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 정문 앞 골목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파란 문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옆으로 돌아 카페 내부가 보이는 통유리창이 카페 브레송의 진짜 출입구다. 따뜻한 느낌의 조명에 들어서기도 전에 마음이 편해진다. 카페 벽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포스트잇과 칠판에 손글씨로 적혀있는 메뉴는 아늑함을 더한다.

  메뉴 선택은 언제나 힘들다. 퐁당 쇼콜라를 먹자니 크렘 브륄레가 아른거린다. 이럴 때는 늘 ‘한 명만 더 있으면…’하고 생각하게 된다. 고민 끝에 퐁당 쇼콜라와 단맛을 달래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기로 한다. 아이스크림 추가는 필수다. 달콤한 쇼콜라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만남은 놓쳐서는 안 되는 하모니를 만들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도 잠시, 푹신한 의자에 앉으면 양쪽 벽에 가득 붙어있는 포스트잇에 시선이 간다. 뻔선과 첫 밥약을 한 이야기, 남자친구와 놀러 온 이야기, 갑작스런 휴강의 달콤함을 즐기러 온 이야기 등 고대인의 이야기가 한가득하다. 벽에 붙어 있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테이블로 내려와 수다의 장이 열린다.

 

  시간은 어느새 지나가고 사장님이 퐁당 쇼콜라를 가져다주신다. 사진도 찍어 보지만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찍는 둥 마는 둥 하고 재빠르게 숟가락을 집어 든다. 뜨거운 그릇을 만지지 않게 조심하며 초코와 아이스크림을 함께 뜬다. 한입에 넣으면 진한 초코의 따뜻한 단맛과 아이스크림의 차가운 단맛이 손을 맞잡고 입 안을 휘젓는다. 입이 달달함으로 가득해질 때쯤 커피 한 모금으로 입 안을 정리한다. 쌉쌀한 커피의 맛은 다시 퐁당 쇼콜라를 찾게 한다.

 

  달콤함을 맛보면서도 포스트잇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는 눈은 쉬지 않는다. 덕분에 대화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7cm 남짓한 포스트잇 속엔 퐁당 쇼콜라만큼 달콤한 추억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디저트와 커피를 다 먹고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에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추억을 엿보며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면 오늘의 추억 또한 흔적으로 남기고 싶다. ‘○○○과 XXX, 퐁당 쇼콜라와 추억 먹고 감.’

 

김시현 기자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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