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순 없지.”

  요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대동제에 가지 못했을 때도, 잠을 포기하고 1교시 대면 수업을 갈 때도 속으로 저 문장을 되뇌곤 한다. 마음을 달래는 일종의 정신승리 주문이랄까.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매번 이 사소한 갈림길에 서 있다. 과제 하기 vs 누워서 핸드폰 하기. 저금하기 vs 쇼핑하기 등등. 그동안 사소하지만 고민되는 갈림길에서 적당히 선을 지키며 스스로와 타협했다. 누워서 딴짓하되 내가 정한 마감날 내에는 과제를 끝내고, 적금들 돈 일부로 쇼핑을 하되 충동구매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 입버릇이었던 이 말이 어느 순간 중대한 문제로 다가왔다. 취업 준비를 시작하며 든 고민이 ‘하고 싶은 일 VS 안정적인 직업’이었으니 말이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은 말 그대로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이다. 무언가를 할 때 깊게 몰입되어 행복을 느끼는 일이고, 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타협한 일일 것이다.

  얼마 전 동기에게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그는 어릴 때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냥 ‘안정적인 직업’을 원한다며 짤막하게 답했다. 나 역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릴 적부터 미술을 좋아해 무대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부모님이 생각하시기에 ‘미래가 창창한’ 직업이 아니었기에 자연스럽게 나의 꿈을 포기했다. 이처럼 우리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어린 시절의 꿈을 하 나둘 떠나보낸다.

  ‘능력 있는 프리랜서’. 만인의 꿈이다. 그럼에도 대다수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간절함’과 ‘용기’의 부족으로만은 설명되지 않는다. 남들처럼 사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게 어렵다는 것은 굳이 경험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20대는 뭐든 할 수 있지만, 뭐든 할 수 없어서 포기하는 과정이다.” 어느 책에서 본 구절이다. 20대가 하고 싶은 것을 도전하기에 충분하고 열정 넘치는 청춘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와 금전적으로 부족한 문제 같은 현실이 이 한마디에 모두 드러난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을 즐기기로 했다. 이때까지 그랬던 것처럼 타협점을 찾아보려 한다. 무언가를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것을 되새기면서.

 

송원경 미디어부장 b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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