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팩트체크 콘텐츠 플랫폼

“현대 미디어, 허위정보 조작 손쉬워”

“진실 검증으로 공론장 형성해야”

 

홍종윤 부센터장은 “특정 발언의 진위를 검증해 알리는 것이 저널리즘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PCR검사를 시행할 여유가 있음에도 확진자 수를 축소하기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PCR검사를 막았다.” 해당 뉴스는 불과 지난달까지 돌아다니던 허위정보다. PCR검사와 신속항원검사를 병행해 검사 수요가 분산됐음에도, PCR 검사량은 줄지 않고 검사체계 전환 이전과 유사한 수준이었다질병관리청이 팩트체크한 결과다. 최근 코로나19, 20대 대선 등 큰 이슈와 관련해 가지각색의 허위정보가 떠돌았다.

  정보 수용자의 입장에서 뉴스의 사실 진위를 구별하기란 까다롭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는 허위정보로 어질러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자 20173‘SNU팩트체크센터를 출범했다. 홍종윤 SNU팩트체크센터 부센터장은 허위조작정보가 손쉽게 제작, 유통, 소비되는 구조를 지닌 현대 미디어 환경 속에서 팩트체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SNU팩트체크센터설립 계기는

  “2016년은 세계적으로 허위정보 문제가 극으로 치솟은 시기였습니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으로 인해 기존 언론보도수를 압도하는 양의 허위정보가 양산됐어요. 나아가 허위정보가 실제 국민투표와 선거에 영향을 끼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한국은 촛불시위 및 탄핵 정국과 맞물려 정치적 선동의 목적을 가진 허위정보가 대량 유통됐죠. 따라서 한국에서도 주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허위정보나 가짜 뉴스에 대응하고, 저널리즘에 대한 뉴스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과 건강한 공론장 형성의 필요가 대두됐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17SNU팩트체크센터가 설립됐습니다.”

 

  - 팩트체크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은

  “SNU팩트체크센터는 국내 최초 팩트체크 콘텐츠 플랫폼인 ‘SNU팩트체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플랫폼에서는 팩트체크에 참여하는 언론사들이 직접 검증한 뉴스를 대중에게 공유하는 역할을 하죠.

  각 언론사의 팩트체크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정당한 공적 관심사와 관련이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예를 들어 선거, 입법 등 시민의 공적 생활이나 보건, 환경 등 시민의 안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 대상이 돼야 하죠둘째는 실질적 근거를 동원해 사실성을 가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단순 의견은 검증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셋째는 시민들이 팩트체크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검증대상입니다. 앞의 기준들을 고려해 검증대상을 선정하면, 그 이후로 각 언론사에서 자료를 수집해 팩트체크 과정을 거칩니다. 각 언론사는 SNU팩트체크센터에서 명시한 사실 검증 시 일곱 가지 원칙에 따라 사실 검증을 진행합니다. SNU팩트체크센터는 팩트체크 과정이나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센터는 각 언론사가 검증한 최종 결과물들이 원칙에 맞게 제시됐는지를 점검하고 피드백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SNU팩트체크 홈페이지에서는 언론사들이 직접 검증한 사실성 판정 결과를 볼 수 있다.

 

  모든 팩트체크 주제와 검증 과정은 까다롭고 어렵습니다. 검증대상을 선정할 때는 왜 그 아이템을 선정했는지, 의도성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게 됩니다. 팩트체크가 오히려 허위정보를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위험성도 감안해야 하죠. 공신력 있는 다양한 근거자료를 확보하고 제시하는 작업도 매우 힘들고 험난해요. 최종 판정 이후에도 독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 사실 검증 결과는 어떻게 도출하나

  “언론사가 스스로 합니다. 언론사는 법령, 공신력 있는 기관의 통계 자료, 전문가 취재 등의 근거자료를 참고해 뉴스 대상의 사실성을 판정합니다. 명백한 사실이나 명백한 허위정보도 있지만, 사실과 허위가 뒤섞인 정보들이 더 많아서 언론사들은 사실과 허위의 정도를 감안해 최종 판정을 합니다. 대신 왜 그러한 판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이유를 제시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특정 검증 대상의 경우는 사실 여부를 판단할만한 근거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검증대상과 관련해 상반된 결과를 지지하는 근거자료들이 각각 고르게 존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판단 유보의 판정을 내리게 됩니다.”

 

  - 현대사회에서 팩트체킹의 중요성은

  “현대 미디어 환경은 허위조작정보가 손쉽게 제작, 유통, 소비되는 구조입니다.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활동으로서 팩트체크 중요성이 부상하는 이유이며, 언론인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널리즘의 기본 역할은 시민들에게 진실하고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공적 사안에 대한 시민들의 식견을 높이고 건강한 공론장을 형성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해요. 흔히 사실을 정확히 전달할 때 단순히 어떤 일이 발생했고, 누가 어떤 발언을 했다고 전하는 것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가치는 단순히 발생한 사실이나 발언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한 사실과 발언에 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이죠. 따라서 사건의 전체적 맥락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 또한 특정 발언의 진위를 검증해 알리는 것이 저널리즘이 추구하고 수행해야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상 속에서 팩트체킹이 필요해 보인다

  “사실 개인 스스로가 전문 팩트체커처럼 판정을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허위정보가 쏟아지는 현대 미디어 환경에선 독자가 공신력 있는 정보와 뉴스를 스스로 선별하는 능력 또한 매우 중요해지고 있어요. 그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선 우선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 등에서 근거없이 유통되는 주장이나 정보를 무턱대고 믿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 주장이나 정보를 검증되지 않은 채로 퍼 나르는 행위를 삼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주장이나 정보에 대한 출처를 찾아보고, 믿을만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아요. 추가적으로 확증편향에 빠지기 쉬운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 가능한 다양한 관점의 뉴스와 정보를 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허위조작정보 문제는 만드는 사람, 소셜미디어 같은 유통 시스템, 찾아보고 퍼 나르는 사람 등 사회 전반이 얽혀 있는 문제입니다. 사회에서 허위조작정보의 유통과 확산을 최소화하고 방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사회적 협력 대응, 팩트체킹 시스템 구축, 더 나아가 수용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등이결합된 총체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SNU팩트체크는 앞으로도 질 좋은 저널리즘 환경 조성을 위해 힘쓸 것입니다팩트체크 콘텐츠 제공뿐만 아니라 전문 팩트체크 저널리스트를 양성하고, 시민 스스로 팩트체크 역량을 기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활발히 전개해 갈 예정입니다. 향후 언론계, 학계, 시민사회, 정부, 해외기관 등 다양한 계층의 인적·물적 네트워크도 지속적으로 구축하고자 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각종 미디어 정보를 주체성을 갖고 해독할 수 있는 능력

 

글 | 윤혜정 기자 samsara@
사진 | 강동우 기자 ellipse@
사진 제공 | SNU팩트체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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