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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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부
  • 승인 2002.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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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먼저 지금까지 연고전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김곽현주: 먼저 잠실에서 한다는 것에 놀랬어요. 과연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이런걸 해야할까. 정말 아니다고 느낀 건 신촌에서 기차놀이할 때 도로 하나를 막고 가더라구요. 팔박자 구호를 외치는데, 거의 과․반 선배들이 하면 뒤에서 그냥 따라하고, 도로가 그냥 이동하는 수단이었고, 경찰들이 막아주고, 뭐가 잘나서 이런걸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차놀이를 보면서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지숙: 요즘엔 기차놀이하면서 술집만 털지는 않아요. 화장품 가게 가면 샘플 받아오고, 약국가면 박카스 얻어오고, 어디가면 뭐하고 다 그런 루트가 있어요. 솔직히 한 순간 학생들이 즐겁게 생각하는 건 이해가 가거든요. 기념품도 주죠, 빵이랑 우유도 주죠. 술까지 ‘한 큐’에 해결되죠. 사람들은 술 마시고 이성을 잃고 하는 일들이 나중엔 이상적(理想的)인 행동이 되고… 그런 것이 정말 안타까워요.

민준: 저 같은 경우는 야구를 좋아해서 갔는데, 정작 보고 싶은 야구는 응원 때문에 볼 수가 없었어요. 여기 야구를 보러온 건데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기분이 별로 였어요. 다음날은 운동장에 가지 않았다가 밤에 친구랑 기차놀이를 한번 보러 갔어요. 저희 반에서는 약탈은 안하고 어디가도 물만 달라고 했고, 그래서 도로 점거한다는 것 이외에는 기차놀이에서 나쁜 인상은 없었어요. 하지만 응원 때문에 모임에 가기 싫어진다는 것, 응원이라는 요소가 모두에게 즐거움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사회:  ‘안티연고전’ 활동은 어떠한가요.

현주: 작년에는 고대의 문화를 다루면서 여성주의 관점에서 보려고 했습니다. 올해는 학벌문제, 대학 교육의 상업화에 대해 더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지숙: 저희는 학내 정서 상 ‘안티’라는 게 효과가 없을 것 같다라는 판단 아래 다른 이름을 제안했어요. ‘당연지사’라고 제안했고, 대안적인 alter 연고전를 하겠다는 사람들의 alter에 y만 붙여서 읽었더니 ‘알타리’가 되었어요.

민준: ‘안티연고전’ 활동을 하면서 보니 바로 앞에서 좋다, 나쁘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없었어요. 실천단을 모집할 때 예상보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같이 하지 못 했던 점을 통해서나, 커뮤니티 상에 올라오는 그런 반론 글을 통해서만 어떤 느낌을 갖고 있어요.

사회: 연고전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한편으로 연고전에는 문제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두 학교간의 교류와 축제의 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현주: 우리 학교가 왜 연세대와 경기를 할까요. 연세대와 하기 때문에 학우들이 더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것 아닌가요. 예를 들어 정말 지역 교류로, 성신여대나 경희대랑 하면 과연 전교생이 폭발적인 지지를 보낼까. 그리고 그 교류라는 것들이 해마다 학교가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할까라는 것을 계산해 보면은 절대 아니거든요.

지숙: 부정을 하고 부정을 해봐도 결국에는 학벌에 기대서 하는 거예요. 강릉에 두 실업고교간에 체육교류가 있다고, 그런 주장을 하시는 분도 있어요. 연세대와 고려대 간 연고전이 있다는 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요. 그건 단지 오래 됐기 때문이 아니라 연세대와 고려대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의미 때문에 사람들이 그 만큼 많이 알고 있는 거죠. 사람들이 반박의 논거로 대는 캠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는 두세 경기 밖에 안 하거든요. 그 두 경기를 위해 체육부가 존재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어요. 정말로 순수한 스포츠 교류를 그 안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연고전의 모습에서는 그런 모습은 없다는 거죠.

민준: 저는 현재 그 속에 남아 있는 것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민주주의 운동이나 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했던 것, 그런 것을 지금 연고전에서 얼마나 담고 있느냐를 봤을 때, 과거를 가지고 지금을 정당화하는 것은 억지라고 할 수밖에 없죠. 물론 축제라는 건 소중해요. 저희가 대안으로 다른 문화제를 준비하는 것도 단순히 연고전이라는 것에 안티를 걸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연세대와 고려대뿐만이 아니라 보다 많은 대학들이 덜 획일적인 문화 속에서 어우러질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주: 지난해 같은 경우, 거리 행진하면서 정치적 구호를 외쳐요. 근데 앞에 선봉이 외치면 즐거우니까 따라 외쳐요. 그게 어떤 의미고 왜 우리가 외쳐야하는지도 모르고. 지금의 연고전은 지금의 우리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요. 저희가 대안적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응원이나 연고전에 집중된 모든 행사로 인해 다른 대안적인 문화가 닫혀 있다는 거죠. 가능성이. 그런 것들을 열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연고전이 담고 있지 못하는 개인 개인의 생각이나 자유로움을 더 담아내고자 하는 거죠. 과․반 교류가 있다고 해도 얼마만큼의 교류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서로 만나면 서로를 비하하는 응원만 하는데 그게 과연 교류의 장인가 하는 의문입니다.

