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선임연구위원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선임연구위원

 

  농업농촌과 식품 관련 국책 연구를 20여 년간 해오면서 우리 사회가 농촌에 대해 많은 사실을 잘못 알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들이 있음에 안타까울 때가 많다. 몇 가지를 지적하자면, 농촌은 앞으로 사람들이 살지 않아 곧 소멸할 것이라는 오해, 특히 청년들은 모두 도시에서만 살고 싶어 한다는 오해, 농촌에서는 농업 외에 할 일이 없다는 오해 등이다.

  먼저 ‘농촌이 곧 소멸할 것이다’라는 오해를 짚어보자. 소위 ‘지방소멸론’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와 일본의 수도권 집중 문제를 관련시킨 것으로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언론에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농어촌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도시들도 소멸할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수시로 올라온다. 하지만 실제 농촌 인구는 농촌 내에서 차이(읍지역 중심 증가, 면지역 중심 감소)가 있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줄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소폭 증가하고 있다(농촌 인구 비율 2010년 17.9%→2022년 18.6%).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유입유출을 보면 2006년 이후 17년 연속으로 순유입(농촌 유입이 유출보다 많은) 상황이다(2022년 4만4천여 명 순유입). 우리보다 농촌 인구감소를 경험한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일정 비율까지 감소한 농촌 인구는 더 이상 줄지 않고 증가 또는 유지 추세를 보인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 수준에 도달한 대부분의 후기 산업사회 국가에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역도시화(counter urbanization) 현상이 나타나는데 우리 사회도 귀농귀촌이라는 사회현상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나타나고 있다.

  청년도 마찬가지다. 세간에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을 사회 문제로 많이 지적한다. 그리고 청년들이 도시에서만 살기를 원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모든 청년이 도시에서 살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지난해 조사한 바(농촌과 청년: 청년세대를 통한 농촌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 마상진. 2022.)에 의하면 농촌에 사는 청년들의 행복도가 도시 청년보다 높았고, 현재(청년 중 15.8%가 농촌 거주)보다 미래에는 농촌에서 살고 싶어 하는 비율(17.8%)이 높았다. 청년 중 상당수 도시적 편리한 삶보다는 자연과 가깝고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한가로운 농촌적 삶을 선호하고, 어쩔 수 없이 농촌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선택해서 살고 있었다.

  농촌은 농업만의 생업 공간이 아니다. 농촌과 농업을 동일시하여 보도하는 언론보도가 많은데, 농촌이라는 어원 자체가 농업이 주류인 거주 지역이라는 의미를 지니지만,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보면 전체 농촌(행정구역상 읍면 지역) 주민 중 22.8%가 농업에 종사했고, 농촌 청년 중에서는 5.5%에 불과했다. 전체 주민으로 보면 농업이 아직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 분야지만 점차 줄어들고 있고, 청년으로 한정하면 마이너한 분야가 됐다. 오히려 제조업, 도소매업,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 교육 서비스업 등에 더 많이 종사한다. 즉 농촌은 농업 이외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삶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도시중심, 상공업 중심의 발전과 도시중심의 잘못된 언론보도로 인해 농촌과 관련한 많은 사실이 왜곡됐다. 우리 사회의 농촌과 관련한 지식은 거의 문맹 수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2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성세대보다 청년세대에서 농촌에 대한 무지가 심했다. 학창 시절부터 농업과 농촌에 대해 교육과 경험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심리학, 생리학 관련 연구를 보면 인간에게는 농업농촌이 제공하는 다양한 활동과 환경을 지향하는 기본적 욕구가 기본적으로 내재해 있다. 유별나게 농업이나 농촌과 관련된 활동과 환경에서 더 많은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현재 선진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농촌 인구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청년세대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사실로 볼 때, 농촌에서 사람이 산다는 것은 경제적 현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인간 내면에 기인한 사회현상으로 봐야 한다. 본인보다는 타인에게 맞춰 살아야 하는 도시에서 삶이 행복하지 않은 많은 사람에게는 기회의 공간이다. 필자가 농촌에서 만난 청년의 한마디가 생각난다. 농촌에서는 ‘애쓰지 않아도 워라밸’이 된다고. 주요 선진국에서 이미 하고 있듯, 우리 사회에 농업농촌에 대한 올바른 경험을 청소년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제공해주는 농촌유학, 농촌교육농장, 농어촌인성학교 등과 같은 교육적 노력이 확대돼야 한다, 그리고 소수 관심 청년만 이용하고 있는 농촌 살아보기 및 농촌 취창업 지원을 확대하고 추가로 농촌 청년 기본 소득 및 기본 주택 제공 등 과감한 정책 추진을 통해 농촌에서 도시와는 다른 삶을 살기를 원하는 도시 청년들과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는 농촌 모두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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