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제도 비체계적·비효율적

이사회 속 감사인, 독립성 없어

대학평가가 소극적 내부감사 초래

 

조한상 교수는 “감사는 아무리 철저해도 완벽할 수 없다”며 “사학이 스스로 비리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상 교수는 “감사는 아무리 철저해도 완벽할 수 없다”며 “사학이 스스로 비리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2000년 광주예술대를 시작으로 아시아대, 명신대, 선교청대, 건동대, 국제문화대학원대, 한중대, 서남대, 성화대학, 벽성대학, 동부산대학, 서해대학이 차례대로 폐교됐다. 올해 한려대까지 13개 대학은 모두 사학 비리로 폐교됐다. 사학비리는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폐교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투명하고 공정한 감사체제가 요구되는 이유다. 현행 감사의 한계는 무엇이고, 실효성 있는 감사가 진행되기 위해 어떤 개선이 필요할까. 기획처장을 역임하며 4년 연속 재정지원 제한대학이었던 청주대를 2018년 자율개선 대학으로 견인한 조한상(청주대 법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효율적이고 공정한 감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사학비리 감사가 갖는 의미는

  “사학비리를 감사하고 바로잡는 일은 대학의 사활이 걸린 사업이다. 사립대는 등록금 의존율이 높다. 학령인구 절벽 시대에 대학은 위기에 처하고 국가는 재정지원을 늘려 교육의 양과 질을 유지한다. 재정지원을 늘리기 위해선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때 사립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은 걸림돌이 된다. 사립대가 살아남으려면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감사를 통한 부정·비리 척결은 재정지원 확대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 현행 감사 제도에 문제점이 있나

  “사학비리가 많아지면서 여론은 감사 강화를 요구했고 감사제도가 하나씩 추가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 학내 법인 감사인 중 한 명은 반드시 공인회계사로 임명해야 하고, 1990년대 말부터는 학교법인 결산에 공인회계사나 회계법인에 의한 외부 회계감사가 도입됐다. 2013년에는 외부 회계 감사 결과를 다시 검증하는 감리제도가 생겼다. 감사가 2중, 3중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제도는 추가됐지만 비리는 줄지 않았다. 한마디로 비효율적이다. 제도 시행을 위한 비용은 학교가 부담할 수밖에 없고 등록금이 낭비된다. 많은 제도가 생기며 체계성도 무너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보여주기식 감사를 추가하기보다 시행 횟수는 적을지라도 효율적이고 공정한 감사를 도모해야 한다.”
 

  - 대학 내부 감사의 한계가 있다면 

  “현행 감사체제는 대학 내부 감사와 외부 감사로 이뤄져 있다. 내부 감사는 이사회에 속한 회계전문가에 의해 시행돼 감사인이 학교 내부 사정에 밝다. 그러나 학교의 부정·비리를 독립적으로 감사하긴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립학교법’은 교수, 학생, 동문으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가 학교 감사인 선정에 관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하지만 이사회가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실효성은 없다. 감사인의 전문성도 문제다. 회계전문가인 감사인이 각종 수업, 학위, 교육 과정, 학생 문제 등에 전문성을 가지진 않기 때문이다.”
 

  - 현행 외부 감사는 실효가 있나

  “외부 감사는 국가기관에 의한 감사와 외부 회계 감사로 나뉜다. 국가기관에 의한 감사는 다시 감사원 감사와 교육부 감사로 나뉜다. 감사원 감사는 대학이 *LINC+ 사업이나 *BK21 사업 등을 수주했을 때 받는 국가 지원금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회계 담당 직원이나 조직에 대한 감사도 같이 시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감사가 감사 계기를 제공한 보조금 부분에 국한돼야 한다는 의견과 감사원 감사와 교육부 감독이 중복되면서 혼란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다.

  대학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공공성과 투명성을 갖춘 교육부 종합감사다. 하지만 다른 감사 대상 기관과 달리 사립대는 감사 주기와 빈도가 정해지지 않았다. 감사 주기가 없는 이상 대학이 이를 대비하며 학교를 운영하지 않는다. 다른 기관들처럼 3년 주기로 감사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최소 5년의 감사 주기를 정할 필요가 있다.

  외부 회계감사는 학교법인으로부터 독립된 공인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이 시행한다. 하지만 감사를 선임하는 주체가 학교법인이라 법인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 대학평가가 감사에 미치는 영향은

  “대학 역량 강화를 위한 평가는 내부 감사를 소극적으로 만든다. 정부에서는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통해 대학을 지원한다. 좋은 평가를 얻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감사는 문제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결국 대학들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오히려 소극적으로 내부 감사를 하게 된다. 대학 역량 강화를 위한 평가가 오히려 감사를 허술하게 만드는 역설적 상황이다.”
 

  - 자주성과 공공성이 공존하는 감사란

  “‘사립학교법 제1조’는 사학이 자주성과 공공성이라는 양대 이념을 기초로 설립·운영된다고 말한다.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대학 운영에 있어 외부의 간섭, 특히 국가의 간섭이 없어야 하지만,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는 공교육이기에 사립대는 공적 영역에서 감사를 받아야 한다. 자주성과 공공성의 균형을 잡으며 감사를 진행하기는 어렵다. 국가기관과 대학 자체 감사가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사학도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으니 법령 위반 등에 관한 감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고 국가기관이 관여할 수 없는 영역에선 대학 내부 감사의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 감사 외 사학비리 방지 방안은

  “감사는 아무리 철저해도 완벽할 수 없다. 결국 사학이 스스로 부정·비리를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 사립대들은 나라가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덕분에 산업화와 민주화가 가능했다. 사학의 가치는 수치로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생각한다. 사학이 스스로 자부심과 명예를 지켜야 한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발전하는 유일한 길이다.”
 

*LINC+ 사업: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현 LINC 3.0).
*BK21 사업: 세계수준의 대학원과 지역우수 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

 

글 | 류요셉 기자 sonador@

사진제공 | 조한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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