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혈액형에 관한 나의 고찰
[독자투고] 혈액형에 관한 나의 고찰
  • 고대신문
  • 승인 2005.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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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B형 남자친구라는 영화를 보았다. 거기서 남자 주인공은 골수 B형으로 묘사되고 A형인 여자주인공에게 여자주인공의 사촌언니는 이를 적극적으로 말린다. 하지만 여자주인공은 그래도 남자 주인공과 사랑을 엮어가며 결국은 해피 앤딩으로 끝나는 영화였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혈액형에 대한 열풍이 불어 비단 이러한 영화 뿐 만 아니라 혈액형에 관한 책을 비롯한 인터넷과 잡지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혈액형을 주제로 한 것들이 다뤄지고 심지어 혈액형 마케팅도 생겨났다. 이러한 혈액형 열풍이 부는 것은 상대방에 대해 좀더 잘 알아보겠다는 심리가 깔려있는 듯하다. 연인사이면 서로에 대해 성격에 관해 좀더 잘 알고 싶어 하고, 직장인들도 자신과 거래를 하고 있는 상대방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여 인간 관계에서의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자 할 것이다.

이렇듯 사회에서 불고 있는 혈액형 열풍 속에 깔려있는 대전제는 "혈액형을 알면 성격이 보인다." 라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문제의식을 가지지 아니할 수 없었다. 나의 문제의식은 과연 "혈액형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과 연결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회의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기서 나는 문제의 논지를 크게 3가지로 나눠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사람의 성격이란 유전적인 영향도 있지만, 환경이나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사람은 하나의 성격으로만 이루어진 단세포 적인 동물이 아니다. 평소에 터프하고 남자다운 성격의 소유자라도 때론 섬세 해지도 하고 때론 약해지기도 하는 것이 사람이다. 만약 사람의 성격전체가 100%라고 치면, 그중 몇%는 이런 성격 또 몇%는 저런 성격, 기타 몇%는 또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면 그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성격이 그 사람이 평소에 잘 나타나는 성격 인데 그것을 그 사람의 전부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허나 항간에 떠도는 여러 혈액형 자료들을 보면 혈액형 당 몇 가지의 성격을 나열해 놓고 그것이 그 혈액형의 전체 혹은 전부인양 말하는 것 같아 위에서 언급한 한 사람의 성격에 관해 "혈액형적 특성만 너무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다음으로 정상적인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이면 혈액형에는 총 12가지가 있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AA, BB, AO, BO, O0, AB 그리고 +Rh , -Rh 이렇듯 많은 혈액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혈액형에는 4가지만 존재한다. (실제로 아버지가B형, 어머니가 A형 인데 자신은 O형이라며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도 봤다.)
이는 기본적인 분류방법에서 조차 12가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4가지로 한정시켜 말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또한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혈액형 분류방법은 100여 가지의 분류 방법 중 (네이버 지식검색) 보편적인 하나일 뿐이다.
뒤집어서 생각한다면 다른 분류방법 즉 다른 잣대를 대면 성격이 다르게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이것이 성격측정의 절대적 기준으로 쓰이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암묵적인 승인을 하는 듯하다. 이것만으로는 분명 무리가 있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비 과학으로 치부하고 있는 12,960,000가지의 경우의 수가 생기는 사주가(60×60×60×60 = 12,960,000 네이버 지식검색) 4가지의 경우로 나누는 혈액형보다 좀더 과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논의의 대상을 혈액형의 분류가 아닌 우리들 자신들에게 가져와 보자. 위에서 나는 혈액형 혹은 혈액형의 분류에 대해 논해 왔지만 여기서는 혈액형에 관한 논의의 대상을 우리 자신들에게 돌리고자 한다.
'placebo effect'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어린아이가 배가 아플 때 할머니가 자신의 손은 약손이라며, 배를 어루만져주면 정말 배가 낫는 경우가 있다. 이를 플라시보 효과라고 한다. 실제로 용하다는 점집이나 철학관 같은 곳에서 진실을 맞출 확률은 40%도 채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40%가 채 안되어도 보는 사람은 용하다며 복채를 두둑히 내고 간다고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혈액형별 성격분류가 플라시보 효과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뭉뚱그려 놓은 혈액형별 성격분류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몇 개 발견하고는 그것이 자신의 성격이고 실체적 진실인양 맹신하는 것은 아닐까? 또한 혈액형의 틀 속에 얽매여 그 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성격에 대한 분류로서 혈액형 성격분류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신의 성격을 그 혈액형 속에 가두며, 혈액형 성격 분류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자제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그 사람의 혈액형이란 선입견에 사로잡혀 거기에 맞게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번쯤은 생각해볼 문제이다.

이러한 형태의 혈액형에 관한 현상들은 다분히 주객전도 적이며,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연애를 잘하기 위해, 거래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돈을 벌기위해 혈액형을 찾아다니고 혈액형에 열광하며, 혈액형을 맹신하는 듯 하다.
도준우(북한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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