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대학 정원 감축, 교육질 향상

지역내 편입 안될 땐 주거비 지원

폐교대학 재산, 공적 관리해야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폐교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대학 폐교를 ‘연착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체 대학 정원 조정과 재정지원 등을 통해 폐교 속도를 늦추며 그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뜻이다. 임 연구원은 “지방대를 중심으로 학생충원난이 이미 시작됐다”며 “상황에 맞는 제도 개선이 조속히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방대 중심 폐교가 이뤄진다

  “수도권 대학을 포함한 전체 대학의 정원을 줄여 지방대에도 학생이 균형 있게 입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 정원 감축은 지방대의 학생충원난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수도권 대학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현재 수도권 대학은 보유한 교육 자원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수강신청 대란이 매 학기 발생하는 이유다. 다만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줄면 등록금 수입도 그만큼 줄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보전이 필요할 것이다.”
 

  - 사립대 등록금 의존을 줄이는 방안은

  “지방 국립대도 입학정원 미충원 문제가 있지만,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 사립대는 정부 지원이 적어 등록금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대학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경쟁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 대학과 비교했을 때 교육 여건이 좋지 않고 연구 실적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 경쟁에 불리하고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해 교육 여건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대다수 국민이 대학을 다니고, 대학이 공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 정부가 사립대학,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GDP의 0.7%를 고등교육에 지원한다. OECD 국가들이 평균 1.1%를 지원하는 것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그 수준까지는 늘려야 한다. 먼저 기본적인 운영비를 지원해주면서 대학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평가를 통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법적 토대가 구축돼야 한다. 우리나라와 고등교육 구조가 비슷한 일본은 1972년부터 ‘사립학교진흥조성법’이라는 별도의 법률로 사립대학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립대학 재정지원과 관련된 법률이 없다. ‘고등교육법’이나 ‘사립 학교법’에 ‘지원할 수 있다’로 끝나는 모호한 조항이 있을 뿐이다. 현재 국회에서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대학교육에 지원하는 예산으로 책정하고, 예산 총액은 국내총생산 1.1% 이상이 되도록 하는 ‘고등교육재정교 부금법’이 발의된 상태다. 교부금법이 안 된다면 특별회계를 만들어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 폐교 후 학생 혼란 줄이기 위해

  “폐교는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사전 징후가 있다. 학생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교육부가 대학의 폐교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대학구성원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일본에서는 졸업을 원하는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폐교에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도 도입을 고려해봐야 한다.

  인근에 동일·유사 학과가 없거나 편입 대학의 수용인원이 부족할 경우 원래 살던 곳에서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자체나 정부가 주거비를 지원해 학생이 기존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안정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교육 여건 하락 우려는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 교직원 체불임금·실업 피해도 문제다.

  “‘사학 연금법’에는 실업급여 항목이 없다. 사립학교 교직원도 일반 노동자와 같이 해고됐을 경우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또한 고급 인력 낭비를 막기 위해 폐교대학 교수가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국가가 일시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폐교대학 교직원에 대한 연금 조기 지급 특혜 논란도 있다. 폐교대학 교직원들은 사학연금을 연금수령 연령이 아닌 퇴직 후 5년 후부터 수령하고 있다. 이는 사학연금 고갈 시기를 앞당긴다. 또 직장을 얻으면 연금이 끊겨 재취업을 방해한다. 지금까지는 사립대학 폐교가 일부의 문제였지만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 폐교가 보편화되고 있다. 상황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 법인의 빠른 청산 이뤄지려면

  “우리나라는 설립자나 이사장의 부정·비리로 폐교된 대학이 많다. 이렇게 폐교된 대학 재산은 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서남대의 경우 이홍하 전 이사장이 1000억원을 횡령했지만, 서남학원 해산 시 이 전 이사장이 설립한 다른 법인으로 잔여재산이 귀속되도록 정해 논란이 일었다. 이를 계기로 비리 사학의 잔여재산이 다른 법인에 귀속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일명 ‘서남대법’이 제정됐지만 비리 법인은 잔여재산을 지키고자 의도적으로 청산을 늦추고 있다. 폐교 자산을 법인 산하 부속 유치원에 귀속시킨 경우도 생겼다. 서남대 법의 입법 취지는 좋았지만, 일부 개정이 필요하다. 법인이 일부러 청산을 늦춰도 대학의 자산은 폐교 즉시 국고로 귀속할 수 있게끔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대학 폐교 후 가장 큰 문제는 ‘자산을 어떻게 매각할 것인가’다. 자산이 매각돼야 교직원의 체불임금도 청산할 수 있는데 문제는 대학이 가진 부지 등의 자산 규모가 워낙 크다는 것이다. 초·중·고등학교는 규모가 작기에 폐교 후 자산 활용도가 꽤 높게 평가된다. 반면 대학은 자산을 재활용하는 데 많은 돈이 들고, 재활용 방안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사회가 폐교대학의 자산매각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자산매각이 늦춰지는 다른 이유는 폐교 대학 이사가 청산인이 돼 청산 절차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청산이 끝나면 잔여재산이 국고로 환수되는 상황에서 이사는 청산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 사학진흥재단이나 교육부에서 외부 청산인을 임명해 자산 매각의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 지역사회가 입는 피해 완화 방안은

  “17개 대학의 폐교 과정에서 지역사회가 입는 피해를 볼 수 있었다. 대학을 중심으로 한 상권 자체가 무너지면서 지역 경제가 큰 위기에 빠졌다. 더불어 폐교대학의 교정이 흉물로 변하면서 지역의 안전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속도가 워낙 빠르고, 지역에 위치한 소규모 대학은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기에 폐교를 전부 막을 수는 없다. 폐교를 연착륙하는 방안, 폐교 이후에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는 방안 등을 통해 지역사회가 입을 피해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류요셉 기자 sonador@

사진제공 | 임은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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