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궁리해야 한다. 자신이 보고 들은 사안에 대해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따져 깊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기사에 이를 적용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이 순간을 관통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신문에 궁리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료계의 집단행동. 단연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고려대학교와 고대신문도 이를 피할 수는 없다. 1면 기사로 다루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1991호는 의료계 집단행동을 다루기만 했을 뿐, 궁리를 담아내지 못하면서 나머지 절반이 텅 빈 신문을 독자에게 제공했다.

  집단행동의 파장과 이에 대한 우려를 담든, 의료계의 말 못 할 사정을 취재해 담아내든 고대신문의 생각이나 ‘뉴 팩트(New Fact)’가 포함돼야 비로소 ‘기사’가 될 수 있다. 1면의 위상을 생각해 볼 때 ‘본교 의대생 95.23%가 휴학계를 제출했다’는 내용은 ‘이야기’보다 '설명’에 가깝다. 주간지의 성격을 띠는 신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고대신문은 누리집에서 헤드라인 앞에 ‘[단독]’을 붙였다. 그만큼 시의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적어도 기존 팩트와 함께 전망 또는 우려를 추가 취재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단독이란 단어에 실리는 부담과 책임감이다.

  사진과 시각물 또한 궁리해야 할 요소다. 대학원생과 유학생 등록금이 오른다는 기사에서 그동안의 인상 추이를 시각물로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독자는 규탄 기자회견 사진을 볼 때보다 사안의 중요성을 더 깊이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매력 있는 제목을 궁리하는 것도 고생하며 취재하고 쓴 기사의 맛을 살리는 방법이다. 24학번 신입생이 코딩 강좌를 듣는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나온 것만 같은 사실에 현장감과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제목을 달면 어떨까. 다른 조건이 같다면 아무래도 외형적으로 잘 꾸민 쪽에 끌릴 수밖에 없다.

  신문을 만듦에 있어서 고생하고 고민한 흔적이 없는 건 아니다. 2024년 새 학기 개강호에 1968년 입학, 올해 졸업한 변문수 교우의 이야기를 담아낸 인터뷰는 의미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있다. 낙서를 주제로 한 사진 기획은 잔잔한 미소를 가져다주고, 캠퍼스 공간을 소개한 특집은 개강호라는 특성상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기자’인 여러분은 개강호를 통해 이번 학기 항해를 시작했다. 독자들이 ‘왜’ 고대신문을 봐야 하는지, 그 이유를 고대신문의 궁리로 채워주길 기대한다.

 

박상곤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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