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씩이나 휴학하고 매일 거리에서 소리 지르는 형이 있었다. 그와 함께하는 것이 좋았다. 우리는 경복궁 앞에서 세월호 7주기 진상규명 시위를 했고, 강북구청 앞에서 미아3구역 철거민들과 농성했다. 경찰이 세월호 마스크 스트랩을 쓴 우리를 길 위에서 검문했고, 통행을 방해받은 시민들이 우리를 욕했다.

  지난해 5월엔 광주기행을 함께 갔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장소를 방문했다. 마지막 일정으로 옛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비가 많이 내렸고 동행한 학생들은 쫄딱 젖었다. 형이 마이크를 잡았다. “광주시민들은 미국의 코럴시호와 미드웨이호가 본인들을 구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진압군의 만행을 지켜만 봤습니다. 한국에 있는 미군은 이제 돌아가야 합니다.”, “투쟁!” 기자는 없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말을 들어주는 건 앞에 놓인 삼각대 위 핸드폰뿐이었다. 여정에 지쳐서였는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도 듣지 않는데, 거리에 나서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데 왜 합니까?” 형이 웃으며 답했다. “당장 변하지 않아도 우리 활동은 역사에 기록될 거야.” 나는 그날부로 형과 함께하는 활동을 관뒀다.

  얼마 전 본지 편집국장이 기성 언론 편집국장과 대담했다. 그가 “학보사는 기록하는 역할이 크다”고 말했을 때, 지난해 광주에서처럼 내가 하는 일의 가치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기록하기 위해 기사를 쓰고 싶지 않다. 당장의 변화를 바라는, 더 나은 학교를 위해 권력을 감시하고 문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고 싶다.

  수습기자 시절 받은 교육자료는 김학순 경향신문 선임기자의 말을 빌려 언론과 기자의 역할을 소개한다. “기자는 권력을 견제하는 대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약손이어야.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언론의 존립 근거”라고.

  내가 고대신문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곳에서 권력을 견제할 힘을 얻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학내외 현장에 집중할 거고, 서슴없이 비판할 거다. 당장의 변화를 원한다. 기록은 따라올 것이다.

 

류요셉 기자 sonador@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