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째 고대신문을 지켜보면서, 1990년대 후반 이후 고대와 고대인의 ‘변화’를 읽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런 ‘변화’ 가운데서도 80년대식의 거대담론에서 벗어나 고대인의 다양한 삶의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천착하는 모습은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은 부분이다. 이번 호에서도 예년과 같이 고연제를 특집으로 삼았지만, 과거와는 사뭇 다르게  접근하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변하지 말아야할 전통마저 변해가는 것 같아 약간 아쉽기도 하다. 한국 대학신문의 역사에서 고대신문이 차지하는 위상이 각별하다는 점은 어제나 오늘이나 고대인의 자랑거리일 수 있다. 기실 고대신문은 한국사회와 대학사회의 중요 의제들을 선도적으로 제기해오지 않았던가. 이에 비해 최근의 고대신문은 너무나 ‘고대’에만 집중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대학사회와 대학인의 특수한 의제들을 담아낸 기사와 보도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타대학의 소식과 이슈들을 다루어 한국사회에서 보편적 대학인으로서 고대인의 정체성과 시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내용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예를 들면 이번 호에서 고연제를 특집으로 다루더라도, 연대 학생들이 준비하고 바라보는 ‘연고제’나 고대와 연대 이외 다른 대학인들이 바라보는 고연제를 함께 언급해주었다면 어떨까? 그랬다면 대학신문의 역할과 고대인의 정론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어줍지 않은 대안도 제시해본다. 고대의 경계를 넘어 한국 대학사회의 대표 정론으로서 자신의 위상을 세우는 일. 이것이야말로 비록 사회가 변해도 아랑곳없이 고대신문이 가져가야할 역사적 전통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나만 더. 이번 호에 실린 ‘전학대회’ 기사는 ‘전학대회’가 대학사회에서 지니는 엄청난 중요성을 담보하기에 너무 약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요즘 ‘전학대회’가 과거와 달리 별로 생산적인 논의를 담아내지 못한다고 변론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왜 생산적이지 못하고 그러한 부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분석이야말로 철저히 대학신문기자의 몫이 아니겠는가. 고대신문이 학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먼저 무엇을 해야하는지 좀 더 깊숙이 고민했으면 한다.


고려대 대학원 사학과 한국근현대사 전공 (04년 8월 석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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