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같은 우리

  경험을 막론하고 같은 자리에서 본인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나 조직을 이끌어 가는 이들의 책임은 막중하다. 이제 막 리더의 자리에 앉은 사람도,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 온 사람도 한 단체의 미래를 위해 밤낮없이 고민 중이다. 대학 언론의 편집국장과 기성언론의 편집국장, 대학생 스타트업 대표와 회사원 출신 8년 차 스타트업 대표가 만나 서로의 시선을 공유했다. 흐른 시간, 서 있는 장소는 달라도 그들의 ‘진심’만은 같았다.


 

"좋아하는 워크와 라이프가 일치된 삶, 그게 워라벨 아닐까요?"

만드로 이상호 대표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말보단 일단 만들어서 보여줘요”라고 말했다.
만드로 이상호 대표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말보단 일단 만들어서 보여줘요”라고 말했다.
피트내비 임대현 대표는 “운동을 정말 좋아하다 보니 운동과 관련된 회사 일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피트내비 임대현 대표는 “운동을 정말 좋아하다 보니 운동과 관련된 회사 일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군인과 직장인에서 기업 대표로

각 기업에 맞는 효율적 체계 필요

“어차피 실패라면, 빨리 도전해라”

 

  치열한 스타트업 환경에서 각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속에서도 기업 대표의 자리는 누구보다 무겁다. 설립 1년 차, 개인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피트내비’의 임대현(정경대 경제17) 대표와 전자의수를 제작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8년 차 기업 ‘만드로’의 이상호(전기전자전파공학부 00학번) 대표가 만나 기업 경영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에서 출발했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같았다.

 

  고대신문 윤혜정 기자 | “창업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만드로 이상호 대표 | “대학 졸업한 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센터에서 일했습니다. 당시 연봉은 높은 수준으로 받았지만, 업무에서 가치를 느끼지 못했어요. 제품 개발보다는 당장 내일 쓰고 버려질 업무 보고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죠. 저는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사회에 꼭 필요하면서 스스로 발전도 할 수 있는 그런 일이요. 그렇게 2014년, 직장을 나와 3D프린터를 활용해 전자의수를 제작하는 ‘만드로’를 창업했습니다. 1000만 원을 상회하는 기존 전자 의수들을 100만 원에서 200만 원 대로 판매하고 있죠.”

  피트내비 임대현 대표 | “저는 군대에서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입대 전, 한 달 동안 운동 자세를 배웠어요. 입대 후에는 개인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통해 군대 안에서 25kg을 감량했습니다. 당시는 연속성 없이 단편적이던 운동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어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누구나 쉽고 효율적으로 운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창업했습니다.”

 

  바빠진 삶, 오히려 좋아

  윤혜정 |  “기업 대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쁨’입니다. 회사를 경영하며 생활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삶과 일의 균형 즉, ‘워라밸’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임대현 | “창업한 지 1년이 넘어가는데, 정말 바쁩니다. 아침부터 사무실에 출근해 직원들이 정해진 일을 진행 중인지 확인하고 회사 운영과 관련된 투자, 지원 사업, 홍보 등의 업무를 봅니다. 그럼 밤 10시, 11시예요. 사실 업무 시간 외에도 항상 회사 생각을 합니다.”

  이상호 | “대기업의 사원이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쁩니다. 그렇지만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은 오히려 좋은 편이에요. 워크와 라이프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희열을 느껴요. 의수를 제작하고, 제가 이끄는 회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제 가족들에겐 미안하죠. 너무 바쁘다 보니 집에 오래 있을 수가 없어요.”

  임대현 | “저 또한 이상호 대표님과 마찬가지로 워크와 라이프가 일치해서 워라밸에 꽤나 만족합니다. 운동을 정말 좋아하다 보니 그와 관련된 회사 일이 너무 즐거워요. 저의 경우 아직 가정을 꾸리지 않아서 제가 바쁘다고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없지만, 3학년부터 대표 업무를 했기 때문에, 대학 생활에는 아쉬움이 남아요. 지금도 4학년 재학 중이라 수업과 대표 업무를 병행하려니 시간이 빠듯하죠. 비대면 수업을 듣다 보니 사무실이 학교 바로 옆인데도 학교에 간 적이 거의 없어요. 대학 입학 전 꿈꾸던 캠퍼스 로망이 사라졌죠.”

 

  시행착오는 성장의 원동력

  윤혜정 | “바쁜 만큼 기업 경영은 매우 어려운 일 같습니다. 회사를 창업하고 경영하며 겪는 시행착오들이 있었을까요?”

  임대현 | “저와 같은 초기 창업 기업의 경우, 매일이 시행착오입니다. 긍정적 반응을 예상하고 아이템을 시장에 냈더니 막상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과정들을 반복하면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와 좋은 기능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어요. 

  또한, 워낙 초기다 보니 조직 문화에 대해서 계속 고민합니다. 팀원들에게 동기 부여하는 방법이나,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죠. 다른 회사들의 업무 체계를 보고 벤치마킹해보며 조금씩 맞는 과정들을 찾아갔습니다.” 

  이상호 | “저는 창업한 지 8년 차지만, 여전히 매일이 시행착오예요. 새로운 전자의수 설계도를 그릴 때마다 시행착오입니다. 99%의 도면은 버려지죠. 저희의 경우 실패하면 설계도를 최대한 작고 간단한 문제로 쪼개면서 해결하려고 해요. 그럼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무수한 작은 실패들과 작은 성공들이 생기죠. 그걸 반복하면서 성장합니다.”

 

  직원들과 소통하며 기업 만들어가

  윤혜정 |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직원들과 많이 소통하시네요. 대표와 직원의 입장이 항상 같을 순 없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임대현 | “피트내비의 직원은 지인들로 구성돼 커뮤니케이션 자체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초반에 업무 체계를 잡는 과정에서 팀원들과 의견 차이가 있었죠. 피트내비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주요 업무라서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모여서 일을 할 필요가 없어요. 처음엔 자유로운 업무 환경이 낯설었지만, 직원들로부터 각자 최적의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하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함께 논의한 끝에 지금은 자율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각자 편안한 장소에서 정해진 할당량을 다 채우면 퇴근하는 방식으로 원활히 진행되고 있죠. 할당량만 채울 수 있다면, 직원들이 낮술을 하든, 영화를 보든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전혀 상관 안 해요.”

  이상호 | “저희는 전자의수를 제작하는 하드웨어 기업이다 보니 직원들과 설계도에 관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해요. 서로 생각이 다르기에 일치시키는 과정은 늘 어렵죠.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게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희는 말보다 일단 만들어서 보여줍니다. 3D 프린터로 자기의 설계도를 간단하게 만들어서 보여주죠. 훨씬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요.”

 

  준비됐다면 시작하라

  윤혜정 | “자신만의 기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임대현 | “나름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하는데도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자신의 아이템뿐만 아니라 경쟁사의 아이템, 수익 구조 등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막연히 취업하기 싫어서 창업하고 싶다던 학생들을 종종 봤어요. 부디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한 후 창업을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어느 정도 준비를 끝낸 분이라면 우선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첫 창업은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꼭 창업뿐만이 아니라 인생을 나아감에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죠.”

  이상호 | “창업하고 싶다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템을 찾으세요.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에너지는 다릅니다. 빨리 찾을수록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겠죠.”

 

글 | 윤혜정 기자 samsara@

사진 | 문도경 기자 d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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