민준: 연고전 전후에 좀더 생산적인 이야기를 해나가는 것이 엄밀한 의미에서 교류겠죠. 학벌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 나는 거기 가서 학벌 안 느낀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분명히 개인 차원에서는 그럴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어떤 개인을 놓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이뤄지는 일들이 모여서 연고전이라는 것을 만들어 낼 때,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학벌을 강화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 놓은 활동이 어떠한 영향을 가져오는가를 한번 더 살펴봐 달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현주: 사회에서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연고전이 정말 이용되고 있는 것이죠. 학교와 교우회에서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데에도 다 이유가 있어요. 현재 사회기득권을 많이 갖고 있는 두 학교 출신들은 학교에 그만큼 투자를 하고, 대학 서열 구조를 공고히 하고, 기득권을 이어가는 거죠. 또 학교도 이미지 메이킹 차원에서 연고전을 통해 학교 광고, 세일즈를 하는 거예요.

사회: 여성 차별과 장애 학우 소외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세히 한다면.

민준: 사회적으로 흔히 우리가 사회를 양분하는 구도를 따라 여성성과 남성성이라고 할 때, 지금 고대의 문화는 여성성이 들어설 수 없는 문화라고 생각해요. 흔히 반론으로, 여자들도 거기 가서 재미있어 한다라는 얘기를 하는데, 그런 걸 생물학적으로만 보지말고 그런 문화를 즐기지 못하는, 사회적 여성성을 지닌 사람은 그걸 같이 할 수 없다라는 사실을 말하는 거죠.

현주: 여자들이 체력이 떨어져서 응원을 못 한다는 그런 얘기가 아니거든요. 고대 문화가 남성성이 주를 이루고 있죠. 여학우가 학교 문화를 적응하는 과정에서 여성성 또는 여학우들의 경험이 문화 형성에 전혀 반영이 안 되요. 고대 문화라고 했을 때 FM, 사발식, 응원으로 가는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문화 안에서 나를 끼워 맞추고 있어요. 고대 문화가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것도 연고전이고, 그런 고대 문화가 남성 중심적이라면 고대 문화의 폭발점이 되는 연고전도 당연히 남성 중심적이라는 거죠. 생물학적 여성을 따져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예요. 여기서 장애학우 얘기도 하는데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고 잠실을 가겠다는 얘기가 아니거든요. 고대 문화 안에서 이제까지 장애인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낸 적이 있었나요. 우리사회의 남성과 여성, 장애와 비장애라는 편견이 고대 문화에서도 그대로 작용하고 있고, 더구나 고대라는 집단, 학벌적 우월주의를 함께 가지고 있는 고대 안에서, 그들은 너무나 강하게 배제와 소외를 당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고대가 하나되는 축제라고 하는데 거기에 들어가지 못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뭐가 하나라는 것인가요. 엘리제가 기뻐한다는 응원가만 봐도 고대생이 남성으로 생각되고 있다는 거죠. 어떤 공간에서고 내 공간을 찾지 못하고, 나를 풀어내지 못하는 것. 고대가 일방적인 문화이기 때문에, 단지 소외된다는 것 밖에 없다는 거죠.

지숙: 그러니까 단순한 문화 소비자가 되는 것이죠. 아카라카의 경우도 돈을 주고 돈을 받아야만 즐길 수 있고 즐길 수 있어요. 학생들은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본 경험들이 없는, 문화소비의 주체로서만 존재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커요.

