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의 태동인 민주화운동은 물론, 최근 촛불 시위의 중심에도 대학생들은 언제나 서있다. 과거 정치적·사회적 격동의 시기를 거쳐,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하는 NGO 단체. 이러한 NGO단체에서 자원봉사 또는 인턴으로 활동하는 대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담을 들어
봤다.
“지금 그때를 떠올려보면 힘들었다는 생각보단 마치 오랫동안 휴가를 다녀왔다는 기분이 든다”
지난 1월, 한 달간 멕시코로 NGO활동을 다녀온
안나경(정경대 통계03)씨의 말이다. 멕시코의 환경단체인 ‘VIVE MEXICO’에서 ‘바다거북 구호 운동’을 펼치기 위해 국제적으로 봉사자를
모집했는데, 안씨는 유네스코를 통해 이를 처음 접하고 지원했다. 예전부터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였다.
안씨는 18명의 각국 대학생들과 멕시코시티에서 차로 20시간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콜로라다 해변에서 바다거북 살리기 활동에
나섰다. 콜로라다는 전기는 물론, 먹을 것도 마땅치 않아 일주일에 한번씩 외부에서 조달되는 식료품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작은 어촌이다.
안씨는 “아무 것도 없는 땅에 한 달 동안 생활해야 할 공간을 직접 만들었다”며 “처음 2주간은 거의 터전을 일구는 데만 썼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바다거북은 한 번 알을 날 때 보통 70여개의 알을 낳는다. 하지만 그 중에서 부화하는 알은 고작
1~2개 정도. 바다거북은 밤이면 모래사장으로 올라와 알을 낳는데, 야생동물이나 새의 습격으로 알들이 모두 부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멕시코에서는 사람이 직접 바다거북의 알은 인공부화장으로 옮기고, 부화장에서 부화한 새끼들은 물에 놓아주고 있다. 안씨와
봉사자들도 이와 같은 일을 했다. “바다거북은 모래를 파고 그 구덩이 안에 알을 낳고, 모래로 덮어버린다”며 “모래로 덮이면 그 자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모래사장으로 올라온 바다거북을 계속 지켜봐야 했다”고 그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안씨는 “동물을 살리기 위해
사람들이 그렇게 노력한다는 자체가 신기하고 아름다웠다”며 “생명의 가치를 동등하게 생각하고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이
NGO활동의 기본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고 봉사활동의 감회를 전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이 참가자의 생각처럼 순조롭게 이뤄지진 않을
때도 있다.
봉사자단을 환영하는 케냐학교의 학생들(이경선 씨 제공) | ||
내리쬐는 태양아래 오전8시부터 정오까지 벽돌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씨는 “제대로 된 흙이 없어 직접 땅을 파 흙을 모으고 시멘트를 섞은 후에 벽돌 찍는 기계로 하나하나씩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차피 케냐에 봉사하러 간 것이었기 때문에, 이는 별로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각국의 봉사자들과 함께 한 이경선 씨 | ||
뒤늦게 이를 안 이씨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바로 잡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우리의 힘으로는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씨는 “봉사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생각이 일치 하지 않으면, 진정한 봉사가 안 된다는 것이 이러한 자원봉사의 한계졈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그들을 보면서 소수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았다”
지난해 8월 한 달간, 김상백(중앙대 사회02)씨는 ‘한국여성평화네트워크’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 사람들은 여성단체라고 하면 페미니스트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페미니스트가 아닌 사람도 꽤 많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즉, 이들은 여성의 인권신장을 위하기보단 남녀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여성이 많은 피해를 보는 약자라는 것을 알았다”며 “일을 하면서 여성에 대해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고 김씨는 말했다. 또한 김씨는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을 NGO활동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으며 "이것 저것 하도 듣다보니 이제는 여성인권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식이 생겼다”고 뿌듯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