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럽고 풋풋한 초록빛을 지닌 3. 이 시기엔 학교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려면 어디를 가든 웨이팅이 기본이다. 고려대의 3월은 밥약으로 꽉 찼기 때문이다. 선후배 사이에 밥만 먹고 헤어지면 고대인의 이 아니다. 그 다음엔 후식을 위해 카페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럴 때 즐겨 가는 곳이 정후에 위치한 카페 별채.

  밖에서 보았을 때는 카페의 로고 디자인과 나무 창틀로 인해 한옥 카페를 연상케 한다. 아담한 크기의 내부로 들어가면 참나무 빛깔 테이블과 곳곳에 놓인 작은 화분들이 손님을 반긴다. 원목 테이블과 초록 식물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카페별채는 독특하게 좌식 테이블 공간이 있다. 후배와 진득하게 앉아 이야기하기 좋은 공간이다. 자개로 된 좌식 테이블과 음료가 담긴 레트로 컵은 오래전 사랑방을 떠올리게 한다.

  후배가 커피가 아닌 다른 음료를 고르려 한다면, 슬쩍 고구마 라떼를 추천해줘라. 카페별채의 시그니처 메뉴이자 실패 확률이 적은 음료다. 디저트도 크로플부터 스콘, 허니브레드까지 다양하다. 든든하게 밥을 먹은 후라면 간단히 크로플을, 애매하게 배가 남은 상태라면 허니브레드가 딱이다. 선배의 기품을 보여주고 싶다면 아포카토를 사주자. 무려 하겐다즈를 넣어 만들었기에 지갑은 납작해지겠지만, 어깨는 올라갈 것이다.

  20학번 동기들은 코로나 시국에 입학해 새내기 시절 밥약 문화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21학번이 들어왔을 때 최선을 다해 밥약을 했다. 한창 밥약이 넘치던 2학년 시절, 3월에 카페별채를 지나칠 때면 창문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러면 십중팔구 밥약 후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동기들과 후배들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3학년이 돼 밥약 횟수가 줄었다. 그렇지만 아직 카페별채를 지나갈때면 괜시리 창문 너머를 쳐다보게 된다. 비록 동기들은 그곳에 없지만, 새로운 호랑이들이 그 테이블을 채워주고 있다.

 

윤혜정 기자 sams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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