 컸습니다. 다소 어색할 수 있는 좀비물을 그들의 노력으로 현실감있고 무섭게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영상화된 지금 우리 학교는
넷플릭스 드라마로 영상화된 <지금 우리 학교는>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가 창궐한 이 시대가 좀비물 속 세상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요즘 들어 느끼고 있습니다. 좀비 바이러스라는 험난한 재난을 뚫고 탈출한 아이들처럼, 여러분들 모두 삶의 의지와 용기를 끝까지 잃지 말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글 | 김시현 기자 poem@

사진제공 | 주동근 작가

사진출처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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