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으로 가게 된 학교에서 신체검사와 면역기록을 요구해 고대 안암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담당부서에 갔더니 진찰하기도 전에 대뜸 돈부터 내고 오라고 했다. 수납코너에서 2만원이라는 비싼 금액을 요구했지만 그만큼 양질의 진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냈다. 하지만 내가 받은 진찰은 간호사로부터 키와 몸무게, 혈압 등을 재는 것이 다였고 담당의사는 교환학생 신체검사 양식에 어떤 내용이 포함되는지를 확인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진료가 끝나고 면역검사와 피검사를 하러가기 전에 또 돈을 내라고 해서 수납코너에 가야 했다. 수납코너에서 제시한 금액을 보고 나는 너무나 깜짝 놀랐다. 10만원이 넘어가는 돈을 내라고 했기 때문이다. 보험처리가 안 되는 주사료, 피검사와 소변검사료, 방사선진단료까지는 이해가 갔다. 하지만 거기에는 예약진찰료와 선택진료료 명목으로 추가 비용이 끼어있었다. 분명 진료 전에 수납코너에서 진찰료와 선택진료료로 2만원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돈을 또 내야 하냐고 물어봤지만 병원 측에서는 얼버무리듯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같이 교환학생을 가는 친구들은 학교 인근 다른 병원에서 나와 똑같은 진료를 받고, 내가 맞지 않은 뇌수막염 백신까지 추가로 맞았는데 9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종합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주사실과 채혈실, 방사선실을 알아서 찾아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다가 진료비를 중복으로 받고서도 여기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었던 안암병원, 종합병원의 횡포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병원은 나의 건강을 의사에게 믿고 맡기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곳이다. 고객이 비싼 진찰료를 내고도 그에 대한 대가를 정당히 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병원은 이미 신뢰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정인(정경대 경제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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