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자취방을 이사했다. 반년만의 이사에 짐이 한 박스 늘었다. 불어난 짐 중에서 눈에 띄는 건 서촌 소품샵에서, 제주도에서, 강릉에서 하나둘씩 사 모은 엽서였다. 부모님은 쓸데도 없는 걸 뭐 이렇게 모았냐며 핀잔을 줬지만 버릴 수 없었다. 이제 그 엽서는 즐거웠던 기억을 상기시키는 추억 저장소였다.

  추억이 담긴 물건에 반응하는 건 비단 나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포켓몬빵의 스티커 모으기가 유행하고 있다. 2006년 단종됐다가 올해 223일 재출시된 포켓몬빵은 출시 4주 만에 600만 개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며 말 그대로 열풍이다. 어린 시절 포켓몬 만화를 보고 포켓몬빵을 먹었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고, 다시 포켓몬빵의 스티커에 열광하고 있다. 편의점 입고 시간에 맞춰 오픈런을 하고, 매대에 눈에 띄는 대로 싹쓸이하고, BTSRM마저 포켓몬빵의 공급을 늘려달라고 하는 등 포켓몬빵은 연일 화제의 중심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열풍을 두고 미래 없음의 시대’, ‘MZ세대의 심리 치유등으로 해석한다. 물론 되팔기도 벌어졌고, 제조업체 주가가 34%가량 급등하는 등 경제적인 파급력도 컸다. 하지만 올해 포켓몬빵 수집 열풍은 처음 출시됐던 1999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당시 방영됐던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주인공 어린이가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빵을 사는 장면은 편의점 앞에 줄을 선 며칠전 사람들의 모습과 똑같다. 심지어 다시 지적되는 스티커만 갖고 빵은 버리는 모습마저 놀랍도록 비슷하다. 달라진 것은 스티커를 모으는 사람이 어른이 됐고 그들의 지갑이 넉넉해진 것뿐이다.

  엽서, 우표, 영화 포스터 등을 모으는 수집행위에 진지한 잣대가 어울리진 않는다. 공장에서 찍혀 나오는 스티커라도 그걸 모으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 다르다.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라서’, ‘스티커가 귀여우니까’, ‘유행을 따라가고 싶어서등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스티커만 갖고 빵을 버리지 않는, 뒤에 선 꼬맹이에게 순서를 양보해주는 멋진 어른이 되었다, 우리는. 나는 그냥 포켓몬 띠부띠부씰이 갖고 싶을 뿐이다.

 

유승하 대학부장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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