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참살이길에 셀프 사진관이 새로 생겼다. 제대로 된 스튜디오가 들어와서 그런가. 가게에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나 역시도 개관 소식을 듣고 동기들과 방문했다. 사진을 찍는 그 순간뿐 아니라 소품을 활용하고, 포즈를 고민하는 장면까지 셀프 사진관에선 기록으로 남는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셀프 사진을 찍는 것은 일상의 하나 되었다. 친구들과 놀다가 계획 없이 들어가고, 특별한 날 한껏 꾸미고 본격적으로 찍으러 가기도 한다.

  한 평 남짓 공간에서 친구들이 다 같이 엉켜 찍는 사진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지금 이 순간 온전한 ‘나’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담아내고, 그 순간을 함께 간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셔터를 누르고 결과물을 기다리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재미를 준다. 수십 장을 신중에 신중을 기해 찍어 잘 나온 사진을 건지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한때 유행했던 스티커 사진도 떠오른다. 유행은 돌고 돈다더니 딱 그 말이 맞다. 더해진 게 있다면, 카드결제와 사진과 영상을 모바일 기기로 옮길 수 있다는 점이다.

  셀프 사진관은 디지털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요즘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아날로그 감성을 선사한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 10개 남짓 있던 무인 사진관은, 지금 300여 개 이상 생겨났다. 인스타그램에 관련 주제로 검색하면 연관 게시물이 100만 개 이상 나올 만큼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마음만 먹으면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쉽게 찍을 수 있는 시대.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면서 사진을 찍는 이유는 뭘까?

  어릴 적, 모두가 스티커 사진 몇 장씩은 간직하던 것처럼 우리는 현재의 방식으로 추억을 남긴다. 순간의 밀도까지 담긴 사진에서 우리는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무인 사진관은 우리에게 놀이 공간을, 돌아볼 수 있는 추억거리를, 그리고 공감의 소재를 만들어준다. 스티커 사진처럼 지금의 무인 사진관도 우리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언젠가 지금의 사진을 보며 추억을 회상하고 그 시절 유행하던 포즈에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

  미래에는 어떤 장소가 셀프 사진관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 미래에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추억을 남기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송원경 미디어부장 bille@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