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다보면 건물과 아파트가 철로나 도로변을 따라  연이어 들어선 것을 보게 된다. 넓은 들판 한 가운데 아파트가 불쑥 들어서고, 경치 좋은 곳은 산,들, 해안을 막론하고 음식점과 숙박시설, 유흥시설이 무리지어 있다.

도시인의 이기심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자연과 전원풍경이 사라지고 대신 시멘트와 콘크리트 그리고 철덩어리로 뒤 덮여 가는 국토를 바라보면 사실 답답하고 암담하다.  우리나라의 도시인이 누리는 녹색 공간은 도시 내에 없다.  회색공간, 산성비, 탁한 공기, 쫓기는 듯한 도시인의 얼굴이 우리 나라 도시의 모던한 아름다움이 아니던가.

사실 도시 밖으로 자연을 찾아 나가봐야 도시에서 보던 그 얼굴들을 무더기로 다시 보는 수 밖에 없고, 도시행 귀가길에 혹독한 교통체증을 영락없이 곱빼기로 치뤄야 한다. 돈가진 사람이면 한적한 주중에 골프장을 찾고  아니면 외국의 탁트인 곳에서 한껏 머물다 오면 되겠지만, 평범한 도시인은 자연이 마냥 그리울 따름이다. 

그런데 자연을 돌려달라는 무언의 외침이 서울 상공을 쩌렁쩌렁 울려대고 있다.

개발론자로 유명한 서울시장이 청계천을 되살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속내는 따로 있겠으나 명분은 그럴듯하게 환경개발론자를 자처하고 있다.  자연을 그리워하는 도시인이야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만, 그 청계천이 우리 나라 도매업의 심장이요 서민들의 생활기반이니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단순한 개발이냐 환경이냐라는 이분논리로는 해결이 안 되는 복잡한 상황인 것이다.  사실 도시 밖의 자연풍경이 훼손되고 있는 주된 이유도 서민의 생계와 관계가 깊다. 그래서 자연이 먼저냐 생계가 먼저냐라는 단순논리로는 해결되지 못하는 복잡한 논리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전국토 어디를 가나 자연보호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연보호의 구호에는 주객전도와 과학의 과대망상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인간이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인간을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니던가. 자연친화적 개발이라든지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말도 자연보다는 개발과 인간에 무게추가 기운 논리요 인간의 과대망상일 뿐이다. 이러한 구호에 의지한다면 인간에 의한 자연과 인간 스스로의 파괴는 불보듯 뻔하다.   

청계천복개 문제는 불도저식으로 몰아붙이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사안이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서민들의 생계문제도 함께 고려하며 합의를 통해서 시작해도 늦지 않다.  파괴된 자연을 되살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준 사건이 바로 청계천 복개문제요, 우리 곁에 있는 자연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점을 되새겨준 것도 바로 청계천복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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