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드라마 전환 수월해

매체마다 표현 방식 달라

“캐릭터에 집중해 각색해야”

 

(좌)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메인 포스터. (우) 웹툰 형식으로 표현된 특별 포스터.
(좌)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메인 포스터. (우) 웹툰 형식으로 표현된 특별 포스터.

 

  웹툰 시장이 커짐에 따라 2차 창작물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한 드라마 <닭강정>과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게임 ‘신의탑M’ 등은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2차 창작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검증된 스토리와 탄탄한 IP 사업성이 꼽힌다. 웹툰 기반 창작물의 흥행으로 다양한 2차 창작 작품의 제작이 예정돼 있다. 웨이브에서 드라마화된 웹툰 ‘약한영웅’을 그린 김진석 작가와 웹툰을 원작으로 흥행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총괄한 조준형 PD를 만났다.

 

  - 최근 2차 창작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다

  김진석|“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 모두 제작 단계에서 스토리보드를 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스토리보드가 웹툰의 형식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웹툰이 영상으로 표현될 때 유리한 점이 있다는 얘기죠. OTT가 많아지는 만큼 요구되는 작품 수도 늘어나는데, 웹툰은 다양한 소재로 여러 시청자를 공략할 수 있습니다. 이미 검증된 스토리라는 점도 한몫한다고 생각해요.” 

 

  조준형|“웹툰의 기존 팬층에 새로운 시청자가 합류하면서, 콘텐츠 장벽이 깨지는 상황이죠. PD마다 작업 방식이 다르겠지만, 원작이 있으면 창작물 제작이 쉽다는 접근도 있는 것 같아요. 웹툰과 드라마는 소비자들이 접하는 감각이 다른 매체예요. 단순히 원작을 반영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죠. 원작의 주제 의식과 캐릭터를 가져와 진행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원작의 스토리만 따라가는 게 아니라 매체 특성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제작자의 부족함을 원작의 요소로 채우려 하는 겉핥기 작품이 아닌, 스토리텔링 능력을 바탕으로 전달하는 것이 의미 있어 보입니다.”

 

  - 캐릭터를 그릴 때 신경 썼던 부분은

  김진석|“이야기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외모뿐만 아니라 분위기, 표정, 자세까지도 캐릭터별로 차별화하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주인공인 ‘연시은’의 아이러니함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죠. 왜소하면서 예쁘장한 외모에 섬뜩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평소에도 생각해 왔기에 연시은은 쉽게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나백진’은 스토리 작가가 제안한 실제 인물을 모티브 삼아서 만들었습니다. ‘약한영웅’에서 최강의 빌런인 만큼 연시은과 대척점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모순적인 인물이기도 하죠. 강하고 매력적이지만 내면에 약하고 어두운 면이 공존하는 캐릭터이기에 가장 묘사하기 어려운 캐릭터이기도 했어요.”

 

  - 캐스팅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조준형|“웹툰을 실사화할 때 시청자들은 캐릭터의 외적 요소를 중시해요. 하지만 외적 요소들을 전부 살리는 건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저는 캐릭터성에 더욱 집중해요. ‘박새로이’라는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책임감이 강한 친구예요. 박서준 배우가 캐릭터의 이러한 특성을 갖췄다고 판단해서 박새로이 역에 캐스팅했죠. ‘조이서’ 역을 맡았던 김다미 배우도 마찬가지예요. 영화 <마녀>에서의 연기를 보고 눈동자의 광기라든가 조이서의 성격을 더 깊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기에 캐스팅했어요.”

 

  - 잘 표현됐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김진석|“주인공의 친구 ‘박후민’입니다. 학창 시절 친구 중에 항상 밝은 모습을 하면서 리더 역할을 잘 해내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를 떠올리면서 박후민의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나름 잘 표현된 것 같아 애착이 갑니다.”

 

  조준형|“캐릭터를 실사화할 때 대사로 모든 걸 설명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런 면에서 ‘마현이’ 캐릭터가 가장 만족스러워요. 남성으로 태어나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여성 마현이는 원작에선 과거 사연을 전부 설명할 수 있었어요. 근데 실사로 표현한다면 시청자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해요. 그래서 보이시한 여자 배우를 선택했는데, 원작과 비교해 잘 표현됐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석 작가가 그린 ‘약한영웅’의 밑그림.
김진석 작가가 그린 ‘약한영웅’의 밑그림.

 

  - 원작자가 본 드라마 <약한영웅>은

  김진석|“모든 매체는 각자의 표현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약한영웅>은 주제 의식을 훼손하지 않은 채 드라마라는 매체에 맞게 만들어졌어요. 주인공의 외적인 한계에서 오는 아이러니, 그리고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주인공이 겪는 내적 변화를 잘 살려냈기에 만족하면서 봤습니다.” 

 

  - <이태원 클라쓰> 각본에 원작자가 참여했다

  조준형|“드라마는 스토리가 아닌 캐릭터를 좇아야 해요. 캐릭터가 무너지지 않게 만들어 줄 적임자는 원작자라고 생각했죠. 원작자만큼 캐릭터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웹툰과 드라마 대본은 작법이 다르기에 부족한 부분은 감독들과 함께 협업했습니다. 시간을 압축했다는 점이 원작과 다른 부분이었어요. 드라마에선 웹툰만큼 모든 이야기를 보여 주기는 어려워요. 이야기 흐름에 위배되는 부분을 제외하곤 전개를 위해 시간 경과를 줬어요.”

 

  - 계획 중인 차기작이 있다면

  김진석|“지금은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습니다. 평소 못 읽던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있죠. 조금씩 차기 작품을 위해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제게는 만화가 일상이자 삶이기에 연재하지 않는 지금은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은 것처럼 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시간을 소홀히 하고 싶지는 않아요. 잘 쉬고 나서 다시 좋은 이야기로 독자분들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조준형|“요즘도 웹툰을 보고 있지만, 최근엔 썩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어요.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여운이 남고 공감이 가는 작품보다는, 자극적인 흥미 본위의 작품이 많아졌어요. 작품들이 전체적으로 가벼워졌죠. 그러다 보니 드라마화하기 적합한 웹툰을 찾기가 쉽지는 않아요. 요즘은 시선을 돌려 뮤지컬을 살펴보는 중입니다.”

 

글|도한세 기자 dodo@

사진제공|김진석 작가

이미지출처|JTBC, 카카오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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