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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과 함께 성장한 아동문학

단편적인 아동관 형성 지양해야

“동화는 교훈 제공에만 그쳐선 안 돼”

 

조은숙 교수는 동화의 예술성과 교훈성을 함께 강조했다.

  독자는 문학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아동문학은 독자인 아동을 하나의 독자적 인격체로 인식하기 시작하며 등장했다. 이후 동화는 어린이들의 권리와 함께 성장했다. 1920년대에 태동한 한국동화는 시대별로 다양하게 나타난 아동의 모습을 담아오며 어느덧 100주년을 맞았다. 조은숙(춘천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동화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번역하고, 각색해 아이들이 세상과 풍부하게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매체”라고 정의했다.

 

  - 한국 아동문학 등장의 특징이 있다면

  “일본은 서양에서 들어온 근대적 아동 개념을 학교에서 교육했습니다. 그에 반해 식민지 조선에서는 학교 밖에서 민족 운동의 일환으로 근대적 아동 개념이 등장했어요. 1910년대에 계몽주의가 퍼지며 조선에도 ‘어린이’의 존재가 인식됐습니다. 이는 아동문학의 출발과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아동관이 바뀌며 새로운 제도와 학교 교육이 등장했어요. 사회의 전반적 인식과 제도들이 바뀌면서, 동시에 아동문학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습니다.

  특히 3·1 운동은 조선이 하나의 민족 공동체라는 점을 광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사건입니다. 주권을 빼앗긴 시대 상황에 대한 분노가 조선인들을 정신적으로 각성시켰어요. 동시에 어린이 문화 운동도 일어났죠. 어린이를 새롭게 키우는 것이 국권 회복의 방법이라는 생각 아래 운동가들은 ‘조선의 10년 후를 생각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다녔어요. 일제가 식민 통치 방식을 문화통치로 바꾸며 학교 수도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1923년엔 서당에 다니는 아이들보다 근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숫자가 많아지기 시작했죠. 읽고 쓰기가 가능해진 어린이들이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어린이 문화의 성장 기반도 만들어졌습니다.”

 

  - 시대 흐름에 따라 아동관이 변화했다

  “1910년대 당시 사람들은 아직 기성세대가 안 된 청소년과 어린이가 독립된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의 소년은 씩씩하고 진취적이며 근대 문물을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됐습니다. 무엇이든 잘 받아들인다는 의미에서 스펀지, 백지 등의 이미지로도 비유됐습니다. 1920년대에 들어서 어린이 문화 운동가들은 어린이들 안에서 잠재력을 발견하기 시작했어요. 그 잠재력을 발현시키기 위해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이 당시 어린이들은 주로 새싹으로 비유됐으며 보호할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1910년대의 ‘씩씩한’ 아동의 모습, 1920년대의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 아동의 모습 모두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아동관을 생각할 때 단편적인 이미지로 그들을 대상화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어린이들은 여러 스펙트럼의 색깔을 지닌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여러 시각에서 그들을 보며 다양한 모습을 발견해야 합니다. 단순히 보살펴주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문제에 참여하고 발언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죠. 어린이를 그저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시민으로서 존중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인다면 아이들의 다양한 색깔을 볼 수 있을 겁니다.”

 

  - 동화에 필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흔히 동화를 떠올릴 때 교훈을 주는 등 교육적인 가치만을 강조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어린이를 단순히 교육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태도를 가져올 수 있어요. 어린이들은 배움만을 위해 동화를 읽지 않습니다. 어른들과 똑같이 이야기를 통해 즐거움, 감동, 예술적 경험을 누리고자 하죠. 그렇기에 아동문학에서 예술성과 교육성은 우위를 가릴 수 없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예요. 실제로 가장 이상적인 아동문학은 예술적으로도 충만하고, 동시에 세상에 대한 교훈을 주는 작품입니다.

  또한, 아동문학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가치를 줍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 동화를 보며 재미와 교훈을 느낄 수 있어요. 예컨대 최근에는 인공지능 로봇을 소재로 한 동화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동화 속에서 로봇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죠. 쉽고 간결한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 깊은 철학적 고민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단순한 소재에 그치지 않고 풍부한 이야기를 발전시키고 있는 동화의 다양한 가치는 무엇보다 세상을 한층 다채롭게 만듭니다.”

 

글 | 윤혜정 기자 samsara@

사진제공 | 조은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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