현주: 사람들이 문화 향유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다는 것은 느꼈어요. 뭔가 놀 기회를. 그렇다면 이 사람들의 욕구를 해소시켜줄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1년 동안 대학생활 중에서 문화적 향유욕구를 풀 수 있는 공간이 여기 연고전 밖에 없다는 거죠. 응원이 말은 응원인데, 사실 제가 느낀 응원은 응원이 아니거든요. 사실 응원은 어떤 사건에 대해 지원하고 응원해주는 것인데, 연고전 경기 응원은 진정한 응원이 아니에요. 경기와 분리된 응원이 무슨 응원이냐는 거죠. 우리끼리 즐기겠다는 거고, 사실 연고전 가는 이유는 경기를 보겠다는 이유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응원하러가죠. 그러니까 경기를 보는 게 아니라 경기는 단지 결과만이 중요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그렇게 즐기고 싶어하는 형태가 왜 응원밖에 없냐는 거죠. 고대는 다른 것들이 없잖아요. 그런 다른 것들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 지금 저희가 생각하는 것이에요. 작년에 경기에서 선수가 골을 넣었어요. 그래서 몇몇 사람들이 어- 이랬어요. 근데 응원단장이 응원하자면서 계속 몰아가는 거예요. 경기 볼 새도 없이. 우리끼리 즐기겠다는 그게 무슨 응원인가요. 응원이 연고전의 매력일 뿐 경기과정이 얼마만큼 사람들에게 다가가는지는 회의적이에요. 스포츠를 즐기는 게, 결과를 즐기는 건 아니잖아요. 저희가 대학간에 순수하게 교류를 하기 위해 스포츠 교류를 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예요. 가까운 성신여대랑 친목도모를 하겠다 그러면 반대할 이유가 없어요. 그런데 지금의 연고전을 생각했을 때 그게 단순한 스포츠 교류가 아니잖아요.

지숙: 기본적으로 연고전이 학벌에 기대어서 특권의식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고, 문화교류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 등등. 문화교류는 술 문화뿐만 아니라 다른 것까지 아우르는 것인데. 그러한 것 자체가 부재해요. 연고전 1주일의 기간만에 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실제, 연고제라는 것이 연고전기간을 빼고 나면 3~4일에 지나지 않는데 그런 기간 속에 이뤄지기는 힘든 것이죠. 개인주의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지 집단주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란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민준: 연고전만을 통해서 그런 만남의 장을 가져간다는 것, 그건 정말 양대 사학끼리 폐쇄적인 만남을 갖는 것 밖에 안되거든요.

지숙: 그나마 있던 아마추어리즘들도 고사되고 있어요. YT나 BK도 따로 전문적으로 디자인하시는 분이 계시거든요. 그거에 맞게 정해진 대로 해요. 실제로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서 하는 것이 없어요.

사회: 연고전을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현주: 보통 안티! 안티! 싫어하세요. 자보 좀 보세요 라고 드리면서 저희가 이런 취지로 합니다 라는 것을 말씀드리면 그냥 가시는 분도 있는데, 얘기를 해보면은 어느 정도 문제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어요. 안티 미스코리아를 예로 든다면, 미스코리아 대회가 여성을 성 상품화한다면 수영복 입지 말자는, 그런 안에서의 변화를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 행사가 그런 문제점을 갖고 낳고 있다면 당연히 미스코리아의 폐지를 주장해야죠. 연고전이 학벌주의나 고대 문화와 학교 교육의 상품화 등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갖고 있다면, 그걸 바꾸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에 폐지했을 때만이 바꿔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준: 연고전 때문에 파생되는 현상들뿐만이 아니라 이것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토대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 축소시킨다는 것은 머릿속으로 이 부분 저 부분 나눠버리는 개념적인 것일 뿐인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그걸 어떻게 만드느냐고 봤을 때 운동경기는 만들어 놓고 응원단은 가지 말아라하는 식으로 할 것이냐, 그건 더욱더 인위적인 것일 수도 있고. 상징적으로 완전히 바꾸지 않는 이상에는 고대 문화의 흐름은 정말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봐요.

사회: 고려대 측은 연고전  ‘폐지’를, 연세대 측은 ‘대안’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로의 입장을 비교해서 다시 들어봤으면 합니다.

민준: 장기적인 차원에서 생각하고 ‘폐지’를 주장합니다. 우리가 연고전을 다시 생각해보는 문제는, 거기에서 파생되는 문제점 때문이기도 하고 근본적으로 학벌주의라는 고연전의 태생적 한계 때문입니다. 물론 당장은 ‘변화’만을 말하면 학생들을 설득시키기 쉬울 수도 있지만 ‘대안’이라고 하면 근본은 인정하는 것 같아서, 지금은 결과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지만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말하기 위해 ‘안티’라고 하고 싶습니다.

지숙: 저희는 고려대와는 조금 다른 입장이에요, 저희 학교에는 눈에 보이는 집단주의와 폭력성의 문제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안티는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고, 대안으로서의 축제를 말하는 거죠. 지금은 각자의 상황에 맞게, 유효한 부분으로 꾸려나가는 것이지만. 대안적인 문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서 모임을 꾸려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모임 주체 모두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같다고 봅니다. ‘反’이라는 주제에 대해 거부감을 먼저 가지기보다는 대학사회에서 다양한 문화를 열어나가는 역동적인 기제로 삼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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