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구성의 일관성 부족해

오감 자극하는 ‘스토리두잉’ 필요

“캐릭터 활용범위 확대해야”
 

  테마파크는 현실에서 벗어난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과 체험을 선물한다. 국내 테마파크는 1976년 용인자연농원(현 에버랜드)을 시작으로 성장했다. 현재 각 지역엔 에버랜드, 롯데월드, 이월드 등이 ‘환상의 공간’으로 자리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 대표 테마파크로 여겨지는 에버랜드와 롯데월드가 세계 테마파크 입장객 순위의 20위 안에 들 정도로 우리나라 테마파크는 발전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서사적 스토리텔링’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체험형 공간의 부족으로 ‘스토리두잉’ 공간으로써의 특색이 약하고, 대표 캐릭터가 서사 구축의 중심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형택(선문대 국제레저관광학과) 교수는 “국내 테마파크는 테마 구성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캐릭터를 스토리텔링 기법에 적용하는 사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여러 시설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테마파크는 무엇보다 하나의 통일된 이미지를 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테마파크의 정체성인 ‘테마’를 확실하게 구현하고, 캐릭터를 활용해 구체적인 스토리로 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재도 JDY 크리에이티브 작가는 “테마파크에서 스토리텔링이 멈춘다면 생명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관람객을 참여의 주인공으로

  테마파크는 ‘스토리두잉’을 활용해 방문객들이 테마파크의 필수 요소인 서사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스토리두잉은 방문객들을 주인공으로 둬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기법이다. 유재도 작가는 “방문객들은 테마파크의 공간과 시설을 직접 보고, 만지고, 듣고, 향기를 맡고, 달콤한 간식거리를 즐김으로써 즐거운 시간과 추억을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해리포터의 마법 세계’는 스토리두잉 테마파크의 대표적인 예시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해리포터의 마법 세계’는 스토리두잉 테마파크의 대표적인 예시다.

  세계적인 테마파크인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해리포터의 마법 세계’는 오감을 활용해 해리포터 세계관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인 ‘스토리두잉’ 테마파크의 대표적인 예시다. 해당 구역은 실제 영화 <해리포터> 속 장면의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다. 또한 단순히 거리의 모습을 구경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버터 맥주’와 ‘지팡이’ 등 영화 내에 등장하는 아이템들을 직접 살 수 있게 만들었다.

  국내 테마파크 내에는 스토리 구현은 됐지만, 관람객이 오감을 통해 체험하는 스토리두잉 기법이 효과적으로 구현된 장소는 드물다. 롯데월드의 ‘신밧드의 모험’은 신밧드가 공주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를 풀어낸 대표적인 스토리텔링 어트랙션이다. 관객들은 배에 탑승해 어두운 동굴을 지나며 다양한 특수효과와 장식들을 관람하면서 청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텔링은 어트랙션 탑승이 종료되는 순간 끝나기에, 찰나의 순간에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김명석(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국내 테마파크는 관람객의 체험적 측면에서 탑승 이외에는 관람이라는 소극적 참여에만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며 “3인칭 시점에서 관람하는 방문객이 아니라 1인칭 주인공이 되는 체험 공간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마파크 넘나들며 캐릭터 활용해야

  테마파크의 상징 캐릭터는 테마파크에 구체적 서사를 부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추상적인 테마를 눈앞에 현실로 가져온다. 국내 테마파크 롯데월드의 캐릭터인 너구리 로티, 로리가 대표적인 예시다. 로티와 로리는 롯데월드의 어트랙션과 시설들 곳곳에서 함께 이야기를 구현하고 기념품 가게에서 머리띠, 가방, 풍선 등 굿즈에 활용된다. 

  에버랜드의 경우 1992년부터 현재까지 대표 캐릭터가 4차례 수정됐고, 현재는 사자 캐릭터 ‘레니’와 ‘라라’가 대표 마스코트이다. 기존 캐릭터가 여행을 떠나 새 캐릭터가 찾아왔다는 등 콘셉트를 구축해 세계관을 확장하고자 했지만, 지속적인 변화로 대중들에게 마스코트를 각인시키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임형택 교수는 “시대에 맞춘 다양한 변화보다는 하나를 오래 인식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테마파크는 테마파크 자체만을 위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든다. 테마파크를 방문하기 전까지 관람객들은 스토리를 경험하기 어렵다. 롯데월드의 로티와 로리는 개장 이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나의 캐릭터로 세계관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이미지 각인에 성공했지만, 테마파크 공간 및 홍보 외의 콘텐츠에서는 활용이 미흡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는 원천 소스 기반의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애니메이션 카, 영화 어벤져스 등 기존에 있던 콘텐츠로 ‘카 랜드’와 ‘어벤져스 캠퍼스’ 등의 구역을 만들어 테마파크 구성에 활용하는 방식은 방문객들이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동화책에서 등장했던 캐릭터가 애니메이션으로, 더 나아가 테마파크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모두 경험한 사람에게 테마파크 내 캐릭터는 강한 몰입을 이끈다. 임형택 교수는 “캐릭터의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해선 활용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테마파크 내부에서만 사용하지 않고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테마파크는 환상적인 공간으로의 몰입으로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관람객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선, 서사를 구현해 공간 속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임형택 교수는 “테마파크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꿈과 낭만을 느끼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라며 “통일된 이미지를 활용해 동화적인 분위기를 사람들 뇌리에 각인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글 | 김시현 기자 poem@

사진출처 |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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